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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엄하게 죽을 수 있는 권리.... 씨 인사이드
ldk209 2008-08-25 오후 10:34:12 1729   [1]
존엄하게 죽을 수 있는 권리.... ★★★☆

 

무려 28년 동안 라몬 삼페드로(하비에르 바르뎀)는 타인의 도움 없이는 1cm도 움직이지 못하는 삶을 살아왔다. 공짜로 세계여행을 할 수 있다는 매력으로 선박회사에서 일을 했던 그에게 바다는 자유를 주었지만, 죽음보다 더한 고통도 안겨주었다. 그럼에도 그는 꿈속에서, 상상 속에서 숲을 넘어 바다를 산책한다. 정신적으로 자유로운 라몬에게 삶이란 무기력과 고통의 연장이며, 변호사 줄리아는 그가 존엄을 유지하며 죽을 수 있도록 옆에서 도와준다. 줄리아는 원인을 알 수 없는 퇴행성 질환으로 언젠가는 라몬처럼 육체의 마비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라몬을 방문했다가 쓰러진 줄리아는 라몬의 입장에 공감하게 되고, 공감은 사랑으로 발전한다. 그녀는 그의 글이 출판되어 많은 사람들에게 읽혀짐으로서 사법부를 설득할 수 있게 되기를 바라고, 이것이 사랑의 실천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우연히 TV에서 라몬을 보고 찾아왔다가 라몬과 사랑에 빠진 로사는 그를 설득하려 하지만 결국엔 진정 그가 원하는 것을 해주는 것이 사랑임을 깨닫게 된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장례식장을 방문하는 경우가 많아진다. 장례식장 분위기는 대체로 슬플 것이라고 예상하기 쉽지만, 무덤덤한 경우도 많다. 이를테면 ‘호상’인 경우. 아무리 호상이라고 해도 가끔은 상주들이나 방문객들이 웃고 떠드는 모습을 보면 괜스레 내가 불편해진다. 어쩌면 우리가 호상이라고 부르는 죽음은 산자의 입장만이 반영된 건 아닐까 하는 생각에서다. 가장 심한 거짓말 중 하나가 ‘노인이 죽고 싶다고 말할 때이다’라는 농담이 있다. 산자 입장에서는 호상일지 몰라도 죽은 당사자도 과연 호상이라고 생각할까?

 

<씨 인사이드>는 안락사에 대해 긍정적 입장을 취하면서 동시에 여러 가지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볼 것을 권유한다. 라몬은 자신의 재판에 반대하는 사람들에 대해 ‘내가 사람을 죽이는 것도 아닌데’라고 말한다. 사람들은 라몬의 안락사 논쟁이 타인에게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우려한다. 이건 어쩌면 동성애가 유행이라고 주장하는 것과도 일맥상통한다. 동성애가 유행이라고 생각한다면 자살도 유행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타인의 성적 취향이라든가 타인의 죽음이 자신에게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특히 유명인의 그것은 분명 그럴 수 있다. 그러나 사회 자체의 속성을 보면 모든 개인의 행동이나 말은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사회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어떤 행동이나 말이 부정적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막아야 하는 게 아니라, 타인의 행동이나 말에 의해 쉽게 움직이지 않는 정체성의 수립이다. 즉, 자신의 성적 정체성이 확실하다면 타인의 성적 정체성에 영향을 받지 않을 거란 말이다. 그리고 이런 식의 논쟁은 인간은 사회적이라는 명제를 포기하지 않는 한, 빠져 나올 수 없는 블랙홀이나 마찬가지다.

 

영화는 종교적 논란거리도 던져준다. 라몬과 마찬가지로 전신마비 상태인 신부는 라몬이 주위의 사랑을 받지 못해 자살을 생각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직접 라몬을 방문한다. 제3자의 전달을 통해, 또는 멀리서 목소리로만 진행되는 라몬과 사제의 논쟁은 삶과 죽음에 대해 강요하는 듯한 종교적 입장이 얼마나 가식적이고 무례한지를 신부의 권위적 태도를 통해 꼬집는다. 라몬은 그렇게 사람 목숨을 중요하게 여기는 종교가 수많은 사람들을 죽였음을 상기시키며 신부를 몰아붙이고, 라몬의 형수는 라몬이 사랑을 받지 못해 자살을 하려한다는 말이 라몬과 가족들에게 얼마나 많은 상처를 주었는지를 얘기한다. 영화는 상영 내내 가족과 주위 사람들의 라몬에 대한 관심과 사랑을 보여줌으로서 라몬의 선택은 환자의 자발적 선택에 의한 것임을 말해준다.

 

변호사 줄리아가 재판부를 설득하려는 논리도 바로 이것이다. 라몬의 안락사는 절망의 끝에서 어쩔 수 없는 공포로 인해 선택(!)한 게 아니라, 건강하고 정상적인 정신 상태에서 존엄한 죽음을 스스로 선택했다는 것을. 라몬의 심리치료사인 제네는 라몬처럼 죽음을 원한다는 줄리아에게, 그녀의 선택이 두려움으로 인한 삶의 포기는 아닌지 되묻고는 ‘자유는 살고 싶은지, 죽고 싶은지 결정하도록 하지만 두려움은 선택의 여지를 앗아간다’고 말한다. 즉, 죽고자하는 결정이 선택이 아니라 두려움으로 인해 삶을 포기하는 것이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영화는 자신의 의지가 아니라 타인의 강요에 의해 이루어지는 삶의 연장보다 존엄한 종말을 맞고 싶다는 개인의 선택이 더 중요함을 말해주고 있으며, 그것이 옳다고 생각은 하지만, 선뜻 마음으로 동의하기는 힘들다. 아니, 잘 모르겠다. 삶과 죽음이란 정말 어렵고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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