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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원물 종합 선물세트... 울학교 이티
ldk209 2008-12-29 오후 8:57:52 1187   [2]
학원물 종합 선물세트... ★★☆

 

한국의 짐 캐리가 되고 싶다는 김수로. 그의 표정 연기라든가 익살을 보면 그런 소망이 뜬금없다거나 불가능하다고 보이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영화에 나오지 않는 짐 캐리가 평소 어떻게 생활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분명 김수로는 자신의 이미지를 너무 낭비하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다. 게다가 최근엔 오락 프로그램에 고정 출연함으로서 굳이 그의 원맨쇼를 보기 위해 극장을 찾아야 하는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그만큼 영화에서 보는 그의 모습과 오락 프로그램에서 보는 그의 모습은 분리 자체가 불가능할 정도로 대동소이하다.

 

어쨌거나 김수로의 원맨쇼에 거의 전적으로 의지하는 영화 <울학교 이티>는 학원물에서 나올 법한 온갖 문제들을 거의 빠짐없이 거론함으로서 일종의 학원물 종합 선물세트 같은 느낌을 준다. 무대는 잘 나가는 집안의 학생들이 주로 모이는 강남의 영문고등학교. 강철 체력의 소유자 체육선생 천성근(김수로)은 수업시간엔 운동부족의 학생들을 모아 공을 차게 하고, 저녁이면 가출하거나 탈선하는 학생들을 찾아 당구장과 거리를 헤맨다. 학생들 입장에서 보면 선생보다는 동네 형 같은 천성근은 무조건 학생들을 혼내기보다는 학생들 싸움에 심판을 자처하는 등 적당한 수준에서 아이들의 자유(?)를 보장한다. 그러던 어느 날 체육시간이 끝난 후 후원회 회장의 아들이 코피가 터지면서 학부모들은 ‘체육시간’을 줄이는 대신 ‘영어시간’을 늘리라는 요구를 하게 되고, 천성근은 철밥통에서 물러날 일생일대의 위기에 처한다. 그러나 대학시절 영어교사 자격증을 따놓은 천성근은 일부 학생들의 도움을 받아 영어교사로의 전환을 꾀한다.

 

강남의 한 고등학교를 영화의 무대로 삼은 것은 사실상 공교육이 무의미해진 원시 자본주의 같은 무한 경쟁이 보장된 곳이 바로 현실의 강남이기 때문이다. 아버지의 직업이 친해져야 할 친구를 구분하는 기준이 되고, 사교육비로만 수백, 수천이 들어간다는 그곳. 심지어 대기업 간부도 사교육비를 감당하지 못해 사모가 가정부를 뛴다는 바로 그곳 말이다. 남들에 비해 일찍 결혼해서 일찍 아이를 낳은 친구들은 술자리에서 가끔 아이가 공부를 너무 잘하게 될까봐 걱정이라는 푸념을 털어놓기도 한다. 공부를 너무 잘하게 되면 특목고 보내야지, 유학 보내야지. 거기에 들어갈 학비를 충당할 자신이 없다는 거다. 물론 다른 친구들은 그럴 염려 없다며 농반 진반으로 웃어넘기지만, 실제 그런 상황이 온다면 자칫 아이가 겪을지도 모를 그 좌절과 절망의 어둠이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울학교 이티>엔 온갖 현실의 교육 문제가 종합 선물세트처럼 등장한다. 강남의 고등학교에 다니는 가난한 학생이 느끼는 좌절, 돈을 벌기 위해 원조교제도 무릅쓰는 현실, 치열한 입시 경쟁 속에 비인간화되어가는 아이들, 학원이 되어 버린 학교, 그 속에서 냉대 받는 국영수를 제외한 기타 과목 선생님들의 비애, 가출하고 탈선하는 학생들. 그리고 그런 문제들을 담고 있는 캐릭터들이 하나씩 존재한다. 얼굴도 잘생기고, 주먹도 잘 쓰고, 집안도 좋아서 굳이 공부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는 학생, 반면 사고를 치면 전세에서 월세로 옮겨야 하는 가난한 학생, 거리에서 노점을 하는 편모 슬하의 가난한 학생, 오로지 실력으로만 모든 것을 재단하려하는 싸가지 없는 학생, 반면 송이(박보영)처럼 공부도 잘하고 착하고 인간적인 거의 완벽한 캐릭터까지 골고루 등장한다.

 

이건 뭘 의미하냐면 캐릭터들이 다양한 구성 요소 중 한 가지만을 대변하는 직선적, 단순화된 캐릭터들이며, 그만큼 전형적이라는 것이다. 영화에서 복잡한 캐릭터는 원맨쇼를 펼치는 김수로가 거의 유일하다. 김수로의 원맨쇼는 그 자체 만으로만 보면 충분히 감상(?)할 만하고 나름 웃음도 주지만 문제는 TV를 통해 그의 원맨쇼를 지겹도록 지켜봐왔다는 점이다. 그걸 빼면 뚜렷한 해결 방안을 제시하진 못하고 (그 누구도 제시하기 힘들 것이다) 그저 문제가 있다며 목소리 높여 늘어놓은 우리 사회의 암담한 교육현실 뿐이다.

 


(총 0명 참여)
mokok
생각보다 대박기대이상ㅎㅎ   
2010-02-24 12:41
naredfoxx
잘 읽었습니다.   
2009-12-05 18:32
prettyaid
잘읽었어요^^   
2009-07-07 15:10
jhee65
어!!! 구준표다!!!!!   
2009-02-01 23:09
hynee
김수로는 영 믿음이 안 가   
2009-01-17 10:31
RobertG
뭐.. 일단 김수로는 흥행배우는 아닌 것 같다는 느낌이..   
2008-12-31 02:30
okane100
이 영화가 나쁘지 않았는데 김수로씨도 흥행이 생각보다 너무 안되서 속상한것 같았어요.다음 작품에서는 잘되길 바래봅니다   
2008-12-30 10:31
ldk209
차태현은 팀워크로 성공하고 있고, 김수로는 원맨쇼로 망했다....   
2008-12-29 20:58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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