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검색
검색
 
관계를 맺는다는 것은 타인에 대한 배려를 전제로 한다.. 타인의 취향
ldk209 2009-02-06 오후 9:30:25 1245   [0]
관계를 맺는다는 것은 타인에 대한 배려를 전제로 한다.. ★★★★

 

대략 8~9년 전에 봤던 영화를 다시 보게 됐다. 나는 아무리 좋은 영화, 감동적인 영화라 하더라도 본 영화를 극장에서 바로 또 보지는 않는다. 바로라 함은 대략 6개월에서 일 년 정도. 극장에서 두 번 볼만큼 경제사정이 넉넉한 것도 아니고. 시간이 그 이상 흘러서 이제 그 영화에 대해 전체적인 윤곽만 남았을 때에라야 다시 보고 싶은 마음이 들지만, 극장에서 다시 본다는 건 쉬운 게 아니다. 암튼 최근 들어와 예전에 상영했던 영화들 중에서 좋은 영화를 선정, 극장에서 재관람 기회를 제공하는 건 어쨌거나 다양성 차원에서 좋은 기획이란 생각이다.

 

결론적으로 <타인의 취향>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사회를 살아간다는 것은 관계를 맺는다는 걸 의미하고, 그것은 타인에 대한 배려를 전제로 한다는 것이다. 물론 서로 다른 ‘취향’은 많은 오해와 갈등을 야기하는 요소로 작용하기도 하며, 아무리 취향이라고 해도 타인의 눈살(=나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취향도 존재한다. 당연하게 그 취향이 불법이 아닌 이상 취향을 누릴 권리를 동의하지만, 나의 눈살을 찌푸리는 걸 또는 나와는 맞지 않는 걸 취향으로 하는 사람과 가깝게 지내지 않을 권리도 나에겐 있다. 그러니깐 타인의 취향은 인정하고 동의하지만 내가 타인의 취향을 강요 받거나 또는 나의 취향을 타인에게 강요하는 건 절대 반대라는 말이다.

 

아무튼 영화는 크게 세 명의 남자와 세 명의 여자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며, 이들은 타인의 취향에 대해 크든 작든 무시하고 배려하지 않는 태도를 보이곤 한다. 또 반대로 어느 정도는 타인의 취향을 배려하기도 한다. 이들은 타인을 자기중심적으로 관찰하기도 하고, 하나의 모습을 가지고 그 사람의 다른 부분까지 재단하려 들기도 한다. 앙젤리끄(크리스티안 밀레)는 자신이 사는 집을 포함해서 시누이가 살 아파트의 인테리어를 전문가라는 지위를 활용, 자신의 취향대로 꾸미고, 끌라라(안느 알바로)는 가스텔라(장 피에르 바크리)가 미술품을 사는 이유는 단지 자신에게 호감을 보이기 위해서 라고 생각한다. 그녀에게 가스텔라는 미술품을 볼 안목도 그럴만한 지식도 없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마니(아녜스 자우이)는 남녀 사이에 사랑이란 감정은 거추장스러운 것이라는 가치관을 가지고 있지만 프랑크(제라르 랑뱅)에게 끌리는 마음을 숨기지는 못한다. 프랑크와 관계를 가지면서도 그녀는 여전히 자신만의 삶의 가치를 온전히 지키려 한다.

 

영화를 보면서 좀 의아했던 것은 감독이 여성(마니 역을 맡은 아녜스 자우이)인 영화에서 타인의 취향에 대해 배려하지 않는 역이 주로 여성들이고, 남성들이 그로 인해 상처 입는 입장에 서 있다는 것이다. 이건 아마도 여성으로서 여성의 모습을 더 세밀하게 표현할 수 있기 때문은 아니었나 싶다.

 

아무튼 타인과의 관계에 있어서 배려가 필요함을 말하는 한편으로 영화는 어느 정도는 자신의 독자적 입장이 필요함도 또한 말하고 있다. 가스텔라는 끌라라에게 잘 보이기 위해 콧수염까지 자르고 나타나건만 아무도 그 사실을 알아주지 못한다는 사실에 절망한다. 심지어 부인조차 첫눈에 알아채지 못한다. 타인의 취향을 고려한 선택이었건만 정작 타인에게 아무런 변화를 일으키지 못하는 배려가 있을 수도 있다. 이건 어떻게 보면 결국 타인에 대한 배려는 그 전에 관심이라는 조건이 충족되어야 하다는 냉혹한 지적 같기도 하고.

 

<타인의 취향>이 단지 여섯 인물들의 관계와 갈등만을 다뤘다면 그렇고 그런 로맨틱 코미디로 그쳤을지도 모른다. <타인의 취향>은 거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열린 결말을 보여줌으로서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지점에서 막을 내린다. 특히 끌라라는 자신 앞에서 당당하게 나오는 가스텔라에게 미안함과 호감을 느끼게 된다. 나란히 걸어가는 둘을 비추며 막을 내리는 영화를 보며, 둘의 관계가 어떻게 진행될까 괜스레 궁금해진다. 내가 가스텔라라면 끌라라와의 교제가 그다지 내키지는 않을 것 같다.(이미 상처 받은 자존심)

 


(총 0명 참여)
prettyaid
잘읽었어요^^   
2009-06-29 17:31
powerkwd
잘 읽고 갑니다 ^^   
2009-05-28 16:40
1


공지 티켓나눔터 이용 중지 예정 안내! movist 14.06.05
공지 [중요] 모든 게시물에 대한 저작권 관련 안내 movist 07.08.03
공지 영화예매권을 향한 무한 도전! 응모방식 및 당첨자 확인 movist 11.08.17
72720 [세븐 파운즈] (S) 평생을 봉사하며 살았으면.. (4) woomai 09.02.09 1051 0
72719 [체인질링] 잔잔하면서 주먹쥐게 만드는 영화. (3) juhee0987 09.02.09 1130 1
72718 [체인질링] 반드시 읽어야 할 '글' 과 반드시 봐야할 '영화' (8) karmawar 09.02.09 14216 2
72717 [체인질링] 가슴이 먹먹해지다 (2) okane100 09.02.09 957 0
72716 [체인질링] 아들 좀 찾아달라는데........ (3) joonhobang 09.02.09 892 0
72715 [잉크하트 ..] 이것도 애들 영화네!! (3) dongyop 09.02.09 945 3
72714 [작전] 재미, 웃음, 그리고 주식의 무서움을 느꼈던 영화 (2) dongyop 09.02.09 1170 3
72713 [키친] 재미가 없어요... (3) dongyop 09.02.09 1135 3
72712 [마린보이] 이 영화 장르가.....? (2) daeun0705 09.02.08 944 1
72711 [과속스캔들] 웃음 대박! (5) daeun0705 09.02.08 851 0
72710 [마다가스카..] 영화는 자고로 즐거워야 한다? (2) kaminari2002 09.02.08 769 0
72709 [세븐 파운즈] 마지막 10분의 감동을 위해, 이유 모른채 본다는 건... (2) kaminari2002 09.02.08 1142 1
72708 [베드타임 ..] 그럭저럭~ 가슴 따뜻한 영화 (2) liberal79 09.02.08 1151 0
72707 [워낭소리] 다큐멘터리를 가장한 영화. 하지만 좋다. (5) hiro1983 09.02.08 13825 1
72706 [적벽대전 ..] 완급조절에 실패한 오우삼... (4) klk21 09.02.08 1210 1
72705 [작전] 작전, 흥행할 수 밖에 없는 이유 (7) sh0528p 09.02.08 1563 1
72704 [프로스트 ..] 무모한 도전은 피하고 싶은 생각을 하게한 영화 (2) fornest 09.02.08 893 0
72703 [마린보이] 서로 속고 속이는 배신으로 점철된 해양액션범죄스릴러물 (4) kaminari2002 09.02.08 13299 1
72702 [작전] 통쾌한 오락영화~!! (2) redmin66 09.02.08 1118 0
72701 [잃어버린 ..] 머...생각안하고보면 볼만한영화?? (2) didwldus999 09.02.08 933 0
72700 [마다가스카..] 솔직히 징크스는 맞아떨어진듯... (3) didwldus999 09.02.08 826 0
72699 [트랩] 성범죄자를 다룬 스릴러 영화? (3) mina7359 09.02.07 1226 0
72698 [과속스캔들] 사람들의 입에 오르락 내리락 하기에 (5) mina7359 09.02.07 884 0
72697 [과속스캔들] 이정도예산으로이런영화찍기힘들듯.. (5) shape86 09.02.07 931 0
72696 [다크 나이트] 뛰어난 스릴러 영화. (3) pink04w 09.02.07 1833 1
72695 [작전명 발..] 사람들은 왜 현실에 안주하려 하는가?? (8) yhj5062 09.02.07 13625 0
72694 [벤자민 버..] 잔잔하지만 묵직한 감동! (9) redmin66 09.02.07 13886 2
72693 [세븐 파운즈] 가슴 따뜻해질 무언가를 찾는 분들에게 안성맞춤일 영화~!! (2) freengun 09.02.07 1031 0
72692 [이레이저 ..] 컬트무비의 교과서.. 문제작(?) (2) spitzbz 09.02.07 888 0
72691 [미인도] 나름 괜찮은 구석도 있는.. (3) ehgmlrj 09.02.06 926 0
72690 [낮술] 넌 좀 당해도 싸다... (9) ldk209 09.02.06 18655 8
현재 [타인의 취향] 관계를 맺는다는 것은 타인에 대한 배려를 전제로 한다.. (2) ldk209 09.02.06 1245 0

이전으로이전으로691 | 692 | 693 | 694 | 695 | 696 | 697 | 698 | 699 | 700 | 701 | 702 | 703 | 704 | 705다음으로 다음으로




1일동안 이 창을 열지 않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