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8월 7일 프리머스, 엄마
사실 이준익 감독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왕의 남자>에서부터 <라디오 스타>까지, 그가 과잉으로 안겨주는 친절한 감동이 거북살스러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정할 건 인정해야 겠다. 그는 필모그래피가 늘어 갈 때마다 조금씩 조금씩 더 좋은 영화를 만들어 내고 있다는 것을.
물론 이번 영화도 다르지 않았다. ‘친절한 감동’이 영화가 진행되면 진행될수록 점점 가속화되었고, 돈밖에 모르고 일단 일을 저지르고 보는 철수마저 그 감동의 동조하기 위해, 수애를 남편에게 보내주기 위해 자신의 캐릭터를 깨뜨리기 까지 했다. .
자신의 유령같이 흐릿한 자아를 그림자처럼 길게 늘어뜨리고 그 존재이유를 찾아 막무가내로 남편을 만나려는 여자와 항상 쪼들리며 일부터 저지르고 보는 사기꾼 기질 강한 남자가 이끄는 밴드가 우여곡절 끝에 베트남에 가서 겪는 파란만장한 일들이 영화의 투톱이다.
여자의 남편찾기는 눈물겹다. 그런데 보다보면 그것이 왜 눈물겨운지 살짝 헷갈리게 된다. 정 한번 제대로 붙여보지 못한 남편찾기가 눈물겨운 건지, 친정에서도 시댁에서도 자신의 자리가 없고 남편에게 까지 버림받은 여자의 그 유령 같은 자아가 눈물겨운 건지 모르게 된다.
여자가 우여곡절 끝에(스스로의 지독한 노력이 있었다) 죽을고비를 여러번 넘기고 만난 남편의 뺨을 힘껏, 여러 번 치면서 기어코 울음을 터트렸을 때 관객도 결국은 같이 눈물을 흘리고 만다. 힘들게 사는 그들이 너무 가엾어서다. 사는 게 힘들고, 사랑하는 게 힘들고, 슬프고 외롭고 쓸쓸한 게 힘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