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기본적으로 코믹 로맨스 영화를 좋아하지만,

억지스럽게 웃기려는 예쁘게 포장만 한 영화보다는 드라이한 영화가 더 정이 간다.

어찌보면 참 밋밋한 영화. 흔한 드라마 정도의 소재.

그러나 너무나도 우리 삶에 다가와 있는 영화였다. 마치 내 일인듯 몰입되어 '나라면...', '이 상황을 어떻게 풀어가야 할까?'를 계속 고민하게 만들었던 영화. 사실 난 풀지 못했다.

애인이었던 남자. 여자와의 연애가 자기 자신을 점점 잃어가게 만든다고 헤어지자고 한다.

여자. 자신을 끈질기게 좇아다니던 남자에게 결국은 넘어가 결혼을 한다.

남자. 자기 회사가 있는 건물에서 제일 예쁜 여자를 줄기차게 좇아다니고 억지부리다 결국 결혼한다.

결혼한 남자는 점점 여자로부터 멀어져 간다. 부부 생활에 굉장히 중요한 문제들을 점차 혼자 결정하고, 아내가 반대할 것을 염려하여 아내에게 거짓말하고 점점 아내를 고립되게 만든다.

여자는 자기 일에서도 어느 정도 인정받는 여성이었지만, 결혼 후 남편에게 많은 부분을 헌신한다. 임신을 한 몸으로 회사를 그만두고, 남편의 직장이 있는, 아는 이 하나 없는 지방으로 이사를 한다.

결혼 후 점점 자신의 정체성을 잃어가던 여자에게 다시 다가온 애인이었던 남자.

연애, 이별, 결혼, 일, 자식, 삶의 고민들을 대하는 방식이 남자와 여자는 너무도 달랐다.

남자와 여자...서로 사랑할 수는 있지만 너무도 다르기에 진정으로 이해하기는 힘든 관계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영화였다.

심지어 아버지와 딸도 사랑하고 걱정하는 마음과는 다르게 서로를 진정 이해하지는 못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