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를 처음 접했을 때 내게 제일 먼저 들어온 것은 물론 월드컵 개최국가의 국민이기에 축구 그 자체에도 관심이 끌렸지만... 다름아닌 주성치였다.. '도성'이라는 영화로 데뷔한 이후부터 계속 자신만의 연기 색을 고집해온 주성치.. 초창기에는 그의 데뷔작과 비슷한 류의 왕정 감독의 도박영화들에 조연으로 출연하여 유행에 편승하는 가벼운 코메디를 따르나 싶더니만.. 이후 자신과 맘을 같이 하는 유진위 감독과 콤비를 이뤄서 그만의 스타일을 창조해냈다.. 주먹만한 가래덩어리들이 날라서 상대의 입안에 들어가고... 기이한 포즈들로 이뤄진 슬랩스틱코메디를 펼치고.. 온갖 종류의 기묘한 것들로 변해서 우스꽝스러움을 뽐내고.. 엽기적이기까지 한 대사들이 마구마구 오고가도.. 절대로 역겹거나 불쾌하지 않는 그만의 스타일.. 이것이 바로 이젠 주성치만의 전유물처럼 되버린 유치뽕짝 코메디이다... 유치하고 말도 안돼는 억지에다 더럽고 꼴사납기까지 하지만 그래도 왠지 내쳐버리기에는 아깝고 그냥 외면하기에는 뭔가 아쉽기에 자꾸 보다보니 정들고 익숙해지고 그래서 이젠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된 주성치식 코메디.. 오히려 이젠 안보면 서운하기까지 할 정도이다.. 뭔가 웃음을 강요하려는 억지스러움이 베어있지만.. 그 내면에는 인간미가 깔려있기에 정겹게 느껴지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이 영화도 단지 주성치의 이름 하나만으로도 자연스럽게 보게 된 것이다..
비록 현재는 거리나 건물의 쓰레기를 치우고 뚫어진 운동화를 신고 다니며 제대로 끼니하나 떼울 수 없는 처지의 가난한 주성치이지만 그는 꿈을 가지고 있다.. 소림사 무술의 후예답게 쿵후를 생활화하고자 하는게 그만의 꿈이다.. 바쁘게 움직이는 현대 사회에서 구석구석 어디에라도 쿵후를 접목시켜서 삶 자체에 베어들게 만들겠다는 야심.. 그 하나만으로 사부님이 돌아가시고 소림사를 떠나 사형제들과도 뿔뿔히 헤어져 궁핍하게 살아가면서도 희망을 잃지않고 밝게 지내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청운의 꿈만을 안은 채 지내다가 왕년의 축구스타이지만 현재는 정적의 꾐에 빠져 불구자의 몸으로 비참하게 살고있는 오맹달을 만나게 된다.. 둘은 각자가 뜻한 바가 있었기에 의기투합하여 축구 팀을 만든다.. 주성치는 쿵후를 세계만방에 알리기 위해.. 오맹달은 막강한 축구 팀을 만들어 배신자에게 복수함과 더불어 제2의 축구 인생을 열어보고자 함께 힘을 모은다.. 이제 무술과 의협심마저 잊고 살아가는 사형제들을 끌어모아서 훈련에 훈련을 거듭하여 드디어 제대로 된 막강 팀이 탄생하게 된다.. 머리, 배, 팔, 다리, 공중부양까지 각자가 연마하던 분야가 달랐기에... 잠자던 능력들을 깨워주기만하자 실력은 일취월장 상승하고 그 무술을 축구에 적용시키자 그들은 환상의 드림팀으로 거듭나게 된다..
이 영화를 한마디로 축약하자면 그것은 재미있다이다.. 주성치는 이 영화의 제작과 감독까지 겸해서 그동안 쌓아온 자신의 기량을 모두 발휘해 집대성해내었다.. 그의 장기랄 수 있는 과장과 부풀리기, 패러디를 훨씬 업그레이드하여 사용하였고 여기에 기상천외한 특수효과들을 접목시켰다.. 짐캐리처럼 안면근육을 자유자재로 움직이지는 않지만 그 특유의 멍한 표정하나로 갖가지 상황을 다 표현할 수 있는 주성치의 연기만으로도 상상력의 한계는 느껴지지 않았었는데.. 여기에 특수효과까지 보태어졌으니.. 영화는 정말 만화적인 상상력을 맘껏 펼쳐보이는 장이었다.. 불붙은 축구공에, 공의 위력에 날라가는 경기장과 사람들, 태극권을 응용한 반죽하기와 골막아내기, 하늘을 향해 비상하여 공을 받아내고, 소림무술로 단련된 신체를 이용하여 가공할만한 위력의 축구를 펼쳐보이는 등의 만화에서나 볼 법한 장면들을 영화를 통해 접할 수 있어 더욱 즐거웠다..
게다가 패러디의 수준도 훨씬 깔끔하고 파격적으로 높아져서 이또한 즐거움을 선사했다.. 그간의 단순하게 장면만을 차용하던 패러디를 탈피하여 거기에다가 상황의 반전이라는 묘미를 추가하여서 업그레이드시켰다.. 아마 영화를 보면서 '쥬라기공원''매트릭스''터미네이터''코러스라인' 등이 어떻게 쓰였는지를 찾아보면서 감상하면 재미를 두배 더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감히 단언하는데.. 아마도 이 영화가 주성치 영화의 결정판이라고 할 수 있지 않나 생각해본다... 실컷 웃고 나서도 허무하지만은 않고 외려 저변에 깔려있는 따뜻한 인간미를 엿볼 수 있기에 흐믓해지는 영화.. 잠시나마 공백기를 가졌던 주성치가 그간 갈고 닦은 기량을 맘껏 원없이 펼쳐보인... 유치뽕짝 코메디의 결정판.. 주성치의 영화를 즐겨보고 또 그의 매니아임을 자처하는 분들은 절대 후회하지 않으리라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