모든 것이 맞아 떨어진 괜찮은 영화 한 편을 봤다.
내용도 좋았고, 배우도 좋았고, 스케일도 컸으며, 나오는 음악마저 마음에 들었다.
그런데 왜 이렇게 미심쩍은 마음이 드는 걸까?
전쟁에 관한 이야기는 분명 완벽했다. 힘 없는 여성의 눈으로 바라본 베트남 전쟁.
베트남 소녀가 죽는 장면을 느릿하게 보여주며 연민이 들게 했고, 베트남 사람들과 나름 우정을 나누던
주인공들이 미군이 등장하자 살기 위해 미국 국가를 부르던 현실적(느끼기는 속물적)인 모습에서는 아픔
까지 느껴졌다.
하지만 결국 순이의 베트남행은 남편을 찾기 위한 것이 아닌가? "사랑한다고 말할 걸 그랬지~"를 자주 불
러제끼고, 마지막 남편을 만나 따귀를 착착 올려 붙이던 그 부분 외에 그들 사이에 '사랑'이 있었던가?
그럼 무엇이 과연 순이를 움직이게 했는 가인데.... 물론 순이의 사랑 외에도 시어머니의 부추김 등이 있
을 수 있겠으나, 그렇게 본다면 아무래도 큰 실망이 밀려오기 때문에 순이에게는 남편에 대한 사랑이 있
었다고 믿어야 겠다.
음... 그렇다. 순이는 일방통행이지만 남편을 사랑하고 있었고, 애인을 따로 가지고 있었고 아무말 없이
베트남으로 건너간 남편에 대한 애증 때문에 우선 만나면 따귀를 몇 대 때려줘야겠다는 생각과, 정신차리
게 해서 다시 잘 데리고 살아야겠다는 마음으로 사지로 나선 것이다.
이렇게 보면 그놈의 사랑이란건 참... 알 수 없다. 더불어 순이의 마음은 더, 아직도, 끝까지 모르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