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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가슴이 아릴 뿐... 사랑 후에 남겨진 것들
ldk209 2009-02-27 오후 2:58:35 1027   [0]
그저 가슴이 아릴 뿐... ★★★★☆

 

암에 걸려 곧 죽을 남편을 위해 떠난 마지막 여행에서 아내가 먼저 세상을 떠나다니. 이런 기가 막힐 일이 있을까마는 살면서 이와 비슷한 일을 경험해서인지 그런 설정 자체가 놀랍다거나 의외라는 등의 생각은 들지 않았다. 다만, 영화 보는 내내 말 그대로 안구에 습기 차도록 흐르는 눈물을 주체하기 힘들었다. 아마 요 몇 년 사이에 본 영화 중에서 이처럼 많은 눈물을 흘린 영화는 없었을 것이다. 이처럼 개인적 경험을 공유하는 특정한 영화의 가치는 그 당사자에겐 그 어떤 영화보다 깊은 잔상을 남기게 되는 것 같다.

 

영화는 전반적으로 일본 영화의 영향이 강하게 느껴진다. 일상을 잔잔하면서도 세심하게 살피는 장면들도 그렇고, 영화의 첫 이미지들인 조용한 시골의 풍경(빨래줄에 널린 인형 등)도 무슨 영화인지 모르고 그냥 봤다면 ‘혹시 일본영화?’라고 착각할 정도로 일본 영화를 떠올리게 한다. 일본 문화에 경도된 도리스 되리 감독의 심경은 남편을 위해 마지막 여행을 떠났다가 홀연히 먼저 세상을 뜨게 된 아내 투루디(한넬로레 엘스너)로 복사되듯 전해져 있다.

 

“늘 일본에 가보고 싶었다. 후지산과 벚꽃을 그와 함께 꼭 한번 보고 싶었다. 남편 없이 구경하는 건 상상할 수가 없다.”

 

부토 무용을 하며 후지산에 남편과 가보는 게 소원인 트루디는 결국 소원일 이루지 못한 채 삶을 마감하지만, 이야기는 거기서 멈추지 않는다. 황망한 마음을 안고 집으로 돌아온 루디(엘마 웨퍼)는 아내의 옷을 챙겨 그녀가 평소 꿈꾸던 일본으로 간다. 루디는 곧 트루디이며, 트루디는 곧 루디다. 루디는 아내의 죽음을 떠올리며 호들갑을 떨거나 슬픔을 과장하지 않는다. 다만, 그는 외투 속에 아내의 옷을 껴입고 아내에게 일본의 거리와 흐드러지게 핀 벚꽃을 보여준다. 그리고는 조용하게 되뇌인다.

“내게 남은 그녀의 기억은 내가 죽으면 어디로 갈까?”

 

‘부토’(舞蹈) 무용은 영화에서 중요한 모티브를 제공한다. 얼굴에 회칠을 하고 무거운 동작으로 천천히 움직이는, 어찌 보면 기괴한 느낌을 주는 부토 무용은 죽음의 세계를 보여주는 춤이다. 공원에서 만난 부토 무용을 추는 18세 소녀 유(이리주키 아야)는 수화기를 이용해 죽은 자와 통화를 하는 퍼포먼스를 벌인다. 그리곤 부토 무용은 죽은 자와 함께 추는 춤이란 해석을 덧붙인다. 어색하지만 진지한 루디의 춤사위가 펼쳐질 때, 그 손가락 끝이 힘겹게 무엇인가를 잡으려 할 때, 트루디에 대한 그리움의 감정은 조용하면서도 진하게 전달된다.

 

이제 루디가 가야할 곳은 후지산이다. 안개에 가리워진 부끄럼 많은 후지산은 자신의 모습을 쉽게 보여주지 않는다. 며칠을 기다리다 드디어 후지산을 보게 된 루디. 루디와 트루디가 함께 추는 부토 무용. 그 아름다움과 애닮음. 죽음의 순간은 짧지만, 그리움은 너무나 길구나....

 


(총 0명 참여)
prettyaid
잘읽었어요^^   
2009-06-29 11:11
powerkwd
잘 읽고 갑니다 ^^   
2009-05-28 14:33
kimshbb
감동 그 자체   
2009-05-21 21:39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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