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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필성과 천정명, 최악의 조합.... 헨젤과 그레텔
ldk209 2008-08-25 오후 10:35:18 2740   [3]
임필성과 천정명, 최악의 조합.... ★★☆

 

영화계 내부의 분위기야 내가 알지도 못하고, 굳이 알 필요도 없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임필성 감독에 대해 어떤 평가가 내려지고 있는지 무척 궁금하다. 대체 그의 능력을 얼마나 대단하게 평가하고 있기에 데뷔작인 <남극일기>와 <헨젤과 그레텔>에 쏟아진 무수한 관심이 가능한 것인가? 더군다나 <남극일기>에 거대 예산과 특급 배우를 투입하고서도 말아 먹었는데 말이다. 흥행에선 실패했을지라도 <남극일기>에 영화적으로 평가할만한 뭐라도 있었나??? <헨젤과 그레텔>을 극장에서 안 본 건 <남극일기>와 천정명에 대한 안 좋은 기억 때문이었고, 이번에 보면서 내 판단이 옳았구나 싶다.

 

은수(천정명)는 낙태를 고민하는 애인과 통화하다 교통사고로 인해 인근 숲으로 굴러 떨어진다. 이 숲은 일종의 판타지 공간으로 들어가는 진입로 역할을 한다. 어린 소녀 영희(심은경)를 따라 도착한 곳은 동화책에서 보았음직한 ‘즐거운 아이들의 집’. 한국영화에서 보기 드문 판타지적 미장센의 공간인 그 곳에서 은수는 영희의 아빠, 엄마, 그리고 오빠와 동생을 만난다. 하룻밤 신세를 진 은수는 아이들이 알려준 대로 길을 나서지만 숲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다시 신세를 진다. 그렇게 매일 숲속에서 제자리를 맴돌고 아이들 부모는 사라지며, 다락방에선 이상한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한다. 아이들에게 대체 어떤 비밀이 있는 것인가?

 

은수가 사고로 숲에 떨어지면서 영화는 ‘첫째 날’이라는 자막을 내세운다. 나는 참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참 불친절한 방식이다. 대체 몇째 날까지 있기에 첫째 날일까? 보통 이런 경우라면 마지막 날에 대한 정보를 알려주고는 첫째 날로 돌아가든가 하는데, 무턱대로 첫째 날이다. 이건 잘만하면 관객의 집중력을 유지시킬 수 있지만, 잘 안 되면 지루함과 짜증남의 증폭에 기여한다. 내가 보기에 <헨젤과 그레텔>은 후자에 가깝다. 첫째 날, 둘째 날... 굳이 구분해야 될 만큼 뭐가 있는 것도 아니다. 이건 그저 자막에 불과하다.

 

그리고 이 영화가 정말 이상한 것은 제목이 <헨젤과 그레텔>이라는 점이다. 무슨 얘기냐면 관객들이 영화를 보기 전에 <헨젤과 그레텔>이라는 제목에서 얻는 이미지가 있을 텐데,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잔혹동화 <헨젤과 그레텔>과 영화의 연결고리는 매우 엉성하고 헐겁다. 나는 이 영화가 <헨젤과 그레텔>의 핵심을 변용했거나 또는 차용했다거나 그것도 아니면 동화의 내용이 영화의 갈등 해소에 결정적 역할을 하고 있는 건 아닐까 생각했는데, 결국 아무 것도 아니었다.

 

어떻게 보면 <헨젤과 그레텔>은 <남극일기>와 유사한 점이 있다. 두 영화의 주인공들은 모두 ‘도달 불능점’을 찾아 헤매고, 마력을 담고 있는 ‘일기’가 등장하며,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가 강하게 영향을 미친다. 임필성 감독이 하고 싶은 얘기가 이런 것들인가? 문제는 <남극일기>에서도, <헨젤과 그레텔>에서도 그럴듯한 배경과 독특한 미장센 정도만 눈에 들어올 뿐, 대중과의 교감에서 완전히 실패하고 있다는 점이다. 꽤 많은 예산을 투입한 오락영화의 감독이 대중과 교감에서 거듭 실패하고 있다는 건 감독으로서의 역량에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의미한다. 물론 잘 만든 영화도 흥행에서 실패할 수 있지만, 임필성 감독의 실패는 그런 의미는 실패가 아니다.

 

어쩌면 영화의 초반 도입부는 매우 매력적으로 다가설 여지가 있다. 악령이라든가 원한이 깃든 아이들의 존재는 그 자체로 매우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통제되지 않는 아이들의 욕망은 굉장히 잔인한 부분이 있어서 주위 사람들을 쉽게 해치기도 한다. 그런데, 영화는 독특한 미장센과 매력적인 도입부에도 불구하고 이야기를 끝까지 끌고 나가지 못하고 은수처럼 숲속을 헤매더니 급기야 아이들의 과거로 돌아가서는 마구잡이로 헛발질을 해대기 시작한다. 많은 장르적 클리셰들이 난무하고 아이들의 아픔을 느껴보라는 듯 잔인한 장면들을 불쑥 들이민다. 내가 보기엔 이건 단순히 자극적 효과만을 노린 것이다. 거기에 천정명의 어색한 연기는 정말이지 다시 보고 싶지 않다. 엄필성 감독이 가장 좋았을 때는 <괴물>에서 연기를 할 때였다. 연출 대신 연기를 하심이 어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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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dk209
별점의 대부분은 미술팀의 노고에 대한 박수 차원이다....   
2009-01-01 0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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