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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다운 것이란 무엇일까??? 블레이드 러너
ldk209 2008-11-10 오후 9:18:33 1624   [1]
인간다운 것이란 무엇일까??? ★★★☆

 

1982년에 만들어진 <블레이드 러너>는 2019년의 LA를 무대로 한다. 약 40년 뒤의 LA를 리들리 스콧 감독은 어떤 도시로 상상했을까? 결과는 지독히도 어둡고 비관적인 디스토피아의 세계다. 24시간 내내 산성비가 뿌려대는 어두컴컴한 도시는 최첨단과 과거가 동시에 공존하고 있으며, 마천루처럼 높은 빌딩엔 최첨단 자본주의의 상징인 일본 여성의 웃음이 하늘에 뿌려진다.

 

영화를 보면 묘하다. 하늘은 일본의 자본주의가 점령하고 있는 반면, 땅은 중국인들이 점령하고 있는 듯 보이기 때문이다. 지금에 와서 보면 전자는 예상이 빗나갔고, 후자는 대충 들어맞는 것처럼 보인다. 얼마 전 한 미국 TV에서 몇 명의 가정주부들을 상대로 중국 물건 없이 살아갈 수 있는가를 실험해 봤는데, 결과는 모두 실패였다. 중국물건 없이는 살아갈 수 없는 세상이 된 것이다. 그래서 멜라민 파동이 일어나 모두들 불안해해도, 어쩔 수 없이 뻔히 중국산으로 만든 음식인 줄 알면서도 근처 식당에서 점심을 해결한다. 먹고 살기 위해서.

 

그럼 일본이 점령할 것으로 예상된 자본주의의 미래는 어떻게 되었을까? 이 영화만이 아니라 많은 영화들이 당시에 일본의 승리를 점치고는 했다. 아주 신경질적으로 반응하는 영화도 있었다. 1993년 영화인 숀 코네리 주연의 <떠오르는 태양>이 대표적이다. 이 영화엔 일본인을 대상으로 한 인종차별적 대사가 쏟아진다. 그러나 일본은 <떠오르는 태양>이 되지 못하고 장기 불황의 시대로 접어든다. 그래서 일각엔 일본의 장기 불황과 1997년 아시아를 덮쳤던 경제 위기(IMF 시대)를 미국의 음모로 보기도 한다.

 

무엇보다 당시 흥행엔 실패했지만, <블레이드 러너>가 20세기 최고의 SF 영화로 손꼽히는 데에는 디스토피아적 세계의 세밀한 묘사와 함께 복제 인간에 대한 철학적 문제를 던져주었기 때문이다. 물론 일반적으로 영화가 그리는 복제인간은 대단히 비과학적이다. 우리가 인간 복제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것에는 아마도 영화의 역할이 클 것이며, 그것도 주로는 히틀러를 복제한다는 등의 설정 때문일 것이다. 물론, 히틀러의 염색체를 가져다 복제해서 아이를 낳는다고 해도 이 아이가 히틀러가 될 가능성의 거의 없다. 무엇보다 인간은 환경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양이나, 소, 개 등의 복제에서 보듯이 복제된 동물들 역시 어미의 배속에서 나와 다른 동물과 동일한 과정을 겪으며 성장한다.(물론 아직 역사가 짧아 복제된 동물에게 어떠한 부작용이 나타날지는 현재로선 예단하기 힘들다. 이건 유전자 조작 식품을 장기적으로 복용할 때 어떤 부작용이 나타날지 아직 모르는 것과 마찬가지다) 즉, 이것은 복제인간에게도 어린 시절이 있고, 추억이 있으며, 다른 인간이 경험한 것을 동일하게 경험한다는 의미가 된다. 그러나 대부분의 영화는 인간 복제를 마치 Copy의 개념으로 사용한다.

 

<블레이드 러너>에서의 복제 인간은 사실 복제인간이라기보다는 사이보그에 좀 더 가까운 존재로 보인다. 이들은 육체적으로 인간에 비해 강하며 뛰어나지만, 생산(?)할 때 4년이라는 생존기간을 부여 받은 존재들이다. 이들 중의 일부는 스스로가 복제 인간 = 레플리컨트라는 사실 자체를 모르고 살아가기도 한다. 데커드(해리슨 포드)의 실험으로 스스로가 복제 인간이라는 걸 알게 된 레이첼(숀 영)이 흘리는 눈물은 왠지 모를 슬픔을 느끼게 해 준다. 인간보다 더 삶의 애착을 느끼는 인간과 비슷한 존재(!)인 이들을 보는 감정은 대단히 복잡해지진다. 영화의 가장 큰 논란거리는 데커드로부터 나온다. 데커드를 찾아온 레이첼은 자신은 복제인간이 아니라며 두 가지 증거를 제시한다. 하나는 어릴 적 사진이며, 또 다른 하나는 자신이 기억하고 있는 어릴 적 추억이다. 데커드는 이를 타이렐 주식회사 사장 딸의 사진과 기억이라며 단호하게 단정 짓는다. 그러자 레이첼은 데커드에게 복제인간인지 여부를 확인하는 실험을 스스로에게 해보았느냐고 묻는다. 영화는 중간 중간, 데커드가 어린 시절의 사진을 보는 장면과 어린 시절을 떠올리는 장면을 삽입해서 논란을 가중시킨다. 영화는 마지막, 데커드와 레이첼이 복제인간 수배를 피해 아파트에서 도망가는 모습을 비추며 끝난다. 과연 데커드는 인간일까? 복제인간일까? 만약 데커드가 복제인간이라면 과연 둘을 구분해야 할 필요는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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