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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ekhee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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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6-03 오전 12:31: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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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는 이 영화를 가장 보편적인 스무살을 보여주는 진정한 'major 스무살 영화' 라고 평했다. 대체적으로 영화평론가들의 말을 별로 좋아하지도, 신뢰하지도 않는 편이지만, 이 영화에 대한 평가만큼은 제대로인 것 같아서 기쁘다.
구름 한점 없이 파란 하늘처럼 맑고 투명한 느낌...바람결에 날리는 민들레처럼 금방이라도 나폴나폴 날아갈 것 같기두 하구...울엄마 말대로라면 그냥 아무거나 걸쳐도 이쁜 나이가 스무살이 아닐까? 누구나 그러하듯이 나도 10년전에 그 나이를 경험했고, 지금에 와서 돌이켜 볼 때 가끔~ 아주 가끔은 스무살의 그때가 너무도 그리울 때가 있다.
난 이 영화를 30대,40대의 어른들이 보았으면 하는 바램이 있다. 그들이 이 영화를 보고 스무살이 어떤 나이인지 다시 한번 돌아보았으면 좋겠다. 스무살...순수하다는 한마디로는 설명이 부족한 나이...순수한 만큼 불안하기두 하구, 공허하기두 하구...쉽게 상처받구, 그 상처의 기억으로 오래도록 힘들어 하기두 하구...너무 많은 생각으로 갈등하기두 하구... 그랬다. 나의 스무살도 아름답게 기억되기 보단 번지점프를 하기 직전처럼 아슬아슬한 기분이었던 것 같다. 물론 지금껏 한번도 번지점프는 해본 적 없지만...^^
부모님과 선생님의 보호를 위장한 창살없는 감옥생활을 하다가 갑자기 출옥한 장기수의 그 기분, 그 어설픈 자유를 누구나 비슷하게 겪었으리라. 그리고 그 자유땜에 오히려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문제를 한번 더 생각해보았겠지...혼자 해결해야 하는 길거리의 시간들과 그동안의 생활과 너무도 다른 대학와 사회에서 모두들 많이 방황했을꺼다.
스무살의 나...지영이네 만큼 가난하진 않았지만 어려웠던 집안형편에도 불구하고 부모님의 열성으로 대학을 다녔고, 태희처럼 날마다 엉뚱한 상상을 했고, 혜주처럼 화려한 미래를 꿈꾸었다. 그리고 누군가의 생일날이면 그녀들처럼 시끌벅쩍한 생일파티를 했고, 가끔 친구들 집에 모여서 떡볶이도 만들어 먹고, 술에 만땅 취해 함께 웃기두 하고, 함께 울기도 하고, 마음껏 망가져 보았다.
그리고 지금...또 스무살 때와 또다른 길을 걷고 있는 우리들을 본다. 가끔 그때 스무살 시절을 함께 보낸 그 친구들과 만나 적당히 술을 마시고, 적당히 자기 속내를 드러내 보이고, 훌쩍 지나버린 스무살의 우리들을 기억해내며 웃는다. 우린 마치 대단한 격동기를 이겨낸 독립투사처럼 그때의 고민과, 그때의 풋사랑과, 맘처럼 쉽지 않았던 그때의 환경을 모험담처럼 하나씩 하나씩 늘어놓기도 하고, 그때는 서로에게 말 못했던 아픔을 슬며시 토해 버리기도 하며, 그렇게 조금씩 천천히 성숙한 30대가 되어가고 있는 중이다.
우린 누구나 한때 사랑스런 몽상가 태희였고, 아름다운 야심가 혜주였고, 신비로운 아웃사이더 지영이였다. 나는 나와 나의 여자친구들이 그 사실을 잊지 않고 살아가길 바란다. 태희처럼 날마다는 아니더라도 가끔 엉뚱한 미래를 꿈꾸고, 혜주처럼 약해 보이지 않기 위해, 성공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지영이처럼 많이 힘들어도 잘 참아내기를...그리고 그녀들의 우정처럼 우리의 우정도 변함없기를...
http://heekcine.wo.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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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를 부탁해(2001, Take Care of My Cat)
제작사 : 마술피리 / 배급사 : (주)엣나인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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