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년도는 2007년이지만, 영화 엔딩크레딧에는 2008년으로 표시되어 있다.
이 영화는 알만한 사람은 다 알겠지만, 2000년도 국내개봉 일본영화 웰컴 미스터 맥도날드 (ラジオの時間, 1997) 와 컨셉이 동일하다.
그것은, 라디오 방송국에서 생방송으로 라디오 드라마를 진행하면서 생기는 해프닝으로, 대본에 없는 애드립과 사건사고 등으로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의도치않게 청취자들의 대단한 호응을 받게 된다는 이야기.
컨셉은 동일하며, 큰 테두리에서의 재료는 동일하다 하겠지만,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은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영화 '웰컴 미스터 맥도널드' 가 떠오르는 것은, 그만큼 소재 자체가 주는 독특함 때문이다.
두 영화를 비교해보자.
콧대높은 주연급 여배우가 등장하는 것은 동일하다.
대본에 없는 애드립으로 인해 작가의 의도와 다르게 이야기가 진행된다는 점도 동일하다.
어렵게 어렵게 사고쳐 놓은 이야기들을 수습하며 이야기를 다행스럽게 마무리 짓는다는 점도 동일하고, 청취자들의 호응이 대단히 뜨겁다라는 점도 동일하다.
이런 큰 테두리에서의 소재들은 거의 동일하다고 볼 수 있으며, 이제 이것에 살붙이기를 해가면서 틀려진다.
우선, '웰컴 미스터 맥도널드' 의 경우, 라디오 방송국내 스튜디오 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영화가 시작되고, 영화가 끝을 맺는다.
그러나, '라듸오 데이즈'는 보다 스케일이 크다.
'웰컴 미스터 맥도널드' 의 경우, 마치 소극장에서 한편의 연극을 보는듯한 느낌을 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야기가 대단히 흥미진진하며 몰입도가 크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로부터 호응을 이끌어냈던 영화였다.
마치, 실제로 생방송을 직접 듣고 있는듯한 현장감을 느낄 수 있으며, 정확히 기억은 안나지만, 아마도 하룻밤 동안 일어난(하나의 작품을 하룻밤에 모두 연출하는 짧은 스토리의 이야기) 였던듯 하다.
반면, '라듸오 데이즈' 의 경우, 주로 라디오 방송국에서 이야기가 이루어지긴 하지만, 독립운동가들과 일본총독부의 사전검열, 방송중 광고, 우리나라 1930년대의 재즈(스윙?), 잘나가는 여배우와 기생출신 성우의 대결구도, 신출내기 방송작가의 우여곡절 성공기 등등
많은 소재들과 이야기들이 덧대어져 있다.
또한, 하룻밤에 모든 이야기가 끝이 나는것이 아니라 몇일동안 방송되는 시리즈 드라마이다.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하고, 나름대로 이야기도 흥미롭게 진행되긴 하지만, 역시나 '웰컴 미스터 맥도널드' 가 떠오르는 것은 어쩔수 없다.
가장 아쉬운 부분은, 류승범과 김사랑의 캐릭터이다.
줄거리에 따르면, 로이드(류승범)이 마리(김사랑)에게 흥미를 보이면서, 우연히 생방송으로 마리의 재즈 라이브를 시도한후, 뒤이어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라디오 드라마까지 이어지면서 러브라인 같은것이 형성되는듯 하지만, 실제로는 그다지 두 사람의 관계는 별 비중이 없으며, 역할이 애매해진듯 하다.
수많은 출연진과 덧대어진 많은 스토리가 있지만, 그다지 효과는 미비한듯 하다.
'웰컴 미스터 맥도널드' 를 살펴보자.
이 영화는 매우 적은 출연진이 등장하며, 라디오 스튜디오라는 제한된 공간에서 대부분의 스토리가 진행되고, 마치 실제로 생방송으로 라디오를 청취하듯 배우들의 성우 연기에 촛점이 맞춰져 있는데,
신출내기 작가 미야코가 공모전 당선으로 자신의 작품이 라디오 드라마로 방송되게 되면서 기대에 부풀어 있지만,
왕년에 잘나가던 스타인 노리코가 떼를 쓰기 시작하면서 이야기는 꼬여가기 시작한다.
덩달아 다른 성우들도 떼를 쓰기 시작하고 애드립을 하기 시작하면서, 미야코의 원래 이야기는 수정에 수정을 거듭하면서 전혀 다른 이야기로 변하게 되는데, 그런 와중에 '맥도널드' 라는 등장인물이 생겨나고, 로맨틱 하게 하고 싶다는 이유로 바닷가를 등장시키려다가 댐을 폭파시키는등 이야기는 점점 걷잡을 수 없게 바뀌어 버리지만, 덕분에 이야기는 스펙타클하게 바뀌고, 점점 더 극적으로 바뀌어 청취자들의 애간장을 녹이게 된다.
그 와중에 빛나는 성우들의 열연.
마치 한편의 연극을 보는 듯한 이 영화는 제한된 공간과 소수의 출연진 만으로 멋진 이야기를 펼쳐내고 있다.
두 영화는 겉보기에는 틀리지만, 매우 닮아 있다.
이 영화를 만든 하기호 감독이 '웰컴 미스터 맥도널드' 의 팬이거나 오마주를 하려 한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김뢰하의 작가 연기도 볼만하다.
험악한(?) 인상 때문에 대체로 조연배우이거나 악역을 주로 맡았던 김뢰하는 이 영화에서 약간 모자라 보이지만, 나름대로 열정을 보이는 작가 노봉알(!) 을 연기하고 있는데, 의외로 역할이 잘 어울린다.
그다지 두각되지는 않았지만, 예쁜 얼굴에도 불구하고 엽기적인 표정과 코믹스런 연기를 선보이는 황보라의 연기도 볼만하다.
(일본군에게 발차기하다가 발을 잡혀서 깨근발을 뛰는 모습이 어찌나 엽기적이던지..)
'웰컴 미스터 맥도널드' 가 성우들의 애드립 떄문에 스펙타클한 영화가 되었듯이, 이 영화 '라듸오 데이즈' 에서도 성우들의 애드립 때문에 이야기가 삼천포로 빠지게 되고, 결국 삼각관계에 빠진 배우들의 관계를 정리하기 위해 '알고보니 이복 남매였더라' 라는 스토리로 마무리 되었듯이, 총독부에서 일본의 식민정책을 선전하기 위해 일본군으로 전장에 나가는 남자 주인공으로 이야기를 매듭 지으라는 협박을 무시하고, 로맨틱한 결말로 마무리 지은후, 결국 일본군에 잡혀 이송되는 차안에서 로이드(류승범)와 노작가(김뢰하)가 나누는 얘기중, 딸을 두고 다른 곳으로 시집간후 낳은 아들과 딸을 결혼시킨다는 '하늘이시여' 의 스토리를 이야기 하는 부분이 있다.
영화속에서 엽기적인(파격적인?) 남녀관계를 만들어냈던 이들이 생각해낸 또하나의 파격적인 패륜(!) 스토리.
그만큼, 시청자(혹은 청취자)에게 자극적인 내용을 보여주기 위해 패륜도 서슴치 않는 오늘날의 드라마를 꼬집는듯 하다.
전반적으로, 무난하게 볼만은 하다.
다만 '웰컴 미스터 맥도널드' 라는 영화를 본 사람에게는 그 신선함이 떨어지기는 하지만, 이 정도면 무난한 편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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