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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였지만 혼자이지 않게, 혼자 였지만 미소 지을 수 있는... 오버 더 레인보우
gamequen 2002-05-20 오전 1:38:39 1293   [3]
  그날은 비가 내렸다. 사정이 생겨 여러 사람들과 함께 가려 했던 영화를 혼자서 보게 되었다. 혼자서 영화관을 찾은 것은 처음이라 머쓱하기도 했을 뿐더러, 낮부터 꾸질 꾸질 했던 하늘이 결국 비를 뿌리고, 하나의 우산 속에 서로의 허리를 굳세게 부여 잡고 있는 연인들이 다른 영화들 보다 더 많아 보이기도 하여 심통이 잔뜩 났다. 하필이면 꽉찬 관객석, 연인과 함께 하면 좋을 영화라는 많은 영화평들.... 모든것이 혼자 온 나를 시작부터 주눅 들게 만든 영화 오버더 레인보우.

  요즈음의 한국 영화는 피칠갑 영화 투성이였다. 거의 대부분의 한국 영화는 욕, 피, 노출의 3박자를 고루 갖추고(?) 스크린을 점령했다. 처음에는 그래도 웃기니까...라는 생각에 이런 영화를 선호 했으나 차츰 실증이 나기 시작했다. 그러나 실증을 내는 관객은 나뿐만이 아니었나 보다. 새로 쏟아져 나오는 한국 영화들이 거의 대부분 상큼하고, 깔끔한 이슬같은 영화인 것을 보니 말이다. 한동안 잔인한 한국영화에 지쳐 한국 영화에서 멀어 졌으나 혼자 일지라도 다시금 스크린을 찾게 만든 영화 오버 더 레인 보우-물론 개인적으로 '이정재'라는 배우를 좋아한 탓도 있었다^^a-.

  기상 캐스터 진수는 교통사고를 당한다. 그로 인해 부분기억상실증에 걸린 진수. 거의 대부분이 기억이 나지만 무언가 절실했던 것, 안타까웠던 기억이 있는데 그것이 무엇인지 도무지 생각이 나지 않는 진수. 진수는 그 안타까움과 절실함이 8년 동안 사랑했던 어떤 사람을 잊어 버린데 기인한 것임을 알게 된다. 그러나 그와 가장 절친한 친구 였던 상인 조차 진수의 무지개였던 '그녀'를 알지 못하고 진수는 그녀를 찾기 위해 그녀의 어스름한 사진 한장 달랑 들고 대학 친구들을 찾아다니기 시작한다. 오직 그녀를 찾기 위해서...

  그러다 진수는 자신의 동아리 친구 였던 연희에게 도움을 청하게 되고, 그녀는 스스럼 없이 진수의 기억 찾기에 동참해 준다. 진수의 기억 찾기 와중에 계속 되는 연희와 진수의 만남..그리고 잊지 못할 그들의 학창 시절이 반복 되면서 진수는 옆에 있던 연희에게 새로운 감정을 느끼게 되고, 지금 연희에게 느끼는 감정이 예전의 사랑을 찾는 것보다 더 소중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솔직히 시나리오 자체는 너무나 단순하고, 억지 연결도 난무하며, 결말도 눈에 보듯 뻔하다. 그러나 영화는 정말이지 깔끔 그 자체다. 또한 몇 개의 인상깊은 장면을 관객의 눈에 박아 넣어 영화를 잊지 못하게 만든다. 이정재의 탭댄스(?)씬은 영화가 개봉하기 전부터 화제가 될 만큼 무척 멋있고, 로맨틱 했다. 그렇다... 일기 예보가 언제나 틀에 맞게 날씨 얘기, 햇빛, 구름, 비와 지도 사진만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일기 예보는 우리가 생활을 하는데 필요한 것이 지만 틀에 박아 보여 줄 필요는 없다. 그나마 알면서도 뉴스에서는 보여 줄 수 없는 새로운 기상캐스터의 모습을 영화속에서는 색다르게 잘 표현 했다.

  과거와 미래를 넘나들면서 전해주는 이야기도 꽤 아기자기 했으며, 진수의 '그녀'를 찾기 위해 등장한 대학시절의 많은 조연들도 영화가 한없이 무거워지고 지루해 지는 것을 막아 주었다. 특히 영화 '소름'에서 보여줬던 장진영의 어둡고 비참한 모습만이 뇌리에 박혀 있던 있던 나에게는 털털하고, 예쁘고, 귀엽게 웃음짓는 그녀의 180도 달라진 모습도 매우 인상적이었다. 영화 속 흐르는 음악들도 비오는 날의 분위기에 딱 어울리는 감미로운 곡들... 전체적인 영화 자체를 어루만져 주는 역할을 했다는 설명이 가장 어울릴 듯하다.

  세상에 첫사랑의 기억 하나 간직하고 있지 않는 남자가 어디 있을까. 첫사랑이라는 소재는 영화에 너무 흔하게 등장하여 이제는 영화의 소재거리도 되지 않는다. 보통 첫사랑이 등장 하는 영화는 너무 비현실적이거나 진부하여 관객의 관심을 끌지 못하기 때문이다. 오버더 레인보우도 그다지 색다른 이야기는 아니다. 부분기억 상실증에 걸리는 남자. 그리고 하필이면 자기가 그토록 사랑했던 그녀를 잊어버린 남자. 그걸 굳이 찾아 보겠다고 대학 친구들까지 두루 찾아 보고 옛날 일을 쑤셔 보고 다니는 남자 진수.그리고 이 바쁜 세상에 사람 좋게 친구의 연인 찾기 운동(?)에 동참하는 연희.

  그러나 그 연인 찾기 운동은 약간은 어이없고 구질구질-요즘 세상에 옛날 여자 찾기 위해서 몇일을 찾아 헤메는 사람도 없을 뿐더러 8년을 넘어 한 여자만을 사랑하는 순정파 남자는 드물 것이다. 혹 (속물소리 듣더라도) 그 남자가 이정재 같은 멋진(?) 남자라면 혹시....^^-할지라도 왠지
동참하고 싶게 만드는 무언가가 있었다. 동참하게 만드는 순수함과 신선함.
또한 감미로운 음악, 비오는 거리와 사랑, 우리의 현재, 그리고 과거인 학창시절, 연애 한번 해 볼까하며 문을 두드렸던 동아리 생활 모두가 우리 나라 사람이라면 한번쯤을 겪어봤을, 그리고 겪어 보고 싶은 것이기에, 또한 우리 기억의 한편에 가장 아름답게 자리 잡고 있는 것이기에 이 영화가 왠지 끌렸을지도 모른다.

  영화가 끝난 뒤 우산 하나 덜렁 덜렁 받쳐 들고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비록 걸어서 10분 거리지만 무척이나 휑하고 쓸쓸했다. 그러나 가슴속에서는 여전히 진수의 아름다운 사랑찾기가 이어졌고, 그에 못지 않은 즐거운 사랑의 결말이 계속 해서 가슴 속을 두드렸다. 아니, 왠지 때맞춰 내리는
비에 영화관에 들어갈때는 심통이 잔뜩 났지만,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비오던 날 신나게 탭댄스를 추어대던 진수처럼 탭댄스 한번 시원하게 쳐보고 싶을 만치 즐거워 졌다. 혼자 봤어도 혼자 이지 않게 느껴졌던, 그리고 혼자 였지만, 미소짓고, 웃음 지을 수 있던 영화 오버더 레인보우. 비오고 난 뒤의 무지개 처럼 사랑은 언제나 아프지만 후에 우리에게 미소를 선사한다. 언제나 영화처럼 밝은 결말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아름다웠을 우리 모두의 사랑에게 바치는 영화~♥

p.s www.freechal.com/gamequ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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