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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 글 - 빵과 장미에 관한 일기 빵과 장미
corduroy 2002-06-05 오후 3:21:21 2038   [6]
빵과 장미에 관한 일기

1. 4월 12일, 메일 한 통을 받는다.

발바닥에 먼지나도록 일해도 누가 알아주나요?
1분이라도 늦으면 혹 짤리지 않을까 콩당콩당 뛰는 가슴.
매일 도끼눈으로 달려드는 직장상사 얼굴만 생각하면 나이트메어가 따로 없죠!
당장이라도 때려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은데...
어렵사리 들어온 직장, 그렇다고 쉽게 포기할 순 없쟎아요?
......

이 메일은 그 유명한 켄 로치 영화라는 것보다,
또 다시 시네큐브 단독 개봉작이라는 것보다도
더 독하게 이 영화를 보고 싶게 한다.


2. 5월 13일, 또 다시 메일 한통을 받는다.

  시사회에 당첨 되셨습니다.
  영화명 : 빵과 장미
  상영관 : 성균관대 600주년기념관
  관람일 : 5월 17일(금)
  관람시간 : 저녁 8시 20분

5월 17일은 늦게까지 수업이 있는 날이지만, 도망치리라 마음 먹는다.


3. 5월 17일, 시사회 당일
말하자면 재수없게 수업하는 선생님한테 딱 걸려 뒷정리를 맡게 된다.
수업도 평소보다 더 늦게 끝나 끝나고 나니 8시다.
사소한 것 때문에 중요한 것을 놓쳤을 때의 허망한 기분이다.


4. 5월 23일, 병원 노조가 파업을 시작한다.
당장은 점심 해주시던 식당에 아주머니가 없어
따끈한 점심을 못먹는게 가장 불편하다.
지원 요청을 하는 간호부와 약간의 마찰이 있다.


5. 5월 28일, 오랫만에 5시 칼퇴근을 한다.
친구한테 전화 해 시네큐브에 가자고 한다.
매진일꺼라며 친구는 몸을 사린다.
그 친구 알고보니 그 날 회사에서 받은 충격파가 컸다.
같이 빌리 엘리엇을 봐준다.
시작할 때 잠들어 끝날 때즈음 깬다.
친구 왈, 예전에 멀홀랜드 드라이브를 같이 볼 때 자기가 자던 것처럼 자더라나..
어쨌든 매진의 걱정이 없는 일요일 조조로 합의본다.


6. 5월 29일
점심을 먹고 강남성모로 가 바로 퇴근을 하는 날이다.
노조원으로 파업에 동조할 순 없지만,
전 날 자랑스러운듯 약제과엔 한 사람의 노조원도,
파업에 동참하는 이도 없음을 얘기하던 수녀님이 얄미워
노조원들이 전원 보라색 티셔츠를 입고 모여있는 강남 성모에 가는 날,
괜히 보라색 남방을 챙겨 입는다.
가서 보니 동지가니 연대투쟁가니 학교 다닐 때 가끔 불렀던 노래들을 부르며 열심히들 투쟁중이다.
맨 앞에 서 확성기를 들고 노래를 부르는 저 사람이 노조 위원장인가..하는 생각을 하다, 기자님 생각이 났다.
그리고는 잠깐, 보여지는 것과 보여지지 않는 것에 대해 생각한다.


7. 6월 2일 오늘
생각보다 사람이 많다.
월드컵이라는 국가적 잔치중임에도 일요일 아침부터 영화를 보러 온 반사회적 사람들이 이렇게 많다니..
영화의 주인공은 샘과 마야지만 로사와 루벤에 집중한다.
조직 내지는 단결이라는 것 때문에 개인의 꿈이 혹은 특수 상황이 가벼이 여겨지고 우스워 지는 경우가 얼마나 많았던가.
근데 이 감독 개인의 상황은 상황대로 꿈은 꿈대로 건드리지 않는다.
맘에 든다.
문득 파업중임에도 아침에 한 번, 점심시간 후에 한 번
청소하러 오시는 아주머니 생각이 난다.
우리 병원에도 청소부는 노조원이 아닌걸까.
그리고 우리 병원 노조원들 의료보험 물론 되고, 진료비 무료에 가깝고, 휴가도 있고 월급의 40%를 집세로 내지도 않을 것이다.
며칠전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아주머니 생각도 난다.
다짜고짜 누구를 위한 파업인데 성한 사람도 먹기 힘든 밥을 환자 먹으라고 주냐며 눈물을 글썽거리셨다.
대체 누구를, 무엇을 위한 파업인데, '영원한 동지'를 부르짖고, '힘찬 단결투쟁'을 하는 것일까.
영화를 보곤 친구한테 옆에서 하는 인권영화 한 편 더 보고 가지 않겠냐고 제안한다.
그 친구 주류사회로 편입하려는 욕구가 강한 우리 같은 사람은 이런 영화 자꾸 보면 기분 나빠지지 않겠냐고 대꾸한다.
아무 대답도 하지 못하고 광화문 근처에서 점심을 해결하려고 돌아다니다
예전 신년회때 솜브레르 그 추억의 장소 베르린호프가 부서지고 있는 걸 본다.
기분이 묘하다.

(총 0명 참여)
jhee65
기분이 묘하다.   
2010-08-12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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