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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한 영화가 주는 메시지에 동의한다.. 슈퍼맨이었던 사나이
ldk209 2008-09-18 오후 2:43:07 1631   [4]
최소한 영화가 주는 메시지에 동의한다.. ★★★☆

 

이 영화는 대단히 정치적이다. 주인공인 슈퍼맨(황정민)의 머릿속에 있는 크립토나이트의 실체와 대머리 악당의 존재가 우선 그러하다. 5월 광주에서 아버지를 잃고 머리에 총을 맞았지만 기적적으로 살아남은 슈퍼맨은 누구도 도와주지 않는 교통사고 현장에서 아내와 아이를 잃는 참혹한 사고를 겪고 자신을 슈퍼맨이라고 믿으며 소위 ‘미친 놈’이 된다. 아이러니하게 더 이상 인간을 믿지 않는 휴먼 다큐멘터리 PD 송수정(전지현)이 우연히 슈퍼맨을 만나 다큐멘터리 소재의 하나로 취재하면서 이야기는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사실 영화는 중반부까지 이미 하고 싶은 얘기는 다 한 거나 마찬가지다. 중반 이후로 슈퍼맨의 구체적인 과거가 소개되기 시작하는데, 처음부터 대머리 악당하고 나올 때, 대충 그게 누구를 의미하는 지 뻔했다는(어릴 때는 전두환이라고 이름을 부르는 사람도 거의 없었다. 그냥 대머리라고 하면 전두환을 지칭하는 것이었다. 이것도 일종의 저항 심리였다. 니 이름도 부르기 싫어... 뭐 이런 거) 점을 고려해보면 영화의 후반부는 감정적 고양을 위해 배치되었다는 감이 있다.

 

우리 모두에게는 슈퍼맨이 될 능력, 즉 위대해질 수 있는 잠재력이 있는데 그것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을 뿐이라는 게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바고 그것의 지향점은 바로 “Save The Earth! Change The Future!”이다. 대단히 거창해 보이는 구호지만 실제 슈퍼맨의 실천이 그리 대단한 것만 있는 건 아니다. 횡단보도를 건너는 노약자를 보호한다거나 집 잃은 개를 찾아준다든가 무거운 짐을 들고 가는 노인을 도와준다든가 교통사고를 당한 사람을 도와준다거나, 영화에는 나오지 않지만 자기 집 앞을 청소하고 일회용품 소비와 육식을 자제하고 담배를 끊는 것 등도 포함될 것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기도 하고 씁쓸하기도 한 건 누구를 도와준다거나 지구 환경을 걱정하는 모습은 미친놈일 때 나타나고 약을 먹고 정상인이 되자 그러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건 극단적인 풍자일까? 아니면 현실의 반영일까? 어쩌면 우리들이 평소에 이런 사람들을 바라보는 시선의 한 단면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또 하나 이 영화가 정치적이라는 생각이 든 건, 반대로 뒤집어서 볼 때 한국 사회에서 거대담론에만 몰두해 있는 진보 내지는 개혁세력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예전에 아는 사람이 지방선거 구의원에 출마했다가 낙선했다. 상대 후보는 나이도 고령이고 학력도 별 볼일 없고 부정비리가 연상되는 지역 건설업자였다. 선거가 끝난 후 열린 뒤풀이에서 후보나 참모들은 술이 취하자 매우 억울해하는 듯한 발언들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물론 나도 객관적으로 볼 때 내가 아는 후보가 상대 후보에 비해 양질일 가능성(말 그대로 가능성이다)은 높다고 생각은 했지만 그렇다고 낙선한 게 억울하다는 입장을 지지할 수는 없었다. 소위 진보 세력이 거대 담론에 몰두해서 중앙만 바라보고 있을 때, 상대 후보와 같은 사람들은 아침에는 동네 골목길을 청소하고 밤이면 우범지역을 돌아다니며 방범 활동을 했던 사람이었다. 동네 일꾼을 뽑는 선거에서 주민들이 상대 후보를 뽑았던 건 다 이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한국 사회에서 진보 정당이 국민들 사이에 뿌리를 내리려면 중앙 정치 위주로만, 거대 담론 위주로만 활동하는 것을 지양해야 한다. 그런 활동과 함께 지역에서 주민들이 실제 공감할 수 있는 실생활에 도움이 되는 활동들을 펼쳐야 한다. 그래서 밑에서부터 공고하게 다져져 있는 토착 권력에 균열을 내야 한다. 영화에서 슈퍼맨의 실천이 결국엔 또 다른 슈퍼맨을 만들어 냈던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이 영화의 메시지에 공감한다는 것과 영화 <슈퍼맨이었던 사나이>를 지지하는 것하고는 별개의 문제다. 정윤철 감독은 영화 연출에 대한 의문에 대해 “미적 연출을 포기하고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에 중점을 두었다”고 답한 바 있다. 즉, 연출의 미흡함을 지적하는 건 감독에겐 비판이 아니라 당연한 것이다. 그럼에도 동일한 메시지를 여러 차례에 걸쳐 강요하는 건 그다지 납득하기 어렵다. 좋은 일을 하려면 이렇게나 굳센 결의가 필요한 가 싶은 불편함도 느끼게 되고. 특히 마지막에 사람을 희생시켜가면서까지 메시지를 전달해야만 했을까. 아마도 이런 걸 보면서 외국 영화인들이 한국 영화는 너무 극단적이라고 말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 목소리에서 좀 깨긴 하지만 전지현의 연기가 아주 처지는 건 아니다. 그럼에도 왜 전지현이 나오는 영화는 왠지 꺼려질까? 그건 전지현에게(혹은 김태희에게, 송혜교에게) 배우로서의 이미지가 별로 없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일반적으로 드라마는 출연 배우들도 많고 오랜 시간을 하다 보니 주인공 외의 조연들에게도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즉, 특정 주인공 한 두 명이 맘에 안 들어도 드라마를 볼 수는 있다. 거기에 집중도도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밥을 먹으며 볼 수도 있고, 보는 도중 화장실을 다녀오기도 하고 설거지를 하며 보기도 한다.

 

반면 영화는 내 돈 내고, 내 시간 들여서, 직접 극장으로 찾아가서 가급적 중간에 딴 짓 안하고 영화만 봐야 한다. 대략 2시간 내외다보니 여기저기 시선을 분산시키지 않고 주인공 위주로 스토리를 끌고 간다. 따라서 주연 배우의 연기력에 대한 인정은 영화를 볼 것인가에 큰 영향을 미친다. 전지현은 배우라기보다는 CF 모델의 이미지다. 김태희도 그렇고 송혜교도 그렇다. 그렇다고 이들이 배우로서 영화에 출연하는 것도 아닌 것 같다. 대게는 흥행성에 대한 고려, 대형 화제작 중심으로 자주도 아니고 잊혀질만하면 한 번씩 출연한다. 관객 입장에선 허구한 날 TV 화면을 통해 접할 수 있는 이들 모델을 보기 위해 굳이 내 돈 써가며 극장에 갈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 어떨 때 보면 이들 CF 모델들은 그저 자신들의 모델료 인상을 위해 영화에 출연한다는 인상을 받기도 한다. 배우로서의 진정성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 그것이 바로 이들에게 가장 큰 문제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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