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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착, 그 파멸에 이르는 이야기... 버그
ldk209 2008-11-21 오후 11:51:13 1021   [0]
집착, 그 파멸에 이르는 이야기... ★★★☆

 

애슐리 쥬드를 보면 떠오르는 친구가 한 명있다. 나이 먹어서 만난 사람과는 친구 되기가 힘들다고 하는데, 이 친구는 30이 넘은 나이에 만나 그것도 나이와 학번 차이가 있음에도 서로 말 트고 지내는 친구로 발전한, 어떻게 보면 묘한 케이스의 친구다. 이 친구가 애슐리 쥬드의 광팬이다. 영화 얘기가 나왔다 하면 언제나 애슐리 쥬드 이야기로 빠져버릴 정도다. 그러나 내가 보기에 영화 <히트>의 짧은 출연으로 눈길을 끈 이후 애슐리 쥬드가 영화배우로서 보여준 행보는 그다지 인상적인 건 아니다. 특히 내 친구같이 광팬조차도 ‘애슐리 쥬드의 대표작이 뭐냐?’라는 질문에 선뜻 답하지 못할 정도로, 분명히 배우로서 욕심은 있는 것 같은데 작품 운이 없는 것인지, 더군다나 최근엔 작품 활동조차 별로 활발하지 않은 듯하다. 그러나 <버그>를 본 사람이라면, 만약 애슐리 쥬드가 몇 년 일찍 이 영화에 출연했다면 배우로서의 위치가 지금보다는 분명히 달라졌을 거라는데 동의할 것이다.

 

그만큼 <버그>에서 애슐리 쥬드의 연기는 꽤 인상적이다. 샤를리즈 테론이 <몬스터>로 연기력을 인정받았듯 미모의 여배우들이 연기력를 인정받기 위해서는 한 번 정도는 추한 모습으로 등장하는 게 필요한 가 싶은 생각도 든다.

 

스토리는 단순하다. 오래 전 아이를 잃은 괴로움에 사로잡혀 있는 웨이트리스 아그네스(애슐리 쥬드)는 폭력적인 전 남편 고스(해리 코닉 주니어)가 출감했다는 소식에 불안해한다. 남편이 다녀간 후 아그네스의 레즈비언 동료인 R.C.(린 콜린스)는 그녀에게 걸프전 참전용사였던 피터 에반스(마이클 새넌)를 소개시켜주고, 둘은 아그네스가 묵고 있는 모텔에서 동거 생활을 시작한다. 그러나 ‘버그’가 나타났다는 피터의 얘기와 함께 둘은 점점 기묘한 집착과 파멸의 길로 들어선다.

 

이 영화는 대단히 밀도가 높고 점층적이다. 아그네스와 피터가 버그를 잡기 위해 서서히 미쳐가고 점점 강도를 더하는 자해 장면은 노골적이지는 않지만, 몸서리처질 정도로 리얼하다. 특히 여왕벌레의 서식지가 어금니 속에 있다며 스스로 어금니를 뽑는 장면은 상상만으로도 끔찍하다. 이 과정에서 피터는 온갖 음모론을 늘어놓는다. 걸프전 참전 군인들을 상대로 한 미국 정부의 온갖 실험이 진행되었고, 실험 대상이었다가 도망친 자기를 잡기 위해 미군이 추격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실제 일어난 일부 사건을 음모론과 결부시켜 설명함으로서 아그네스의 신뢰를 쌓아간다.

 

이 영화의 높은 밀도는 높은 효율성에 기반하고 있다. 영화 초반, 아그네스가 일하는 바와 마켓이 잠깐 나온 이후로 영화는 시종일관 모텔 방안을 거의 벗어나지 않는다. 잠깐 벗어난다 해도 모델의 외관을 비추는 정도. 등장인물도 단출하다. 역시 영화 초반에 바 내부의 손님들이 나온 것 외에는 아그네스, 피터, R.C, 고스, 스위트 박사, 이렇게 다섯 명, 거의 대부분은 아그네스와 피터, 둘이서 영화를 이끌어 간다. 다분히 <하드캔디>를 연상시키는 지점이고, <하드캔디>와 마찬가지로 <버그>역시 한정된 공간과 최소한의 등장인물만으로도 좋은 시나리오와 좋은 연기만 뒷받침된다면 주목할 만한 좋은 영화를 만들 수 있다는 사례로 꼽을만하다.

 

<버그>는 장점이 도드라지는 것과 함께 단점도 동시에 도드라진다. 영상언어로서의 영화적 연출은 미흡하고, 서서히 파멸을 향해 오르는 듯하다가, 어느 순간에선 생략과 비약으로 중간 과정을 훌쩍 건너뛰기도 한다. <버그>의 원작은 엄청난 흥행을 기록한 동명의 브로드웨이 연극이라고 하며, 연극에서 피터 에반스를 연기한 마이클 새넌이 영화에서도 동일한 배역을 소화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영화 <버그>는 마치 스크린으로 연극무대를 감상하는 듯한 느낌을 주기도 하며, 이로 인해 그다지 긴 시간이 아님에도 약간은 늘어지고 지루하게 느낄 여지가 분명히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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