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남자의 책 198쪽 - 081028 용산CGV, 혼자
극장, 공원, 교정, 놀이공원, 카페 그리고 도서관. 연인들이 한번쯤 핑크빛 로맨스를 꿈꾸는 장소들이다. 열렬히 사랑하고 있는 연인들은 어디에 있든간에 세상은 핑크빛이겠지만 그 중에서도 앞에 나열한 장소들에서는 그 게이지가 쭉쭉 올라간다. 쭉쭉. 그러니까 말하자면 도서관 같은 곳에 책 읽는 훤칠한 남자와 미인 사서가 있다면 이것을 금상첨화라 하는 것이다.
영화는 잘생긴 남자가 도서관 책들의 198쪽을 찢어가는 걸 명랑한 미인 사서가 잡으면서 시작된다. 사서는 남자를 매섭게 몰아치지만 남자의 사정 이야기를 듣고 오지랖 넓게도 남자를 도와주기 시작한다. 그 과정에서 여자는 남자를 좋아하게 되고 남자는 과거의 사건에서 벗어나게 도와준 이 미인사서와 잘 된다는 뭐 그런 이야기.
영화는 더도말고 덜도말고 딱 이 정도의 재미를 선사한다. 오버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마냥 지루하지만도 않은. 조금 거슬렸던 부분이 있다면 에피소드들을 이어주는 매개체가 좀 작위적이고 대사가 매끄럽지 못하고 식상한 부분이 좀 아쉬웠다. 좀더 재치있고 재밌는 대사를 주고받았다면 훨씬 좋은 영화가 됐을 뻔했다.
어쨌거나 연인들이 같이 보기엔 참 좋은 영화라는 생각을 뒤로하며 난 당당히 혼자 영화관에 들어갔던 그대로 출구를 나섰다. 솔로가 로맨틱영화를 혼자 보는 건 제 무덤을 파는 일이란 걸 통탄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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