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사랑해 파리... ★★★☆
미국의 한 여행가는 파리에 대한 험담을 늘어놓다가 결국엔 “어느 누구라도 파리에 가서, 파리와 사랑에 빠지지 않을 수 있겠는가”라며 체념한 듯 말했다고 한다. 흔히들 파리를 ‘사랑과 낭만의 도시’라고 한다. 영화 <사랑해, 파리>는 20명의 감독들이 참여해 파리의 18개 구역별로 발생한(?) 사랑이야기를 펼쳐 놓는다. 즉, 이 영화는 20명이 감독이 늘어놓는 ‘사랑과 낭만의 도시 파리에 대한 구구절절한 애찬’이다.
파리를 18개 구역으로 나눈 영화는 <몽마르뜨 언덕>에서부터 시작해 <세느 강변>, <마레 지구>, <차이나타운>, <바스티유>, <에펠 탑>, <피갈 거리>, <페르 라셰즈 공동묘지>, <라탱 구역>을 거쳐 <14구역>으로 마침표를 찍는다. 파리의 곳곳을 돌아다니는 영화가 하고자 하는 얘기는 오로지 ‘사랑’이다.
우연히 길에서 쓰러진 이상형의 여인을 만나기도 하고, 차도르를 쓴 이슬람 소녀에게 마음을 뺏기기도 한다. 말은 통하지 않지만 첫 눈에 동성에게 사랑을 느끼기도 하고, 어떤 미국 관광객은 모르는 여인의 키스와 애인의 구타를 동시에 경험한다. 자신의 아이는 보육원에 맡긴 채 다른 아이를 돌봐야 하는 이민자의 아픔이 서려 있기도 하고, 과격한 중국 여성과 사랑에 빠지기도 한다. 백혈병으로 죽어가는 부인의 마지막을 지켜주는 남편이 있는가 하면, 카우보이의 도움으로 죽은 아들을 만나는 판타지가 펼쳐지기도 한다. 누구나 기피하는 마임 아티스트가 엉뚱한 장소에서 자신의 짝을 만나고, 아이를 낳은 아직은 어린 딸과 거리에서 인생을 얘기하기도 한다. 잘나가는 여배우가 마약 딜러에게 마음을 뺏기기도 하고, 죽기 직전에 사랑하는 여인과 커피를 마시기도 한다. 홍등가에서 식은 사랑을 되돌리려 노력해보기도 하고, 뱀파이어조차 아름다움으로 관광객의 마음을 뺏어 간다. 심지어 유령이 나타나 사랑을 가르쳐주고, 시각 장애인과 배우의 예쁜 사랑이 펼쳐지기도 한다. 이혼하는 순간에 과거의 사랑을 떠올리기도 하고, 파리 시내를 걸어 다니며 살아 있음을 느끼고, 그 순간 진정으로 파리와 사랑에 빠져 있음을 알게 된다. 이 모든 걸 가능하게 하는 도시, 그게 바로 파리다.
영화를 구성하는 18편의 작품을 일일이 소개하고 평가하는 건 별 의미가 없어 보인다. 특히 <그들 각자의 영화관>과 비교해보면 <사랑해, 파리>가 전반적으로 작품성에서 그리고 재미 차원에서도 처짐은 분명하다. 특히 일부 거장 감독의 작품은 절망에 가까운 결과를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구나 사랑할 수밖에 없는 도시 파리를 사랑하는 사람에게 이 영화는 무엇보다 특별한 경험과 정서적 일체감을 제공한다. 이런 차원에서 보면 어느 특정한 대상에 대한 애정은 절대적으로 개인적 경험에 의존하는 것 같다. <사랑해, 파리>.. 나도 사랑해, 파리.
<사랑해, 파리>
1. 몽마르뜨 언덕 / Montmartre (감독 : 브뤼노 포달리데 Bruno Podalydes)
몽마르뜨 좁은 골목에서 주차하던 남자, 운명의 여자를 만나다!
출연 : Florence Muller(여인), Bruno Podalydes(운전자)
2. 세느 강변 / Quais De Seine (감독 : 거린더 차다 Gurinder Chadha)
세느 강변에서 헌팅하던 프랑스 소년, 이슬람 소녀에게 마음을 빼앗기다!
출연 : Leila Bekhti, Cyril Descours
3. 마레 지구 / Le Marais (감독 : 구스 반 산트 Gus Van Sant)
프랑스 게이 청년, 불어가 서툰 미국 청년에게 사랑을 느끼다!
출연 : Marianne Faithfull, Elias McConnell, Gaspard Ulliel
4. 튈르리 역 / Tuileries (감독 : 조엘 & 에단 코엔 Joel Et Ethan Coen)
소심한 미국인 관광객, 관광 가이드북에서 파리의 현실을 온몸으로 배우다!
출연 : Steve Buschmi, Julie Bataille, Axel Kiener
5. 16구역 / Loin Du 16e (감독 : 월터 살레스 & 다니엘라 토마스 Walter Salles Et Daniela Thomas)
젊은 이민자 여성, 자신의 아기는 보육원에 맡기고 다른 아이를 돌보게 되다!
출연 : Catalina Sandino Moreno
6. 차이나타운 / Porte De Choisy (감독 : 크리스토퍼 도일 Christopher Doyle)
중년의 세일즈맨, 과격한 차이나타운 미장원 원장과 치명적 사랑에 빠지다!
출연 : Li Xin, Barbet Schroeder
7. 바스티유 / Bastille (감독 : 이자벨 코이셋 Isabel Coixet)
이혼을 선언하려던 남편, 부인의 백혈병 선고로 다시 터닝포인트를 맞이하다!
출연 : Miranda Richardson, Sergio Castellitto, Leonor Watling
8. 빅토아르 광장 / Place Des Victoires (감독 : 스와 노부히로 Nobuhiro Suwa)
죽은 아들을 그리워하던 여자, 카우보이의 도움으로 아들과 마지막 만남을 갖는다!
출연 : Juliette Binoche, Willem Dafoe, Hippolyte Girardot
9. 에펠 탑 / Tour Eiffel (감독 : 실뱅 쇼메 Sylvain Chomet)
외로운 마임 아티스트, 유치장에서 소울메이트를 맞닥뜨리다!
출연 : Yolande Moreau, Paul Putner
10. 몽소 공원 / Parc Monceau (감독 : 알폰소 쿠아론 Alfonso Cuaron)
중년의 아버지 어린 나이에 엄마가 된 딸과 인생을 논하다!
출연 : Nick Nolte, Ludivine Sagnier
11. 앙팡 루즈 구역 / Quartier Des Enfants Rouges (감독 : 올리비에 아사야스 Olivier Assayas)
미국인 여배우, 무심한 듯 상냥한 마약 딜러에게 묘하게 끌리다!
출연 : Maggie Gyllenhaal, Lionel Dray
12. 축제 광장 / Place Des Fetes (감독 : 올리버 슈미츠 Oliver Schmitz)
총상 입은 흑인 남자, 죽음의 순간 응급구조원 소녀에게 커피를 권하다!
출연 : Aissa Maiga, Seydou Boro
13. 피갈 거리 / Pigalle (감독 : 리처드 라그라베네즈 Richard Lagravenese)
애정 식은 중년부부, 파리의 홍등가에서 섹시한 러브게임을 시작하다!
출연 : Bob Hoskins, Fanny Ardant
14. 마들렌느 구역 / Quartier De La Madeleine (감독 : 빈센조 나탈리 Vincenzo Natali)
미국인 관광객, 아름다운 뱀파이어에게 마음도 피도 모두 뺏겨버리다!
출연 : Elijah Wood, Olga Kurylenko
15. 페르 라셰즈 공동묘지 / Pere-Lachaise (감독 : 웨스 크레이븐 Wes Craven)
유머감각 없는 까칠한 남편, 오스카 와일드의 유령에게 한 수 배우다!
출연 : Rufus Sewell, Emily Mortimer
16. 생 드니 외곽 / Faubourg Saint-Denis (감독 : 톰 티크베어 Tom Tykwer)
아름다운 미국인 배우 지망생과 시각장애인의 거짓말 같은 사랑!
출연 : Natalie Portman, Melchior Belson
17. 라탱 구역 / Quartier Latin (감독 : 프레데릭 오뷔르탱 & 제라르 드파르디유 Frederic Auburtin & Gerard Depardieu)
위기의 부부, 이혼의 순간 지나간 사랑을 회상하다!
출연 : Gerard Depardieu, Gena Rowlands, Ben Gazzara
18. 14구역 / 14e Arrondissement (감독 : 알렉산더 페인 Alexander Payne)
무료한 일상을 탈출한 미국인 주부, 낭만의 도시 파리와 사랑에 빠지다!
출연 : Margo Martinda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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