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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와 불량소녀, 상반된 두 여성의 소통..... 불량공주 모모코
ldk209 2008-11-21 오후 11:50:09 927   [2]
공주와 불량소녀, 상반된 두 여성의 소통..... ★★★★

 

최근 공중파에서 방송되는 일부 TV 드라마를 보면 분명히 일본 드라마나 영화의 영향을 받은 듯한 느낌을 받는 경우가 종종 있다. 특히 약간은 과장된 표정이나 상황 설정에서 그러하다. 나 같은 경우는 예전에 <불량공주 모모코>를 보면서 ‘아, 이런 게 일본 문화의 특징인가?’하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얼마 전 우연히 다시 한 번 보고 나니 스타일이라든가 외형상으로 이제는 별다른 감흥이 없다. 아마도 많이 익숙해진 탓이리라.

 

모모코는 단지 18세기 프랑스 로코코 시대의 공주 또는 귀족이고 싶다. 타인에게 피해주는 일도 없지만, 그녀의 괴팍한(?) 취미 탓에 친구가 없이 항상 외톨이다. 그러나 ‘그러면 어때! 나 혼자 즐거우면 되지’ - 이게 모모코의 생각이다. 아버지가 팔다 남긴 짝퉁 ‘베르사체’를 인터넷으로 팔아 공주옷을 사려던 모모코에게 첫 손님이 등장하니 바로 과격 불량소녀인 이치코다. 마음이 여리고 착해 놀림감이던 이치코는 어느 날 우연히 폭주족 리더 아키미를 보고는 자신의 롤 모델을 폭주족에서 찾는다. 그런데 오토바이 면허를 따지 못해 스쿠터를 타고 다닌다. 대게 외형적으로 터프하고 마초처럼 행동하는(지하철에서 다리를 쩍 벌리고 앉는 걸 남성적이라고 생각한다거나) 남성들이 알고 보면 소심하고 나약한 경우가 많은 것처럼 이치코 역시 그러한 내면의 소유자일 것이다.

 

내가 처음 이 영화를 보던 당시에 ‘일본 문화’라고 느꼈던 부분이 바로, 장난 같은 편집과 스타일, 과장된 코믹 연기 등이었다. 물론 <불량공주 모모코>가 하고자 하는 얘기는 결코 가볍거나 유희로 끝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사회로부터 배제되어 있는 아웃사이더들의 삶과 철학을 그리고 있음에도 어둡지 않고 낙관적이고 밝고 명랑하다. 그러니깐, 전혀 상반된 캐릭터인 로코코 시대의 공주와 거친 폭주족 불량소녀가 소통할 수 있는 건 둘 모두 중심이 아니라 주변이며, 타인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자신만의 세계를 가꿔간다는 점일 것이다.

 

어떻게 보면 <불량공주 모모코>가 강조하는 ‘자신만의 길’은 너무 당연해 보인다. 그러나 현실, 특히 한국사회를 생각해보면 그건 당연하거나 쉬운 길이 아니라 반대로 너무나 험난한 길일 수 있다. 예전에 최영미 시인이 라디오에서 다음과 같은 말을 한 적이 있다. ‘한국사회에서 노처녀로 살아간다는 건 너무 힘이 든다. 혼자 살다보니 쉬는 날 혼자 식사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어린이 날 같은 기념일만 되면 집근처 식당들이 가족 단위 손님을 받느라 혼자 손님을 아예 안 받는 경우도 있다’ (꽤 오래 전에 들은 얘기라 현재는 결혼 하셨는지....) 다른 나라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우리나라는 솔로인 경우 세금도 더 낸다. -,-;;

 

실천이 잘 되는 건 아니지만, 나의 좌우명은 ‘나와 다름을 인정하자’이다. 우리는 흔히 평균적인 또는 일반적인 삶의 수준을 규정해 놓고는 거기에 미치지 않거나, 벗어난 경우에 대해 혹독하게 비판하거나 미친놈 취급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니깐 당연하게도(!) 모든 사람들이 30대엔 최소한 결혼해서 아이 하나 정도는 있어야 한다고 믿는, 그런 길 말이다. 그런데 당연한(!) 그런 길을 가지 않는 사람들은 뭔가 이상한 존재라고 단정 지어 버린다. 이런 예는 너무 많다. 심지어 자신이 생각하는 기준을 강압적으로 제재하려 하는 경우도 있다. 남성이 귀를 뚫었다고 전철에서 비난을 퍼붓는 사람도 봤고, 그저 피부색이 검다고 혐오에 찬 시선과 욕설을 하는 경우도 봤다. 파시스트라고 하면 대단히 정치적인 수사일 것 같지만, 내가 생각하기에 나와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즉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고 자신만의, 또는 자신이 속한 집단의 기준으로 타인을 강압적으로 제재하려는 사람들이 바로 파시스트이며, 가끔은 이런 사람들에게까지 관용이 필요한 가 싶은 생각이 들 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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