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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억압자에게 스며든 억압자의 논리... 굿바이 칠드런
ldk209 2009-01-12 오후 1:25:47 866   [3]
피억압자에게 스며든 억압자의 논리...★★★★

 

살다보면 자신의 의도와는 전혀 다른 결과를 가져오는 경험을 하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런데 그것이 누군가의 죽음으로까지 연결된 경험이라면 쉽게 잊기 힘든 기억이 될 것이다. 1987년 작품인 <굿바이 칠드런>은 <사형대의 엘리베이터> <연인들> <데미지> <라콤 루시앙> 등의 작품으로 세계적 명성을 얻고 있던 루이 말 감독이 유년기의 기억을 토대로 만든 영화다.

 

“40년이 흘렀지만 난 그 1월의 아침을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할 것이다” - 감독이 직접 나래이션한 이 문장은 영화의 마지막을 장식하지만, 루이 말 감독의 유년 기억은 이 한 마디 문장으로부터 시작한다고 할 수 있다. 즉, 이 문장은 영화의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2차 세계대전으로 독일에 함락당해 비시 정부가 들어선 프랑스. 파리 근교에 위치한 카톨릭 기숙학교에 새 학기가 시작된다. 엄마와 헤어지며 눈물을 흘릴 정도로 감수성 강한 소년 줄리앙은 새로 기숙사에 들어온 장 보네와 함께 나란히 침대를 사용하게 된다. 문학 등에 뛰어난 자질을 보이는 장 보네는 말수가 적고 뭔가 숨기는 게 있어 친구들로부터 따돌림과 괴롭힘을 당한다. 어느 날 보물찾기 게임 때문에 함께 산 속에서 보내게 된 줄리앙과 보네는 이를 계기로 친한 친구 사이가 되며, 줄리앙은 보네의 비밀을 알게 된다. 보네는 유태인이었고, 게슈타포에 쫓기던 중 신부님의 도움으로 학교에서 숨어 지내던 것이었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루이 말 감독이 40년 전 도저히 잊지 못할 1월의 아침을 영화화하기로 한 건 무엇보다 평생 자신을 옥죈 죄책감 때문이었을 것이다. 어린 줄리앙은 어렴풋하게나마 선악에 대한 판단기준도 있었고, 친구가 유대인이라는 비밀을 아무에게도 얘기하지 않은 채 둘만의 우정을 쌓아간다. 그럼에도 독일군이 학교에 들어오게 된 건 하찮게만 보이던 자신과 조셉의 밀거래가 불러온 파장이었으며, 이는 예민한 줄리앙으로선 감당하기 힘든 역사적 무게였을 것이다.

 

영화는 곳곳에서 묵직한 역사의식을 드러낸다. 미사에서 신부님의 설교는 직설적으로 부르주아지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드러내고, 우리의 현실을 반영하는 듯한 학생들의 대화를 간간히 목격할 수 있다. 특히 학생들의 대화 중에서 낸 눈길을 끈 건 “사회주의자들에게 점령당하느니 독일에 점령되는 게 나아”라는 한 학생의 말이었다. 당연하게도 이 말은 “일본에 점령되지 않았으면 소련이 점령했을 것이고, 한국은 공산주의 국가가 됐을 것이다”는 일본 극우파의 주장을 떠올리게 한다. 문제는 그게 일본 극우파의 주장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한국의 일부(?) 보수 세력(? - 난 한국에 보수 세력이 존재하는지 의문이다)도 이러한 주장에 동조하고 있다는 것이다. 왜냐면 한국 보수의 뿌리는 바로 친일에 있기 때문이다. 상상의 역사를 가지고 현실의 역사를 긍정 또는 부정하려는 것. 바로 비시정부 당시 프랑스 친독파의 논리, 현실 한국 보수세력의 논리인 것이다.

 

많이 알려져 있듯이 프랑스는 2차 세계 대전이 끝난 후 나치 세력에 대한 대대적이고 가혹한 처벌을 단행한 것으로 유명하다. 특히 그들은 언론인에 대해 가장 가혹하게 처벌했다고 한다. 왜 그랬을까? 언론인은 시간이 지나면 스스로를 정당화시키는 논리를 개발, 자신들이 소유한 언론을 통해 전파할 수 있는 세력이며, 이로 인해 국민이 올바르지 못한 주장에 접하게 되고 잘못된 가치관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경우를 보면 명확하게 알 수 있다. ‘모난 돌이 정 맞는다’

 

<굿바이 칠드런>에서 보이는 일부 학생들의 주장은 바로 학살자, 억압자, 정복자의 논리가 피학살자, 피억압자, 피정복자에게 스며들어 있음을 명확하게 보여주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최근 가자 지구에 대한 대대적 학살(이건 정말 학살이다)을 자행하고 있는 이스라엘을 보면, ‘폭력 가장 밑에서 자란 아이가 폭력적 성정을 가지게 된다’는 말을 떠올리게 한다. 단순히 학살자의 논리가 스며든 정도가 아니라 스스로가 학살자가 됐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최근 유엔 보고를 보면, 이스라엘 군은 팔레스타인 민간인 110여 명을 한 집에 몰아넣고는 그 집을 집중 폭격, 30명 이상을 죽였으며, 유엔 구호 차량까지 폭격했다고 전하고 있다. 홀로코스트의 피해자가 이제는 홀로코스트의 가해자로 둔갑해 있는 역사만큼 정신나간 역사가 또 있을까?

 


(총 0명 참여)
prettyaid
잘읽었어요^^   
2009-07-03 15:03
jhee65
쉬운 영화는 아닌 거 같아요   
2009-02-12 2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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