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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백꽃잎 하나하나마다 아로 새겨진 눈물과 한... 동백아가씨
ldk209 2008-11-27 오후 11:09:05 717   [4]
동백꽃잎 하나하나마다 아로 새겨진 눈물과 한...★★★☆

 

전남 고흥 녹동항에서 배로 5분 거리에 있는 소록도(小鹿島). 섬의 모양이 어린 사슴과 비슷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는데, 사람들 말에 의하면 풍경이 매우 아름다운 섬으로, 예전엔 일반인들이 출입을 꺼려했지만 현재는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다고 한다.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소록도는 나병 또는 문둥병으로 불린 한센병 환자들이 격리 수용되어 있는 곳이고, 그다지 가까이 하고 싶지 않은 섬일 것이다. 지리적 의미에서가 아니라, 심리적 의미에서.

 

박정숙 감독이 촬영한 소박하면서도 거친 다큐멘터리 <동백아가씨>는 소록도에서 생활하고 있는 한센병 환자인 이행심 할머니의 인생 역정을 통해, 한센병 환자들에 대한 일본과 한국정부의 비인간적 조치를 폭로하고 사회를 향해 편견의 시선을 거둘 것을 소망하고 있음을 숨기지 않는다.

 

우리가 이 다큐멘터리를 통해 알 수 있는 정보를 나열해보면, 일본은 1916년에 전국의 한센병 환자들을 소록도로 강제 수용했으며, 별다른 치료 없이 감금실에 감금하고, 강제 노역에 동원하는 등의 만행을 저질렀다. 해방 이후 강제 노역은 사라졌지만, 기본적인 인권침해는 계속 이어져, 강제로 정관 수술을 시키고, 낳은 아이는 부모와 생이별해야 했다. 심지어 수십 명의 환자들이 살해된 사건도 발생했음을 영화는 말한다. 소록도에서만 그랬던 것은 아니다. 사회적인 편견은 심지어 대구 개구리 소년 실종사건 당시 나환자들이 아이들을 납치했다는 제보가 신문에 실려 소록도에 대대적인 수색 작업이 벌어지기도 했다. 불과 20년도 안 된 과거의 일이다.

 

한센병은 유전되지 않는다고 한다. 그리고 전 세계 인구의 95%는 한센병에 대한 자연 치유력이 있고, 성관계나 접촉으로 감염되지 않으며, 감염되었다 해도 현재는 의학이 발달해 완치가 가능한 병이라고 한다. 제목은 기억나지 않지만, 오래 전에 봤던 영화에서 감염과 관련한 얘기가 나오는 장면이 있었다. 주인공이 어떤 정보를 알기 위해 한센병 환자를 찾아갔는데, 그 환자가 자기가 피던 담배를 주며 피우라고 하자 주인공은 바로 받아 피운다. 나중에 주인공과 동행했던 사람이 ‘그러다 병에 걸리면 어떻하냐?’고 하자 주인공은 ‘저 병은 침으로 전염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러나 아직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이 병은 한센병이 아니라 나병이거나 또는 문둥병이다. 한센병과 나병, 문둥병의 그 심오한 차이. 어릴 때, 문둥병 환자는 아이를 훔쳐가거나 심지어 아이를 잡아먹으며, 그래서 동네에 나타나면 모래를 뿌려 접근을 막아야 한다는 조언(?)을 어른들로부터 들으며 자랐다. 심하게 말하면 문둥병 환자는 죽여도 되는 대상이었다. 이러한 편견을 더욱 깊게 만든 것은 어쩌면 기독교 문화일 수도 있다. 교회 목사나 전도사로부터 문둥병은 하느님의 천벌이라는 식의 설교를 가끔 들었으며, <벤허>같은 오래된 기독교 영화에 등장하는 한센병 환자들은 이러한 편견을 더욱 깊게 해 주었다.

 

사실 영화로서 또는 다큐멘터리로서 <동백아가씨>는 그다지 높은 점수를 주기는 어렵다. 편집은 전반적으로 거칠고 가끔은 생뚱맞으며, 특히 할머니의 내레이션만으로 유지되는 초중반부까지는 너무 단순해서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단순함을 피하기 위해 가끔 정지된 애니메이션이나 소록도의 풍경을 잠깐씩 보여주기도 하는데, 이런 시도가 오히려 길에서 벗어난 느낌을 주기도 한다. 영화가 다큐멘터리로서 집중도를 발휘하는 건 일본 정부를 상대로 한 재판 얘기로 들어가면서부터였다. 차라리 처음부터 현재 시점의 얘기를 위주로 하되, 중간 중간 할머니의 과거사를 다루는 방식이었으면 어땠을까 싶다. 할머니의 인생사 전반을 시간대별로 훑는 방식은 우직하고 진심 어리게 보일지는 모르겠지만, 영화적 연출이라든가 흥미 유발 차원에서는 부족하다고 평가할 수밖에 없다.

 

사회의 소수자에 대한 대부분의 차별이나 편견은 낯설음에서 기인한다고 생각한다. 동성애라면 치를 떨던 어떤 사람이(사실 한국에서 동성애자를 거의 만난 적도 없으면서) 미국으로 유학 가니 한국엔 거의 볼 수 없었던 동성애자가 많더란다. 아무래도 그들은 자신의 성 정체성을 드러내는 경우가 많으니깐. 그래서 처음엔 좀 꺼리고 했는데, 그들과 어쩔 수 없이 관계를 가지다보니 그들에 대한 혐오감의 거의 사라졌다고 한다. 장애인이나 외국인에 대한 차별, 편견도 마찬가지다. 별로 익숙지 않아서 그런 것이지 서로 부딪쳐 가며 익숙해지면 웬만한 편견 정도는 쉽게 극복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이건 머릿속에서 ‘그게 옳다’라고 단정 짓는 것하고는 조금 다른 문제다.

 

솔직하게 고백하자면, 나는 <동백아가씨>의 처음 부분에서 제대로 화면을 보지 못했다. 한센병으로 인해 늘어지고 일그러진 할머니의 얼굴, 손가락이 모두 사라져 뭉툭해진 할머니의 손, 무릎 아래로 사라진 할머니의 다리를 차마 쳐다볼 수 없었다. 한센병 환자를 본 건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에 더 그랬을 것이다. 조금은 꺼려졌고, 조금은 미안하고.. 암튼 그랬다. 내가 이 영화를 보면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맺힌 건 일본의 변호사들과 시민단체 회원들이 나는 쳐다보지도 못하고 눈을 돌린 할머니의 손을 붙잡고 끌어안는 모습에서였다. 그리고 할머니가 고운 색의 옷을 차려 입은 그 모습만으로도 왠지 모를 뜨거움이 솟구쳤다. 그제야 비로소 화면에 비친 한센병 환자들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맞출 수 있었다. 비록 상상이긴 하지만, 실제 할머니를 만난다면 할머니의 어깨를 끌어안아 줄 수 있을 것도 같았다. 고작 77분의 다큐멘터리 영화 한 편으로도 심리적 거리는 그 만큼 가까워진 것이다.

 


(총 0명 참여)
jhee65
문둥병과 한센병. 정말 심오한 차이가 있네요   
2009-01-17 12:15
shelby8318
전에 한센병에 대한 다큐같은 것을 여러번 봤었는데 감염되지 않고 고칠 수 있다고 하던데..... 일본에 의해 종처럼 부려지고,해방 후에는 인간취급도 받지 못하는 것을 보고 화를 냈던 게 기억 나네요.
  
2008-11-28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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