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싶었지만 개봉과 때가 맞지 않아 지나쳤던 이 영화가 드디어 DVD로 출시되었다.
내용은 사실 그동안 많은 미디어를 통해 너무나 잘 알려져 있었고 내게 있어 무엇보다 이 작품에 끌렸던 점은 과거 감명깊게 보았던 Before the Sunrise와 같은 남녀 간에 하룻동안에 일어난 심리를 그렸다라는 것이었다. 더우기 연기력을 인정받은 두 남녀 배우가 떡하니 버티고 있는데, 이 사실만으로 충분히 믿고 볼만한 영화가 아니었나 여겨진다.
내용은 다들 잘 알다시피 1년전 사귀었던 남자를 다짜고짜 찾아가 꿔간 돈 350만원을 갚으라는 여자로부터 이 영화는 시작된다. 그러나 남자는 돈이라고는 한푼도 없는 개털이 된 상태. 이때부터 350만원을 갚기위한 하룻동안의 여정은 비로소 시작된다.
사실 이 영화의 스토리는 관람을 하는데 있어 그다지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지 않는다. 그보다 하루간에 걸친 남녀의 심리 상태와 그 관계의 미묘한 변화 그리고 자존심과 동정심 그리고 인간관계에 있어 돈이라는 매개체를 통한 관계정립의 오묘한 그 무엇을 소소하게 일관적으로 그려낸 점을 높이 평가하고 싶다. 지나침도 없고 모자람도 없는 그저 담백한 영화가 바로 [멋진 하루]라는 작품이 아닐런지....
물론 나처럼 생각지 않고 정말 시시하고 졸음만 쏟아지는 영화다라고 판단한 분들도 이해가 될 정도로 이 담백함이 다른 누구에겐 꽤나 싱거운 음식처럼 느껴지는 밋밋한 영화로 다가올 수도 있겠지만 그건 단지 이 영화를 바라보는 시각의 차이라고 말하고 싶다.
이 영화를 통해 새삼 느낀 것은 만남과 이별은 칼로 자르듯 이분법적인 구분이라기 보다는 어떤 단 하나의 그 무엇이라고 단정짓기 어려운 복잡한 감정의 연속이며 동시에 도화지의 여백같은 필요 충분의 모자람이지 않을까라는 다소 애틋한 심정이었다.
특히, 마지막 장면에서의 포도주를 시음하는 병운의 표정과 아울러 그를 뒤로한 채 달리는 희수의 미소, 그리고 엔딩과 함께 비쳐진 그들의 첫만남 때의 장면들은 상당히 감동적으로 다가오며 삶이란 뭔가 꽤나 애달픈 것이로구나라는 생각을 새삼 다시금 느끼게 해주었다.
이 영화 한번쯤 자리깔고 볼만한 영화다.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