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는 2004년 그 살떨리게 무서웠다는 태국영화 '셔터'의 할리우드 리메이크작이다. 개인적으로는 그 원작의 '셔터'를 못보고 지나간채, 할리우드에서 리메이크한 이 영화를 먼저 보게된셈이 되었는데, 한창 2004년 전후로 태국공포영화가 무섭다는 일화와 함께 '디 아이', '셔터'등이 이슈와 흥행을 동시에 몰고 온 적이 있었다. 최근 '바디'나 '카핀'처럼 꾸준히 그 이후로도 아시아권 공포영화가 들어오고있지만, 영~ 공포도나 완성도 모두 그 때만하지 못하다.
아무튼, 할리우드에서 이런 맛깔난 소재를 돈 주고 사가서 할리우드식으로 또 리메이크했는데, 이거 어째 갖고가면 갖고갈수록 "물에 물탄듯, 술에 술탄듯" 영 맹맹하게 모두 만들어버리는지 이해가 잘 안간다. '펄스', '디 아이', '착신아리', '셔터' 등 그 어느하나도 물건너가서 공포영화로서의 본분을 제대로 느낀적이 없었고, 그 흥행했다는 '링'시리즈는 1편만 할리우드 미스터리 스릴러물로 장르를 바꿔서 대박흥행을 일구고, 2편은 오리지날 스토리로 죽쓰고, '주온:그루지' 역시 1편만 반짝흥행하고 2편역시 망했다.
이렇게 되는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우선, 동양적 소재의 공포를 잘 못살리는 할리우드의 잘못이 크다. 원작이 무서운건 내용도 있지만, 동양에서만 느낄수 있는 '한(恨)'적인 공포다. 그런데, 할리우드는 '소재'와 '줄거리', 그리고 '인상깊은 장면'과 '결말'만 가져가서는 자기네들 입맛에 맞게 쉽게쉽게 만들어버린 것이다. 한마디로 원작의 깊음과 의미는 못 살린채 '자기네들의 오리엔탈리즘' 기호대로 만들어버리는 것.
물론, 원작의 내용과 공포를 알고있는 아시아인들을 먼저 생각하고 만드는게 당연히 아니겠지만, 미국쪽의 리메이크작 반응을 보면 그렇게 좋은 편도 아니다. 무섭다던가, 내용이 괜찮다던가하는 것보다, 오히려 '리메이크작'을 보고 '원작'을 찾아보고 더 놀랐다라는 평이 많은편. 물론 '리메이크작'의 효과가 흥행만이 아닌 이런 '원작의 재발견'이라는 이점도 있지만, 그래도 이제까지 리메이크된 아시아산 공포영화들은 모두 할리우드로 가서 '물에 물탄듯이 맹맹한' 영화들이 된 건 사실이다.
그래서인지, 오히려 흥행이나 평들이 괜찮았던건 원작을 가져가서 장르의 변화나 내용상 변화를 할리우드정서에 맞게 변형시킨것들이 오히려 나았다. '팔이 안으로 굽은 건진 모르겠으나' '시월애'를 리메이크한 '레이크 하우스'와 최근작 '미러'는 '거울 속으로'를 리메이크한 것으로 꽤 괜찮았던것 같다. 그 이유는 '레이크 하우스'는 비교적 스타적 배우를 기용해, 기본내용을 차용하되 내용상 변화를 주어 '원작을 본 이들에게도' 신선한 감각을 불어넣어주었으며, '미러'는 아예 기본얼개만을 가져와 '아주 인상적으로 잔인하고 무서운' 공포영화로 만들어버렸기때문이다. 이런 노력은, 원작과의 차별화를 가져오는 동시에, 리메이크작을 다시보게하는 힘을 가지게 한다.
영화 '셔터 인 도쿄'를 보고나서, 영화자체보다 이런 일종의 현상을 말하게 된건, 영화자체가 그렇게 할말이 많은 영화가 아니기때문이다. 원작을 안봤지만, 리메이크작의 내용은 전혀 공포스럽지않았고, 결말이 충격적이지도 않았다. 오히려, 원작 '셔터'의 리뷰들을 읽고나니, 원작이 보고싶어졌다. 같은 소재의 같은 내용인데도 그렇게 다를수가 있다니. 역시 '원작'의 힘이란 대단한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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