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검색
검색
 
‘키드 웨스턴’, 미국 역사를 조롱하다.... 빅시티
ldk209 2008-10-01 오후 8:05:13 1080   [1]
‘키드 웨스턴’, 미국 역사를 조롱하다....★★★★

 

자연스럽게 <파리대왕>이 떠올려지는 <빅 시티>는 편하게 생각하면 어른 흉내를 내는 어린이들의 한 판 소동극으로 치부할 수도 있고, 미국 역사에 대한 까발림으로 읽혀지기도 한다. 영화는 흑백화면으로 차를 타고 가던 노인이 자신이 쓴 책 <빅 시티>를 손녀에게 읽어주는 것으로 시작한다. 마지막에 가서야 노인이 바로 ‘빅 시티’에서 모두에게 바보 취급을 받던 어른이었음이 밝혀진다.(이름이 가물가물하네. ‘바조’였던가?)

 

이 영화의 묘미는 출연 배우들마다 각각의 캐릭터가 설정되어 있으며, 어찌 보면 연극의 느낌이 나기도 하는 아이들의 연기가 무난하게 결합되어 캐릭터를 살려주고, 이야기를 풍성하게 만들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 캐릭터의 이름 자체부터 미국의 역사와 아이콘을 상징하고 있어 이채롭다.

 

영화의 가장 대표적인 두 캐릭터를 살펴보면, 웨인은 이름에서부터 미국 서부극의 대표적인 아이콘인 ‘존 웨인’을 상징하며, 영화에서 ‘존 웨인’의 아버지인 것으로 묘사되어 있다. 웨인은 기본적으로 정의로운 캐릭터지만 모든 인디언은 악(惡)한 존재이며, 죽여야 한다는 뿌리 깊은 편견을 가지고 있다. 이 영화의 대표적인 악역인 ‘화이트’는 이름에서부터 미국 백인을 대표하는 인격체라 할 수 있다. KKK단의 복장을 디자인한 화이트는 백인을 제외한 다른 인종에 대해 배타적이며, 부와 영토 확장, 권력 장악을 위해 온갖 폭력과 협잡을 동원한다. 즉, 영화는 선한 편을 대표하는 웨인조차, 인디언에 대한 관점(여러 사건을 통해 변화되긴 하지만)을 보면 미국 역사에 대한 고발이며, 미국 전통 서부극에 대한 풍자라고 할 수 있다. 한편 차별의 대상인 흑인 캐릭터의 이름은 아이러니하게도 ‘인디펜던스’이다.

 

영화는 웨인, 화이트, 인디펜던스 등 흑백인들과 인디언인 와피티 등의 캐릭터를 통해 인디언 학살, 흑인 등 타 인종에 대한 차별과 학대, 환경 파괴, 무분별한 영토 확장 등 미국의 과거와 현재에 대한 풍자와 조롱을 끊임없이 내뱉는 한편으로 아이들로 이루어진 빅 시티 주민들과 역시 아이들만 남은 인디언들의 갈등과 해소 과정을 통해 별 것 아닌 사소한 오해들이 거대한 갈등의 뿌리일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아마도 헐리웃에서 이런 키드 무비를 만들었다면 결론은 보나마나 모두가 행복해졌다는 식의 해피엔딩(백인과 인디언의 화해)으로 끝을 맺었을 것이다. 그러나 <빅 시티>는 행복해 보이는 결말에도 불구하고 모두의 행복은 아니다. 누군가는 죽었으며, 누군가는 조상대대로 살아오던 땅에서 쫓겨나야 했다. <파리대왕>이 아이들을 위한 영화가 아니듯, <빅 시티>도 아이들만을 위한 영화는 아니다. 한편, 미국의 서부가 배경임에도 모든 배우들이 천연덕스럽게 프랑스어를 사용하는 건 독특한 재미를 안겨준다.

 

※ 그 외 캐릭터로는 전형적인 영국형 귀족 캐릭터인 우아함과 미모를 갖춘 데보라, 술집에서 뽀뽀로 벌이(?)를 하며 노래로 뜬금없는 뮤지컬 느낌을 주기도 하는 니콜, 비폭력 박애주의자인 인디언 추장의 아들 와피티 등이 있다.

 

※ <빅 시티>는 서울의 경우 홍대 근처에 있는 ‘상상마당’에서 유일하게 상영하고 있다. 평일 마지막 회에 예매해서 보러 갔는데, 혼자서 봤다. -,-;; 대형 멀티플렉스는 어차피 그럴 일도 별로 없지만, 독립영화나 예술영화만을 상영하는 극장에서 사람이 너무 적게 들어와 있으면 이상하게 괜히 미안해진다. 혹은 불안해진다. 장사 안 돼서 문 닫을까봐.

 


(총 0명 참여)
1


공지 티켓나눔터 이용 중지 예정 안내! movist 14.06.05
공지 [중요] 모든 게시물에 대한 저작권 관련 안내 movist 07.08.03
공지 영화예매권을 향한 무한 도전! 응모방식 및 당첨자 확인 movist 11.08.17
70731 [바빌론 A..] 또 다른 볼거리가 많은 영화 (1) dongyop 08.10.02 1681 5
70730 [더 클럽] 낚일때로 낚였다. (2) dongyop 08.10.02 1497 6
70729 [미스 페티..] [미카엘] Where is your love? soda0035 08.10.02 1041 0
70728 [멋진 하루] 2시간짜리 아반테CF (1) idchecker 08.10.02 1808 1
70727 [고고70] 역시 21세기를 살아간다는 건 축복이다 maymight 08.10.02 1318 0
현재 [빅시티] ‘키드 웨스턴’, 미국 역사를 조롱하다.... ldk209 08.10.01 1080 1
70725 [고死 : ..] 대체 어떻게 이런 게임이 가능한 거야??? (1) ldk209 08.10.01 1799 2
70724 [바빌론 A..] 배신들 속에서 사람구하기.. moviepan 08.10.01 1300 0
70723 [영화는 영..] 소름끼치게 잘 만든 작품(作品)! kaminari2002 08.10.01 1908 0
70722 [바빌론 A..] 허무주의를 나타낸 괜찮은 액션영화 fornest 08.09.30 21500 0
70721 [트럭] 기대보단 완전 실망 (3) dongyop 08.09.30 10070 6
70720 [원초적 본..] 보톡스맞은 샤론스톤 pontain 08.09.30 1544 1
70719 [남의 섹스..] 영화제목을 왜 이렇게 했을까..!? (2) ehgmlrj 08.09.30 1231 0
70718 [겟 스마트] 두 배우의 콤비 영화 joynwe 08.09.30 1322 0
70717 [고고70] 이게뭔가요... (1) frightful 08.09.30 2001 1
70716 [헬보이 2..] 델 토로 월드의 귀환!!! ldk209 08.09.30 1410 0
70715 [블러디 아..] 잔인한 복수극 moviepan 08.09.30 1168 0
70714 [트럭] 정말 꽝이다 (1) polo7907 08.09.30 1263 1
70713 [멋진 하루] 흔적을 더듬어 가는 멋진 하루... (5) ldk209 08.09.30 23099 13
70712 [고고70] 우리가 누구? woomai 08.09.30 1338 0
70711 [멋진 하루] 아이같이 꿈꾸는 남자와 평생을 함께 할 용기있는 여자가 있을까 polo7907 08.09.30 1664 0
70710 [더 클럽] 억지로 짜맞춘 벗다만 입다만 엉거주춤 스릴러 everydayfun 08.09.30 1265 1
70709 [미러] 전 괜찮았다에 한표! frightful 08.09.30 1162 1
70708 [꽃보다 남자] 드라마보다 괸찮은 듯.. (1) hoon7892 08.09.29 1126 0
70707 [신기전] 기대않고봐서 괜찮은 영화 leica 08.09.29 1368 1
70706 [황시] 별루 leica 08.09.29 1570 1
70705 [트럭] 진구-숨은 보석의 발견 takitalouis 08.09.29 1206 1
70704 [맘마미아!] 뮤지컬영화는 돈주고 봐도 안아까워 (3) leica 08.09.29 22566 3
70702 [인 블룸] 꽃향기가 느껴지는 아름답지만 가슴 아픈 진실.. (3) ldk209 08.09.29 12046 16
70701 [아주 특별..] 대중과 점점 더 거리를 좁히는 이윤기 감독.. ldk209 08.09.29 1863 1
70700 [황색눈물] 재능이 없기 때문일까? 노력을 안 했기 때문일까?.. (1) ldk209 08.09.29 1041 1
70699 [미스트리스] 10년의세월.. (1) moviepan 08.09.29 1097 1

이전으로이전으로736 | 737 | 738 | 739 | 740 | 741 | 742 | 743 | 744 | 745 | 746 | 747 | 748 | 749 | 750다음으로 다음으로




1일동안 이 창을 열지 않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