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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을 경험한 아이들은 빨리 성장한다.... 이노센트 보이스
ldk209 2008-08-30 오전 12:27:26 1453   [1]
전쟁을 경험한 아이들은 빨리 성장한다....★★★★

 

아버지는 내전이 발생하자 혼자만 살겠다고 아내와 아이들을 두고 미국으로 도망가고, 이제 11살이 된 차바가 가장의 역할을 한다. 비록 뚱땡이 누나는 밑도 제대로 못 닦는다고 핀잔이지만, 차바는 엄마가 만든 옷을 시장에 내다 팔기도 하고, 버스 차장일을 하기도 하는 등 집안의 생계를 돕는 착한 아들이다. 그러나 차바를 둘러싸고 있는 환경은 차바를 암울하게 만든다. 민족해방전선(FMLN)과 내전을 벌이고 있는 정부군은 12살이 되는 아이들을 군대로 끌고 가고, 사는 곳은 정부군과 게릴라의 중간 지점에 위치해있는 바람에 밤마다 총알이 집안으로 쏟아진다. 총격전 와중에 옆집에 사는 누나 친구의 죽음을 목격한 차바는 이제 자신이 군대에 끌려갈 것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 몰린다.

 

<이노센트 보이스>는 엘살바도르 내전을 소재로 한 영화다. 내가 본 엘살바도르 내전을 소재로 한 영화로는 올리버 스톤 감독의 <살바도르>(1985년)와 존 듀이건 감독의 <로메로>(1989년)가 있는데, 특히 <로메로>는 한국에서 개봉할 때 민중학살 장면이 광주항쟁을 연상시킨다는 등의 이유로 화제가 되며 괜찮은 흥행을 기록하기도 했다. 1979년 우파 쿠데타 이후 긴장감이 고조되던 엘살바도르는 1980년 정부와 농민의 충돌이 도화선이 되면서 탄압받던 좌파를 중심으로 내전 상황으로 돌입하게 된다. 그런데 엘살바도르 내전을 다룬 영화를 보면 대체로 민중들은 심정적으로 반군을 지지하는 것으로 그려지고 있다.

 

<이노센트 보이스>에서도 미군이 준 껌을 씹는 차바에게 동네 아줌마는 ‘우리를 죽이는 놈들을 도우는 놈들의 껌을 받아 씹다니. 맛있기도 하겠다’라며 나무란다. 이 에피소드는 아마도 차바가 자신을 둘러싼 환경을 명확하게 깨닫게 되는 계기로 작용하는 것 같다. 특히 차바는 게릴라인 삼촌이 주고 간 라디오로 방송을 들으며 정부군에 대한 반감을 높인다. 이 과정에서 폭행당하는 신부의 모습은 <로메로>의 한 장면을 떠올리게 하고 어린 차바가 친구들, 좋아하는 같은 반 소녀 크리스타나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던 학교도 폐쇄된다. 이제 차바는 정부군의 징집을 피해 게릴라 부대에 합류하기 위해 길을 떠난다.

 

처음 영화는 차바와 친구들이 정부군에 잡혀 끌려가는 장면으로 시작해서 과거로 돌아가 이야기를 풀어 놓는다. 12살 어린 아이를 강제로 징집해가는 것에서 알 수 있듯 정부군은 무지막지하다. 신부를 폭행하고 길거리를 지나가던 젊은 여성을 납치해 끌고 간다. 이렇듯 이 영화는 정부군과 미군에 반감을 품고 있지만, 그렇다고 무조건 게릴라를 두둔하지는 않는다. 차바 엄마는 정부군의 징집을 피해 차바를 데려 가겠다는 삼촌에게 어차피 게릴라도 마찬가지로 어린 아이들을 데리고 가지 않냐며 응대한다. 접전 지역에 살고 있는 차바 엄마가 보기에 정부군이나 게릴라나 자기 아이들에게 위험하기는 마찬가지인 것이다.

 

아이의 눈으로 보는 전쟁은 전쟁의 본질보다는 아이를 둘러싼 피해에 집중하게 된다. 이 영화에서도 화면은 차바의 눈에 비친 여러 아프고 슬픈 장면들을 잡아낸다. 교정에 불려나와 끌려가는 아이들의 겁에 질린 표정, 옆집 누나의 죽음, 군에 가서 폭력적으로 변한 친구의 모습, 폭격 맞아 부서진 크리스타나의 집에서 발견한 찢어진 옷, 옆에서 쓰러져가는 친구들. 이런 장면이 나올 때마다 나도 모르게 눈물이 맺힐 정도로 영화는 감동적이다. 그렇다고 이 영화가 아이들의 슬픔을 과장해서 신파적으로 눈물을 강요하는 건 아니다. 영화는 그런 장면에서 질질 끌지 않고 담담하게 비추며 넘어간다. 그리고 눈물을 흘리는 나보다 차바는 더 의연하게 그 과정들을 견뎌낸다. 확실히 전쟁을 경험한 아이들은 빨리 성장한다. 아이들의 맑은 눈동자와 즐겁게 노는 모습은 예전 TV에서 해주던 멕시코 드라마 <천사들의 합창>을 떠올리게 하는데, 그 아이들이 총을 잡을 수밖에 없는 비극적 상황이 못내 야속해진다. 무엇보다 나를 가슴 아프게 한 건 정부군에게 돈과 무기, 그리고 훈련을 지원하는 미국이 엘살바도르 민중의 살기 위한 도피처로도 활용되는 그 아이러니함이다.

 


(총 0명 참여)
jhee65
너무 슬프네요   
2009-05-22 16:02
ldk209
예.. 괜찮을 거 같은데요... / 차바 엄마를 맡은 칠레 국적의 여배우 레오노어 바렐라는 영화볼 때 느낌이 페넬로페 크루즈 닮은 듯....   
2008-08-30 07:38
seon913
아이와 함께봐도 될영화일까요?   
2008-08-30 01:34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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