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검색
검색
 
★ 뜨거운 블랙커피가 어울리는 공포영화라니.. 렛 미 인
cropper 2008-11-14 오전 10:46:08 8788   [2]

'오프닝'이라는 거창한 단어가 품고 있는 의미를 한번도 생각해 보지 않은 것 처럼
영화 '렛미인'은 재생지에 쓴 연필 글씨 처럼 검소하게 문을 연다.
마치 그 안에는 뭐 별개 없다는 듯 조용히 그냥 하얀 눈이 하염없이 내린다.  
너무 조용한 시간이 흐르는가 싶더니 어느새 우리는 스크린 위쪽 어딘가에 하늘이 있었나 하며
자연스레 시선이 점차 위로 향한다.

똑하고 부러질 듯한 하얀 살결의 소년 오스칼은 왕따 소년들의 마음속에 늘 자리잡고 있는 복수의
칼날로 수도 없이 마음속 살인을 저지르고. 차갑고 깊은 밤에 마을로 숨어들어온 소녀 이엘리는
들끓는 흡혈의 욕구를 이기지 못하는 생존의 위협에 오늘도 살인을 저지른다. 
뱀파이어로 변해버린 딸자식을 위해 또 누군가의 소중한 자식들의 목을 따야하는 애처로운 아버지,
그리고 소중한 사람들을 하나씩 잃어가는 이웃들의 가여운 모습.

하지만 영화 '렛미인'은 그렇게 상상만으로도 살갗에 와닿을 듯한 모습들을 마치 먼 풍경 바라보듯
그렇게 원경으로 담아내고 있기 때문에 결코 호러영화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또한 비록 뜨거운 피를 서걱거리며 빨아대는 광경일지라도 그것이 영하 수십도의 설경위에서
펼쳐진다면 어느 누가 그 광경에 심장을 데일 것인가.

 

가슴이 시리도록 여린 소년과 소녀, 그리고 그 어린 것들에게 던져진 잔혹함과 지독스런 외로움은             
저것들을 바라보고 있다는 사실 만으로도 눈물이 난다.
배고픔에 하얗게 시들어가는 소녀의 애처로운 몸짓을 보고 있자면 흡혈의 두려움은 커녕,
선뜻 한쪽 팔 쯤은 내어주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이다.
   
갈 곳없이 헤매던 어린 영혼은 또 하나의 슬픈 영혼을 만나 '내가 너가되고, 너가 내가 되어줌'
으로서, 모습은 전혀 다르지만 서로의 빈 곳을 채워주는 낮과 밤 같은 존재가 된다.   
(기억에 오래 남을 것으로 확신하는) 마지막 수영장씬에서 소년의 부드러운 미소와 소녀의 강렬한
눈빛이 재회하는 장면은 관객들의 마음속 저 아래 고여들던 슬픔과 안타까운 감정을 한방울도
흘리지 않고 길어올려 격려와 안도의 그릇으로 이끈다.

영화 '렛미인'은 차가운 유리알처럼 맑은 아이들이기에 그 진한 외로움과 고통이 아름다운 그림처럼
아련하게 다가온다.   휘발적인 잔상에 그치는 감정의 폭발도, 찢기는 비명도 없지만 오히려 그래서
더욱 빈속에 차가운 물을 삼키듯 그렇게 온몸을 감싼다.

어떤 영화장르와도 다르면서 또 한편으로는 모든 영화장르이기도 한 이 슬프고 아름다운 영화는
살아있는 생명체 처럼 서늘한 피부와 그 속을 흐르는 온기를 가졌기 때문에 관객으로 하여금
형언할 수 없이 묘한 미소를 머금게 한다.

뜨거운 원두커피 한잔을 손에 쥐고 조금씩 마시면서 함께 한다면 아마 이 겨울의 문턱에 선 당신,
정말 아름답고 신비로운 체험을 하게 될 것이다.

Filmania  cropper


(총 0명 참여)
justlanded
특별히 잘못된 해석이라할수는 없지만 남자와 엘리의 관계는 아버지와 딸이라기 보다는 오래된 12살로 살아왔던 뱀파이어인 엘리와 나이를 먹어갈수밖에 없는 인간인 수많은 오스카들의 관계라고 할 수 있겠죠... 끝없는 순환... 그런 측면에서 봤을때 오스카와 엘리의 마지막 여행이 왠지 가슴아플수밖에 없었다는...   
2008-11-29 20:23
shelby8318
뱀파이어가 나오는 미.드가 케이블에서 하는데 거기서 나온 대사인데..우리는 엄마 뱃속에 있을 때 피를 먹고 살다가 나와서는 다른 걸 먹고 산다고 하던데......   
2008-11-29 15:47
cyjq2000
좋은 글 잘 봤습니다. 그러나 "뱀파이어로 변해버린 딸자식을 위해 또 누군가의 소중한 자식들의 목을 따야하는 애처로운 아버지"란 부분은 저의 생각과 다르네요. 아버지가 아니라, 한때 그녀를 사랑했을 또 다른 불쌍한 오스카의 미래모습아닐까요? 그런 생각을 하면, 마지막 둘의 여행이 더 가슴 아프게 다가오죠,,   
2008-11-23 14:09
1


공지 티켓나눔터 이용 중지 예정 안내! movist 14.06.05
공지 [중요] 모든 게시물에 대한 저작권 관련 안내 movist 07.08.03
공지 영화예매권을 향한 무한 도전! 응모방식 및 당첨자 확인 movist 11.08.17
71283 [미인도] 에로 사극시대의 부활? (1) pontain 08.11.17 8748 13
71282 [서양골동양..] 동화같은 네 남자들의 선물~ ohssine 08.11.17 1115 0
71281 [미인도] 조금도 센세이션하지 않았지만... ohssine 08.11.17 1481 1
71280 [어느 멋진..] 사랑이 이루어지는... 어느 멋진 순간 (2) shelby8318 08.11.17 1362 0
71279 [서양골동양..] 완성도에 대한 지적은 왜 없죠 (2) yoooun 08.11.17 1085 0
71278 [영웅본색 2] 역시 영웅본색 (2) lemon8244 08.11.17 3402 1
71277 [서양골동양..] 달콤하고 사랑스런 앤티크.. (1) jihea1831 08.11.17 761 0
71276 [미인도] 미인도.. 기획의도자체가 의심스러울 뿐.. (1) yoooun 08.11.17 7135 5
71275 [미인도] 아쉽다.. 너무나..;; (3) ehgmlrj 08.11.17 1403 0
71274 [화양연화] 불륜의 본질 (2) cherlin 08.11.16 2285 2
71273 [서양골동양..] 하루하루가 소동의 연속,앤티크.그리고 네 남자 maymight 08.11.15 972 2
71272 [내 남자친..] 테러블 아름다운 그녀들에 환상연기 (2) anon13 08.11.15 1508 1
71271 [넥스트 베..] 샘 그에 성정체성 있을법한 섹스엔시티 게이버젼! (2) anon13 08.11.15 3760 1
71270 [황시] 답답한 미국적 시각~ anon13 08.11.15 1291 1
71269 [화피] 볼만해유 hagood966 08.11.15 998 0
71268 [007 퀀..] 난 007 매니아..... warrior007 08.11.15 1489 1
71266 [커넥트] 와와와!부담없는 맛난 후식 crush214 08.11.15 986 0
71265 [다크 나이트] 잊혀지지 않을 영화 sksk7710 08.11.15 1838 0
71264 [포비든 킹..] 허허. sksk7710 08.11.15 1465 0
71263 [원티드] 정말 (3) sksk7710 08.11.15 1209 0
71262 [007 퀀..] 영화는 초점이 흐려지다 분산되어 버렸다. (3) comlf 08.11.15 1491 0
71261 [미인도] 기대만큼 컸던 충격! (1) wgksk1231 08.11.14 2216 2
71260 [미인도] 예고편보고 기대했는데 실망이였어요 ㅠ-ㅠ dodojys 08.11.14 1682 4
71259 [서양골동양..] 재미있게 보았어요 ^-^ dodojys 08.11.14 1055 0
71258 [렛 미 인] 숨 막힐 듯한 아름다움.. 그리고 슬픔.... (12) ldk209 08.11.14 15241 21
71257 [아내가 결..] 나만의 상상이지만 손예진씨처럼 아름답고 애교많은 아내라면... (3) pjs1969 08.11.14 1527 0
71256 [100 피트] 공포영화의 틀을 깬 진짜 깨는 영화 sh0528p 08.11.14 1682 0
71255 [달콤한 거..] 10년동안 고백도 못한 첫사랑 아니 짝사랑 속에서 사는 여자에게 찾아온 기회 (1) polo7907 08.11.14 895 0
71254 [007 퀀..] 이건 뭐.... -_-a (4) anne_cynic 08.11.14 1632 2
71253 [추격자] 액션도 볼만하지만,, tjrlekd 08.11.14 1963 0
71252 [미인도] 뜨거운 장면 다 삭제하고 everydayfun 08.11.14 2071 0
현재 [렛 미 인] ★ 뜨거운 블랙커피가 어울리는 공포영화라니.. (3) cropper 08.11.14 8788 2

이전으로이전으로721 | 722 | 723 | 724 | 725 | 726 | 727 | 728 | 729 | 730 | 731 | 732 | 733 | 734 | 735다음으로 다음으로




1일동안 이 창을 열지 않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