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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를 바라보는 3인 3색의 시선.... 도쿄!
ldk209 2008-10-28 오후 5:33:31 1455   [5]
도쿄를 바라보는 3인 3색의 시선.... ★★★☆

 

개인적으로는 옴니버스 영화는 장점보다는 단점이 많다고 생각한다. 가장 두드러지는 단점은 전체 속에서 각각의 작품들이 동일하게 균질의 수준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고, 짧은 시간 안에 완결성을 추구하기도 녹록치 않아 보인다. 대게는 저예산인 경우가 많다는 것도 단점으로 작용할 소지가 있다. 그래서인지 아무리 유명한 감독들을 모아놓은 옴니버스 영화도 흥행에서는 별 재미를 못 보는 것 같다. 특히 작품 수가 늘어날수록 단점은 더욱 두드러진다. 그럼에도 옴니버스 영화가 꾸준히 제작되는 가장 큰 이유는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연마하는 감독들을 세공 기술(?)을 직접 비교 가능하다는 호기심 때문이 아닐까 싶다.

 

<도쿄!>의 소재는 일본의 수도 도쿄이고, 상영은 미셸 공드리 감독의 <아키라와 히로코>, 레오 카락스 감독의 <광인>, 봉준호 감독의 <흔들리는 도쿄> 순으로 되어 있다. 우리들에게는 한국의 봉준호 감독 참여로 더욱 관심을 모으게 된 <도쿄!>는 결과적으로 봉준호 감독이 작고, 서정적이며, 부드러운 영화도 잘 만든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고, 앞으로 한층 신뢰를 높이게 된 계기로 작용할 것 같다.

 

미셸 공드리 감독의 <아키라와 히로코> : 도쿄가 아니어도 좋으리....

 

감독지망생 남자친구 아키라(카세 료)를 따라 무작정 도쿄로 상경한 히로코(후지타니 아야코)는 친구 집에 얹혀 지내면서 자신이 아무에게도 필요 없는 무능력한 존재가 아닐까 하는 생각에 점점 움츠러든다. 그녀는 점점 몸이 이상해지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의자로 변신해 한 음악가의 집으로 옮겨진다. 비로소 그녀는 누군가에게 필요한 존재가 되었다는 자족을 하게 된다.

 

일상사에서 발생하는 판타지는 미셸 공드리 감독의 작품에서 꾸준히 관찰할 수 있는 대목이지만, 확실히 그는 <이터널 선샤인> 이후 찰리 카우프만과 결별하면서 실력 발휘를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아키라와 히로코>에서 보여주는 재담은 재밌긴 하지만 굳이 도쿄가 아니어도 괜찮은 이야기다. 이건 기획이 중심이 되는 옴니버스 영화의 특성상 분명한 한계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한계는 애당초 이 이야기가 뉴욕을 배경으로 한 원작 시나리오를 <도쿄!>에 참여하면서 배경을(만!) 바꿨다는 점에 직접적으로 기인하는 것 같다.

 

레오 카락스 감독의 <광인> : 문명인의 허세와 감추고 싶은 과거...

 

오랫동안 작품 활동을 하지 않던 레오 카락스 감독이 귀환하기에는 어쩌면 옴니버스 같은 영화가 상대적으로 안전한 선택일지 모른다. 이걸 발판으로 삼아 과거의 뛰어난 장편을 다시 보길 바라며. 아무튼 기대만큼이나 많은 사람의 호평을 받은 <광인>은 특히 드니 라방의 소름끼치도록 절묘한 연기로 인해 더욱 두드러져 보인다.

 

다만, 광인을 사형시키라는 요구는 이해되는 지점이 있지만(어쨌거나 많은 사상자가 발생했으므로), 반대로 석방 운동을 하는 사람들의 주장이 어떤 근거에 기반한 것인지는 알기 어렵게 되어 있다. 그게 일반적인 사형 폐지 운동의 차원인지, 아니면 아마도 외계인일지도 모를 광인에 대한 선망인지, 그것도 아니면 일본 사회에 대한 비판에 동조하기 때문인지.

 

이 영화에서 광인의 존재는 아마도 문명인의 허세에 대한 일침이면서 동시에 그 사회가 감추고 싶어 하는 (일본의 경우 굳이 감추고 싶지 않은 사람들도 많은 것 같지만) 추악한 과거의 시각화라고 보인다. 그건 광인이 거주하고 있는 지하세계에 2차 대전 당시의 욱일승천기, 수류탄 등 각종 무기가 적재되어 있으며, 그것이 지상의 세계로 폭력적인 방법으로 드러나기 때문이다. 일본은 자신의 치부를 들추어내는 광인을 없애려 하지만, 광인은 결코 죽지 않는다. 그는 또 다른 대도시의 어둠을 드러내기 위해 이동할 뿐이다.

 

봉준호 감독의 <흔들리는 도쿄> : 흔들리는 건 도쿄가 아니다....

 

11년째 집에서만 생활하는 히키코모리인 그(카가와 테루유키)는 몸 여기저기에 버튼을 달고 다니는 피자배달원 소녀(아오이 유우)를 사랑하게 된다. 그런데 그 소녀마저 히키코모리가 됐다는 소식에 그녀를 만나기 위해 11년 만의 외출을 감행한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히키코모리가 되어 버린 공동(空洞)의 도시 도쿄만이 용기를 내어 밖으로 나온 그를 반긴다.

 

한국 감독이어서가 아니라 세 작품 중 가장 짜임새 있고 아련한 작품이 바로 봉준호 감독의 <흔들리는 도쿄>다. 이 작품에선 봉 감독이 눈여겨 뒀다 캐스팅했다는 카가와 테루유키의 미묘한 표현을 감상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그는 혼자서 생활하다가 한 소녀를 사랑하게 되면서 조금씩 변화되어 가는 모습을 실감나게 그리고 있으며, 11년 만에 밖으로 나와 종종걸음으로 뛰어가는 장면은 실제로 그럴 것 같은 기시감을 불러일으킨다.

 

히키코모리가 히키코모리를 사랑하게 되면 어떻게 해야 할까? 아니 그 전에 왜 그는 그녀를 사랑하게 되었을까? 아마도 그건 ‘터치’에 있다. 11년 동안 타인과 소통하지 않은 그는 단 한 번의 터치만으로 마치 지진이 일어나듯 흔들린다. 11년 동안의 공덕은 한 순간에 물거품처럼 사라지는 것이다. 그가 조금씩 용기를 낼 때마다, 그리고 그가 타인에게 말을 걸고, 타인과 접촉할 때마다 지진으로 도쿄가 흔들린다. 그러나 흔들리는 건 아마도 도쿄가 아니라 사람들의 마음일 것이다.

 

※ 만약 세계적인 거장 감독들에게 <서울!>이라는 옴니버스 영화 제작을 의뢰한다면 그들의 눈에 비친 서울은 과연 어떤 모습으로 외화되어 나타날까? 아마도 ‘빨리 빨리’ 문화?

 


(총 0명 참여)
soja18
잘 읽었습니다..   
2009-12-22 17:39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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