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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복절도 웃음 속에 잔잔한 감동... 매직 아워
ldk209 2008-12-03 오전 7:42:50 1032   [2]
포복절도 웃음 속에 잔잔한 감동...★★★☆

 

돌이켜보면 내가 일본 영화에 대한 매력을 처음으로 느꼈던 작품이 바로 미타니 코키 감독의 <웰컴 미스터 맥도날드>였다. 당연하게도 <매직 아워>를 보려고 마음먹은 데에는 <웰컴 미스터 맥도날드>의 영향이 지대했다고 말할 수 있으며, 결론적으로 두 코미디 영화의 코믹 코드는 거의 동일하다. 두 영화 모두 어떤 돌발적 상황을 던져만 놓은 것처럼 보인다. 그리고 그 상황으로 인해 스토리는 마치 자체 동력원을 가진 것처럼 꼬여 가고, 흘러간다. <웰컴 미스터 맥도날드>가 욕심 많은 성우들을 생방송 라디오 연속극이라는 상황에 던져 놨다면, <매직 아워>는 무명 배우를 실제 상황으로 던져 놓는다.

 

<매직 아워>의 무대는 가상의 일본 도시인 ‘수카고’(시카고?)이다. 마치 판타지 속 공간 같기도 한 수카고는 출연 배우들의 말마따나 정말 영화 속 세트장(!) 같은 느낌이다. 이 도시의 폭력 조직원인 빙고(츠마부키 사토시)는 보스(니시다 토시유키)의 여자인 마리(후카츠 에리)와 밀회를 즐기다 보스에게 잡혀 죽을 위기에 처한다. 빙고는 얼굴이 알려지지 않은 전설의 킬러 데라 토가시와 친분이 있다는 허풍으로 간신히 위기를 넘기고는 열정은 넘치지만 엑스트라에 불과한 무명 배우 무라타(사토 고이치)를 끌어 들여 영화를 찍는 것처럼 보스에게 데리고 간다.

 

약간은 삐걱대고 어설프게 보이던 <매직 아워>의 초반부는 무라타가 등장하면서 비로소 활기를 띠고 연신 터지는 웃음 속으로 관객들을 인도한다. 거창하게 매직 아워가 무엇인지 설명하면서 등장하는 무라타는 숨겨진 카메라로 촬영을 하고 대사도 없는 수상한 영화에서 일생일대의 열연을 펼치며 보스를 포함한 조직원들의 무한 신뢰를 획득하기에 이른다.

 

<매직 아워>의 코믹 요소는 대부분 무라타로부터 발생한다. 츠마부키 사토시의 역할이나 존재감은 주연배우에 걸맞지 않게 축소되고 생략된 듯이 보인다. 사토 고이치가 분한 무라타는 실제를 영화로 오인했기 때문에 과감해지고, 이는 조직원들의 찬사를 얻어 낸다. 동일한 인사를 몇 번이나 반복하고, 고무총으로 보스를 위협하며, 실제 총이 난사되는 현장에서 유유자적 멋진 포즈로 맞대응한다. 물론, 보는 관객들은 포복절도하는 코믹 상황이지만 무라타에게는 이것이야말로 자신에게 다시는 없을 ‘매직 아워’인 것이다. 어느 누군가의 정열이 어느 누군가에게는 코미디가 될 수 있는 아이러니한 상황은 어떻게 보면 참 씁쓸하다는 느낌도 준다.

 

‘매직 아워’란 사진이나 영화를 촬영할 때 가장 광(光)이 좋은 때를 가리킨다. 오후의 뜨겁던 태양이 막 석양 저편으로 저물어 아직은 그 빛의 여운을 대지에 드리우고 있을 때. 이 때 찍는 사진이나 영화의 빛은 가장 곱다. 태양이 막 떠오르기 직전도 마찬가지다. 무라타는 킬러를 연기하는 지금이 자신에게는 ‘매직 아워’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을 알고 나서 모든 걸 포기하고만 싶어진다. 그러나 무라타는 큰 극장 화면에 영사되는 자신의 모습을 보고는 뜨거운 눈물을 흘린다. 자신의 영웅이었던 노 배우는 말한다. “매직 아워를 놓치면 어떻게 하면 되는 줄 알아? 내일 매직 아워를 기다려 다시 찍는 거야. 매직 아워는 매일 오니깐, 준비하면서 기다리면 되는 거지.” 준비하면서 기다리는 것. 그러면 <매직 아워>는 언젠가 올 것이다. 영화의 주제 의식이 가장 돋보이는 장면이었다.

 

그런데,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면서 비로소 영화는 정말 말하고자 하는 바를 보여준다. 아무 것도 없는 빈 공간에 하나 둘 사람들이 모이며, 합판과 각목으로 세트장을 건설하는 과정이 고속으로 펼쳐진다. 이 장면은 황정민이 수상 소감에서 말한 “스탭들이 다 차려놓은 밥상에 숟가락 하나만을 놓았을 뿐이다”가 진정으로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시각화시킨 것이다. 화려한 무대 뒤에 무명배우들과 스탭들. <매직 아워>는 무명배우들과 스탭, 그리고 화려하지는 않지만, 열심히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에게 보내는 뜨거운 찬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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