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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 망가지면 돌이킬 수 없다... 휴먼 네이쳐
ldk209 2009-02-03 오후 7:18:02 1184   [0]
한 번 망가지면 돌이킬 수 없다... ★★★☆

 

<존 말코비치 되기>로 빛나는 데뷔전을 치른 찰리 카우프만이 미셸 공드리와 한 팀을 이룬 건 오로지 미셸 공드리가 비요크의 독특한 뮤직비디오를 만들었다는 이유 하나였다고 한다. 아무튼 미셸 공드리의 발랄한 재기와 그 재기를 외화시킬 줄 아는 찰리 카우프만의 결합은 영화 팬들로선 두 손 들어 반길 일이다.

 

겨우 두 작품 만에 결별하긴 했지만, 이들이 언젠가 다시 작업하길 기대하며, 이 둘의 데뷔작 <휴먼 네이쳐>의 스토리를 살펴보면, 어릴 때부터 온 몸에 털이 나 자살까지 생각했던 라일라(패트리샤 아퀘트)는 숙명에 수긍하고 전원생활을 하며 자연 그대로를 예찬하는 소설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다. 그러나 외로움을 견디기 힘들었던 라일라는 ‘왜소 콤플렉스’에 시달리던 학자 나단(팀 로빈스)과 만나 사랑에 빠진다. 나단은 쥐에게 식사 예절을 가르치는 등 인간의 리비도를 통제하는 방법을 연구하는 중이다. 둘은 우연히 발견한 야생인간 퍼프(리스 이판)를 교육시키는 과정에서 갈등을 빚게 되고, 갈등은 결국 예기치 못한 사고로 나아간다.

 

이 영화에서 나단이 죽었다는 것은 결코 스포일러가 아니다. 왜냐면 처음부터 사후세계에서 죽은 모습으로 등장하기 때문이다. 어떻게 죽은 것인지는 뒤에 밝혀지고, 영화는 나단, 라일라, 퍼프의 증언을 통해 퍼프의 야생생활, 나단과 라일라의 갈등, 가브리엘의 유혹, 퍼프와 라일라의 사랑, 그리고 나단의 죽음 등을 이야기한다. 이 과정을 통해 퍼프와 라일라는 자연주의를 소리 높여 외친다. 우리 모두 자연으로 돌아가자고.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 좋다고.

 

당연하게도 미셸 공드리의 영화에선 메시지도 중요하지만, 그 메시지를 전달하는 다양한 방식의 아이디어를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그의 재기 넘치는 상상력은 기본적인 설정에서부터 도드라진다. 온몸에 털이 나는 여자의 존재, 자연과 야생을 극도로 혐오하는 학자의 야생 혐오증은 쥐에게 식사예절을 가르치는 것으로 형상화된다. 사후세계의 장면도 아주 재밌다. 양쪽엔 문이 있는 공간에서 한 쪽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려고 하면 반대쪽 문으로 나간 만큼 몸이 들어와 있다. 즉, 그 방에선 죽어도(?) 빠져 나갈 수 없는 것이다.

 

영화는 전반적으로 자연주의, 생태주의적 관점을 견지하고 있지만, 영화의 마지막에 드러내는 결정타는 정말이지 ‘기막힌’ 웃음을 체험하게 해 준다. 마지막 장면을 통해 이야기되는 것은 한 번 망가진 자연은 절대로 돌이킬 수 없다는 뼈아픈 진리다. 북극이 녹고, 해수면이 높아지고, 기후 변화가 급격해지는 등 위기를 맞고 서야 인류는 이산화탄소를 규제하겠다, 환경 규제를 강화하겠다고 외치고 있다. 그러나 한편에선 여전히 개발과 건설만이 인간이 행복해지는 길이라는 신념(?) 아래 ‘녹색 성장’(?) 등의 용어를 마구 남발함으로서, 이제 녹색이니 환경이니 에코니 하는 개념조차 모든 걸 포괄하는 의미 없는 개념이 되어버릴 지경이다.(모든 걸 설명하는 개념은 어느 한 가지도 정확하게 설명하지 못한다) 지구가 수억 년, 수십억 년에 걸쳐 쌓은 성과를 인간은 고작 수백년 만에 말아 먹었다. 아직도 증명하기에 불충분한가? 한 번 망가진 것을 돌이키기엔 너무 많은 희생이 따른다. 그것이 자연이든, 인간이든.

 


(총 0명 참여)
prettyaid
잘읽었어요^^   
2009-06-30 16:50
powerkwd
잘 읽고 갑니다 ^^   
2009-05-28 17:03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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