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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인 사람과 처음인 사람의 묘한 동행... 텐텐
ldk209 2008-09-23 오후 6:25:32 1472   [2]
마지막인 사람과 처음인 사람의 묘한 동행... ★★★☆

 

영화마다 여러 색깔을 보여준 배우이긴 하지만 이 영화에서 만나는 오다리기 조는 기존 영화에서 봐왔던 그 와는 조금 다르다. 후줄근하고 자신감 없고 멍하고 타인에게 관심 없고 의욕도 없고 희망도 없다. 한마디로 하면 찌질이 정도? 아마도 그가 이렇게 된 데에는 어릴 때 부모로부터 버림 받은 트라우마가 작용했을 가능성이 크다.

 

<텐텐>의 후미야가 왜 대학교 8학년이나 됐는데 졸업을 못하고 있는 것인지를 영화는 설명하지 않는다. 그저 그의 현재를 보면서 대충 짐작할 뿐이다. 도박 빚이 무려 80만 엔이 넘는 그는 3일 안에 빚을 갚으라는 최후통첩을 받는다. 괜히 좋을 일이 생길 것 같아서 구입한 삼색 치약은 써보지도 못한 채 짜부러지고, 우연히 주운 열쇠로 코인로커를 열어서 가방 하나를 슬쩍 해보지만, 거기엔 달마상 인형만이 들어 있을 뿐이다. 그런 순간에 빚을 받으러 다니는 후쿠하라가 독특한 제안을 한다. 자신과 함께 관청이 몰려 있는 도쿄 중심지까지 걸어가자는 것. 시간은 삼일이 걸릴지, 한 달이 걸릴지 모르는 도쿄 산책에 후쿠하라는 100만 엔이라는 거액을 건다. 과연 두 남자의 동행에는 어떤 의미가 담겨 있을까?

 

영화의 약 2/3되는 지점까지 <텐텐>은 <Adrift In Tokyo>라는 원제처럼 일종의 로드 무비 형식으로 진행된다. 그런데 카메라가 보여주는 도쿄는 우리가 흔히 접하고 알고 있는 대형 빌딩으로 둘러싸인 그런 도쿄가 아니다. ‘번잡한 큰 도로의 바로 뒤만 들어가도 고즈넉한 정취를 느낄 수 있다’ - 대충 이런 의미의 말을 후쿠하라가 했듯이 영화에서 보이는 도쿄는 마치 우리네 소도시를 연상하게 하는 풍경을 간직하고 있다. 좁은 골목길, 늘어진 나뭇가지들, 낮은 담장, 피아노 소리가 들리는 학교 운동장, 오래된 펌프.....

 

사실 후쿠하라는 실수로 아내를 죽이고 경찰에 자수하러 가는 길이다. 그가 자수하기 전에 도쿄를 산책하기로 한 것은 나이가 들면 아내와 함께 도쿄나 산책하면서 여생을 보내자고 한 약속 때문이고, 도쿄 여기저기에 아내와의 추억이 서려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그가 도쿄를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것은 그의 일생에서 마지막일지 모른다. 그런데 왜 하필이면 그가 마지막 추억의 산보 동행자로 빚에 쪼들리고 있는 후미야를 선택했을까? 후미야도 그게 궁금해 중간에 한 번 물어보지만 대답을 듣지 못하고 넘어간다. 그리고는 끝까지 여기에 대해 명확한 답을 해주지 않는다. 어쨌거나 어린 아이를 잃은 아픔이 있는 후쿠하라는 부모와 함께 한 추억이 없는 후미야에게 도쿄에서의 새로운 추억을 만들어 준다.

 

후미야는 어릴 때 부모에게 버림받음으로 인해 다른 애들은 다 해봤을 놀이기구도 타보지도, 도쿄 산보를 해보지도 못했다. 이제 후미야와 후쿠하라는 둘의 추억이 깃든 곳을 찾아다니고, 경험하지 못했던 부자간의 놀이와 정서를 공유하게 된다. 이리저리 돌아다니던 후미야는 마지막에 유사 가족의 품 안에 안주한다. 후미야는 짧은 시간이지만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여동생과 함께 하는 생활을 영위한다. 별로 울 일이 없었던 후미야는 카레를 먹으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린다. 지금의 이 행복을 조금이라도 잡고 싶어서.

 

※ 영화는 후미야와 후쿠야마의 동행을 보여주면서 잠깐씩 후쿠야마의 아내가 근무하던 회사의 직원들이 출근하지 않는 아내가 걱정되어 집에 찾아가는 여정을 보여준다. 세 명의 남녀가 펼치는 이 부분은 엉뚱한 대사와 과장된 몸짓으로 일관된 전형적인 일본식 코미디를 보여준다. 나는 세 명의 퍼포먼스를 보면서 <거북이는 의외로 빨리 헤엄친다>를 연상했는데, 그 영화에 출연한 여성 연기자와 <텐텐>에 출연한 여성이 닮은 것 같긴 한데 같은 인물인지는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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