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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과 함께해서 정말 행복했습니다.... 구구는 고양이다
ldk209 2008-10-22 오전 8:32:42 1456   [4]
당신과 함께해서 정말 행복했습니다....★★★★

 

높은 빌딩과 한적한 뒷골목, 사람들로 북적이는 쇼핑 거리와 동물, 자연이 숨 쉬는 공원이 공존하는 매력적인 공간 키치조지에 사는 유명 만화가 아사코(코이즈미 쿄코)는 연재만화의 마지막을 끝낸 날, 15년을 함께 살아 온 고양이 ‘사바’와 작별을 고한다. 거울 위에서 자는 걸 좋아했던 나르시스트 사바의 죽음은 그녀의 삶에 어둠을 드리우고, 그녀는 작품 활동을 중단하는데, 슬픔에 잠겨 있던 아사코는 3개월 된 새끼고양이 구구를 만나게 되면서 슬픔을 거두고 두 번째 고양이와의 인연을 이어 나가게 된다. <구구는 고양이다>는 구구로 인해 새로운 활력을 얻은 아사코와 어시스턴트인 나오미(우에노 주리) 등 주변 인물들의 관계, 연하 청년 세이지(카세 료)를 대하며 느끼는 감정들, 그리고 그녀의 삶에 갑자기 찾아온 아픔 등을 이누도 잇신 감독의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섬세하면서도 잔잔하게 그려나간다.

 

관련 동호회 사이트에 가보면 이제는 애완동물이라는 말 대신에 몇 년 전만 해도 어색하게 들렸던 ‘반려동물’이라는 표현이 거의 자리 잡은 것으로 보인다. ‘반려동물’이라는 표현은 애완동물이라는 명칭에서 느껴지는 동물을 장난감이나 인형으로 보는 관점을 지양하고 더불어 살아가는 생명이 있는 존재라는 의미에서 1983년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국제 심포지엄에서 제안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2008 부산 국제영화제에서 최고의 화제를 낳은 <구구는 고양이다>는 옴니버스 영화였던 <우리 개 이야기>에 참여해 개를 소재로 영화를 만들었던 이누도 잇신 감독의 신작으로 대표적인 반려동물인 고양이를 소재로 한 영화다.

 

사람들에게 개와 고양이는 정반대의 이미지를 가진 동물로 인식되고는 한다. ‘개는 사람을 따르고, 고양이는 집을 따른다’, ‘밥 주는 사람이 개에게는 주인이지만, 고양이에게는 하인 또는 친구이다’, ‘개가 꼬리를 흔드는 것은 좋아서 하는 행동이고, 고양이가 꼬리를 드는 건 겁을 주기 위한 행동이다’ ‘사람으로 치면 개는 어린이고, 고양이는 노인이다’ 그래서 개와 고양이는 친하게 지내기 어렵다고들 하지만, 실제로 둘을 같이 키워본 경험에 의하면 특별히 사이가 안 좋은 건 아니다. 서로가 익숙해지면 그럭저럭 잘 지낸다. 그럼에도 태어나자마자 사람에게 길들여지는 개와는 달리 고양이는 잘 길들여지지 않는 차이가 있다. 사람이 들어오면 쪼르르 달려와서 애교부리는 개와는 달리, 고양이는 불러도 잘 오지 않는다.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은 고양이의 그런 도도함이 매력이라는 얘기를 자주 한다. 자기만의 공간에서 자기만의 생활을 하는 고양이는 키우는 사람 입장에서 보면 확실히 깔끔한 성격 등으로 해서 키우기는 개보다 상대적으로 수월하기는 한 것 같다.

 

어쨌거나 <구구는 고양이다>는 처음부터 끝까지 고양이가 중심인 영화는 아니다. 영화는 초반, 새끼 고양이의 귀여운 모습이나 자연스런 붕가붕가의 모습 - 처음 개나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들은 이런 모습에 당황해하는 경우가 많다 - 또는 첫 외출의 모습이 화면을 장식하지만, 이내 새끼 고양이로 인해 변화된 사람들의 모습을 비춘다. 암컷을 쫓아 집을 나간 구구를 찾기 위해 공원에 갔다가 만나게 된 연하 청년 세이지에게 설렘을 느끼는 아사코의 감정. 당황해서 술잔을 엎을 정도로 두근거리는 상대지만 막상 세이지가 적극적으로 대쉬하자 쉽게 마음을 열지 못하는 아사코의 고민은 아름답고 유머 있지만, 매우 현실적인 감정이고, 현재에 안주하려 하지 않고 새로운 곳을 향해 떠나려 하는 나오미의 모습은 마치 길들여지지 않는 고양이를 보는 것만 같다.

 

고양이로 인해 빚어지는 일상의 작은 변화를 세심하게 살피는 <구구는 고양이다>는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 - 특히 개와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들이 부딪치는 대표적인 두 가지 문제를 다루고 있다. 그건 중성화와 그들의 짧은 삶에 관한 문제다. 중성화는 애견인, 애묘인 사이에서도 찬반양론이 거세게 격돌하는 가장 대표적인 주제다. 찬성하는 쪽이나, 반대하는 쪽이나 나름의 정교화된 논리가 정립되어 있는 중성화는 그만큼 미묘한 문제다. 개인적으로는 찬성 쪽 입장이긴 하지만, 중성화 수술을 앞두고 공원에서 거의 죽을 표정으로 고민하는 아사코의 입장도 충분히 이해된다. 사람들이 고양이를 기피하는 가장 큰 이유는 발정기 때 내는 아기 같은 울음소리 때문이다. 그런데 길고양이들을 사로잡아 중성화 수술만 시켜놔도 주민 민원이 대폭 줄어든다고 한다. 가끔은 책임지지도 못하면서 많은 새끼를 낳도록 방치, 결국 유기견, 유기묘 증가에 한 몫을 담당하는 사람을 보면 분노가 치밀기도 한다. 책임지지 못해 길거리에 버려지느니 차라리 중성화가 낫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이다. 영화에서 중성화 수술을 받은 고양이 구구가 엘리자베스 카라를 하고서는 아사코와 세이지의 사랑 놀음(?)을 바라보는 표정은 마치 이렇게 말하고 있는 것 같다. “나에겐 중성화 수술 해 놓고 니들은 뭐하는 거냐” -,-;;

 

중성화보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을 더 좌절하게 하는 건 반려동물의 짧은 삶이다. 영화에서 아사코는 고양이는 사람보다 세 배의 속도로 빨리 산다며, 가슴 아파한다. 고양이의 경우에도 정확한지는 모르겠지만, 개의 나이를 사람으로 치면 개가 3개월일 때 5세, 한 살일 때 18세, 2살이면 24세, 10살이면 56세, 13살이면 68세가 된다. 그러므로 영화 속 사바는 15살까지 살았으므로 사람으로 쳐도 거의 천수를 누린 셈이 된다. 어릴 때 집에서 반려동물을 키웠던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사랑하는 존재의 상실, 떠남, 죽음에 대해 먼저 배우게 되고 인간적으로 깊어진다고 한다. 그래서 전문가들도 아이들의 EQ를 위해서는 반려동물을 키우는 게 큰 도움이 된다고 조언한다.

 

이 영화는 대략 세 군데에서 관객의 눈물샘을 자극한다. 아사코가 병원에서 임 진단을 받고 수술 받는 동안 구구를 맡기러 나오미를 찾아왔다가 둘이서 안고 우는 장면, 병원에 입원한 아사코를 응원하기 위해 나오미와 다른 어시스턴트 및 여고생들이 벌이는 귀엽지만 왠지 슬픈 댄스 장면, 그리고 꿈에서 아사코와 사바가 대화를 나누는 장면에서다. 특히 여성으로 분한 사바와 아사코가 나누는 대화는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염원하는 장면일 것이다. 당연하겠지만 동물의 표정이나 행동을 보고 있으면 정말 궁금해진다.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일까? 일본에서는 개의 짖는 소리를 해석해서 보여주는 기계도 나와 있다고 한다. (개의 소리를 해석하는 기계에 관한 얘기는 <우리 개 이야기>에서도 한 테마를 차지하고 있다. 이와 관련한 유머 한 마디 - 실제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본에 유학 간 한국 대학생이 혼자 지내기 심심해 강아지를 키우다가 궁금해서 번역 기계를 사서 개 몸에 부착했다고 한다. 조금 있다가 개가 짖기에 기계를 확인했더니 “이 딴 거 내 몸에 달지 마”라고 되어 있었다나.. ㅋㅋㅋㅋ)

 

아무튼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이 반려동물에게 가장 듣고 싶은 말은 아마도 사바가 아사코에게 한 말일 것이다.

 

“당신과 함께해서 정말 행복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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