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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가의 카리스마 아래 절묘하게 하나가 된 폭소, 슬픔 그리고 비장감 소림 축구
themovier 2002-05-18 오후 7:00:45 1409   [11]
저번 주 금요일 시네하우스에서 한 '소림축구'시사회에 다녀왔습니다.

벌써 1주일이나 됐는데 너무 게을러져서 여태까지 글을 안쓰고 있었네

요....이거 말고도 4개나 더 남았는데....



영화 '소림축구'는 코메디의 대가 '주성치'의 최신작으로 그가 주연, 감

독, 각본, 편집의 1인 4역을 해낸 야심작이자 '주성치' 영화의 정수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홍콩에서는 이미 엄청난 흥행몰이를 해 역대 박스오

피스 신기록을 세우고 홍콩의 아카데미상이라 부를 수 있는 금상장상 시

상식에서 최우수 영화, 감독, 주연, 특수효과 부분 등 13개 부분 후보에

올라 7개 부분 수상을 했습니다. (우리나라에 내한 했을 때 예정보다 하

루 늦게 도착했는데 그 이유가 상을 타 기분이 너무 좋아 술을 마시다

숙취 때문에 늦게 왔다고, 자신에게 난생 처음 있는 일이라 이해해달라

고 솔직하게 말했다죠.^^)



대다수의 사람들이 요즘 영화를 볼 때 자고로 영화는 이치에 맞고 논리

적인 내용이어야 한다는 생각을 무의식적이라도 하게 되서, 무협물이나

시나리오상 우연이 반복되는 영화는 기피하고 있습니다. 이는 아무래도

사람들의 의식구조가 점차 논리적으로 바뀌고, 헐리우드에서 만든 현실

을 기반으로한 빼어난 영화들을 많이 봐와서 일텐데, 영화 '소림축구'는

대다수가 평소에 생각해 온 영화의 미덕 완전히 벗어나 있습니다.

이 영화에서 영화의 구조나 시나리오의 정교함을 논한다거나 등장 인물

들의 엄청난 내면연기를 논한다는 자체가 웃기는 일이기 때문에 '주성

치'가 언제나 굳은 신념으로 밀고나가는 유머에 대해서 말해보겠습니다.

영화가 시작하고 영화의 첫 부분부터 정말 황당하기 짝이 없는 유머가

나오는데, 이 때는 '뭐 이런게 다 있어?'를 살며시 연발하다가 영화가

중반에 접어들면서 그 황당한 유머에 빠져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죠.

그 황당한 유머는 슬랩스틱부터해서 갑자기 영화의 장르가 바꾸는 듯한

장면이 나오거나 영화의 프레임밖에 있는 부분을 슬며시 끌어오는 등 언

제,어떤 부분에서 나올지 상상을 초월하기 때문에 관객은 그저 바라만

보고 있다가 완전히 휘말려 빠져버리게 됩니다.

근데 이 황당한 유머는 그저 황당하기만 한 게 아니라 정말 너무나 웃기

기 때문에 기막힌 유머로 등급이 올라가지요...얼마나 웃긴가 하면, 영

화를 보다가 웃긴 나머지 배를 잡고 '미치겠네...'를 끝날때까지 연발할

정도입니다. 웃겨서 미치겠다니...상상이나 해보셨나요? 정말 그냥 하는

소리가 아니라 이렇게 웃긴 영화는 처음이라서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군

요.

아...근데 단지 기막힌 유머에서 끝나느냐...또 그게 아닙니다. '주성

치'의 영화에는 강렬한 폭소 뒤에 깔려 있는 은은한 슬픔이 있는데, 이

러한 점이 다른 코메디 영화들과 그의 영화를 차이짓는 점이라고 생각합

니다. 약자나 패배자들 무리에 섞여 자신의 꿈을 성취하는 그 과정에서

약자의 모습을 표현하는데 그의 영화처럼 부담없지만 순수한 슬픔 그 자

체로 받아들일 수 있는 영화는 드물 것 입니다. 그래서 기발한 유머는

폭소안에서도 슬픔을 발견할 수 있는 리얼한 유머로 한 단계 더 올라갑

니다.

현실속에서 접할 수 있는 리얼한 유머를 다룬 것만으로도 돋보일텐데 거

기서 그치지 않고 웃음과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요소인 비장감도 집어넣

었습니다. 영화의 결말부로 갈수록 웃음의 강도가 강해지지만 더불어 슬

슬 자리를 비켜나는 슬픔사이로 비장감이 끼어들어 웃음의 품격을 한단

계 높여줍니다. 겉모습이나 하는 짓은 별볼일 없지만 주인공들이 진정

목표로 하는 것을 얻기 위해 투쟁하고, 그 투쟁 끝에 나타나는 최강의

적이 어떤 짓을 하는지 상관하거나 의심하지 않고 오로지 자신들의 최선

을 끌어내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에서 나타는 비장감은 슬픔이 빠져나간

자리에 홀로 남은 웃음을 다시금 돋보이게 만드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

다. 이렇게 '주성치'는 폭소와 슬픔이 공존하는 사이에 비장감을 집어

넣음으로써 정말 누구도 넘보지 못할 대가의 유머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정말 일반 사람들이 가장 천대하는 장르중 하나인 코메디, 오직 코메디

에만 매달린지 10년이 넘은 고생끝에 얻은 멋진 결과물이 탄생한 것입니

다.



이 영화를 보면 어떤 사람이든 당황하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심지어

주성치 매니아들도 말입니다. 그 이유가 너무 재미있어서든, 너무 황당

해서든, 주성치 영화에 이런 화려한 특수 효과가 쓰여있어서든, 다 제각

각이지만 하여간 우리가 기존에 봐왔던 영화와는 다르기 때문입니다.

헐리우드의 매끈한 영화와 유럽 영화의 몽환적이면서도 예술적인 영화뿐

아니라 자국의 홍콩영화와도 다른 형태를 띈, 장르의 이름을 말하라면

오로지 '주성치'라고 할 수 밖에 없는 영화만을 생산한지 벌써 10년이

넘었는데, 기나긴 수모를 견디고 이제야 빛을 보게 되는 것 같아 아쉬운

마음이 듭니다.

우리나라에서 작년부터 내보냈던 골빈 조폭영화로 인해 실추된 코메디의

명예를 단번에 회복시킬 영화 '소림축구'. 재미를 원하시는 분들이나 색

다른 맛을 원하시는 분들이나 대가의 영화를 느끼고 싶은 분들, 모두를

충족시킬수 있는 영화니 꼭 한번씩 보십시오.



(총 0명 참여)
jhee65
충족시킬수 있는 영화니 꼭 한번씩 보십시오.   
2010-08-13 16:02
좋은 반응 보여주셔서 감사합니다. 근데, 이 글 제가 벌써 올렸는데...^^   
2002-05-19 01:03
구구절절 옳은 말씀입니다. 님 퍼가도 될까요? 소림축구게시판에 올리고 싶은데...   
2002-05-18 2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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