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내내, 지울 수 없었던 영화가 있었다. 물론, 이 영화를 제작할 때도 그러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몇몇 분들이 있을 것이라 짐작이 간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었을 때, 그 무언가 새로운 것이 보이지 않는다면 실망하는 것이 당연한 결과라 하겠다.
필자는 이렇게 상상을 했다. 2019년 L.A에서 블레이드 러너인 ‘데커드(해리슨 포드 분)’가 리플리컨트를 쫓고 있을 때, 1년 후 우리나라에서는 ‘석(김승우 분)’을 비롯한 SIU(잔혹범죄 전문 특수 수사대 : Special Investigation Unit) 요원들은 살인을 조종하는 거대한 그림자 ‘골리앗(최민수 분)’를 쫓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인간의 오만함으로 살인병기가 되어버린 자들을 쫓는 특수 경찰의 상황 설정이나,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게토와 인터시티의 암울한 지역 (블레이드 러너에서는 무슨 지역이었는지 잘 기억이 안난다.) 등은 영화를 생각하지 않을래야 않을 수 없었다.
다른 점이 있다면, ‘블레이드 러너’는 1982년 SF 영화가 한창 태동기에 있을 때, 만들어졌다는 것과 ‘예스터데이’는 그로부터 20년 후인 2002년 한국의 SF 블록버스터 최초라고 자부하는 영화라는 것이다. 이도, 어떻게 보면 유사한 점을 발견할 수 있겠지만, 필자는 고려하지 않기로 했다.
영화 ‘블레이드 러너’는 대부분의 분들이 알고 계시겠지만, 기억을 환기시키고자 약간의 시놉시스를 적어보겠다. 21세기 초 타이렐 주식회사는 리플리컨트라 불리우는 인간과 실질적으로 동일한 넥서스라는 로봇을 개발한다. 이 로봇의 쓰임새는 다른 행성의 위험지역 개척과 식민지화에 필요한 노동력이었지만, 외계에서 넥서스에 의한 거대한 폭동이 있은 후, 그들에게 지구 출입은 금지되었으며, 발견 즉시 처형되었다. 블레이드 러너 특수 경찰대는 어떠한 리플리컨트라도 색출하도록 명령을 받았고, 전임 블레이드 러너인 ‘데커드’는 이들을 추적하도록 강요당한다.
이에 반해, ‘예스터데이’의 간략한 내용을 소개한다면... 20세기 말, 몇 명의 아이들이 갑자기 사라지고, 이와 때를 같이해서 최고의 과학자들을 모아 극비의 프로젝트를 진행시킨다. 그리고 30년 뒤, 2020년 통일 한반도에서는 은퇴 과학자들만 노린 연쇄 살인 사건과, 도시 한복판에서는 경찰청장이 납치되는 사건이 발생하게 된다. SI 팀장인 ‘석’과 경찰청장 딸인 범죄 심리분석관 ‘희수 (김윤진 분)’는 이 사건의 공통 분모를 수사하게 되고 마침내 거대한 음모를 발견하게 되는데...
한국 최초의 SF 불록버스터라는 명명하에 거대 자본이 투입된 영화 ‘예스터데이’는 이전에 본 적이 없는 (최소한 한국 영화에서는...) 특수 무기들과 효과들이 많이 보인다. 카드형 인터넷 폰, 치아 스캐닝, DNA 스캐닝 등 정말 얼마 안 남은 가까운 미래에 우리의 삶을 윤택하게 해 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되어지는 물건들이 있다. 여기에 폭발에 의한 거대한 불꽃 등 한층 발전된 블록버스터 영화의 현주소를 보여 준다.
여기에 인간이 신의 능력을 침범하는 과오에 대한 응징과 하나뿐인 아들이 불가항력적인 희생으로 죽게 되자, 이를 뒤쫓게 되는 부성애 등의 어우러짐은 각본상으로도 영화의 완성도를 한층 높여 주지만, 영화는 관객에게 전달하려는 주제와 현란한 영상에 주력해서인지 가장 기본적인 것을 간과하고 말았다.
영화는 보는 것과 듣는 즐거움으로 관객을 사로잡는다. 하지만, ‘예스터데이’는 보이는 것에만 집중을 해서 그런지, 관객에게 들을 기회를 박탈(?)해 버린다. 극장도 사운드 시스템은 최고수준이라는 시청쪽의 한 극장에서 시사가 이루어졌었고, 필자는 자신의 귀를 의심하면서, 사운드에 집중하였으나 도무지 집중을 할 수가 없었다. 가뜩이나 ‘블레이드 러너’의 장면들이 영화 내내 필자의 머리를 감싸고 도니, 이것은 마치 영화를 본다기 보다 영화에 짓눌린 2시간이었다. 아직 영화가 개봉하기 전까지 시간이 있으므로, 지금은 사운드 보정이 됐을 수도 있으므로 이쯤에서 사운드에 관한 옥의 티는 끝내기로 하겠다. 아쉬운 대로, 들리는 것이 없으니 눈만으로 영화를 이해하기로 했다. 터지는 액션, 미래 사회의 신무기들이 펼쳐내는 영상앞에 때 아니게 맥을 끊는 광고가 눈에 거슬렸지만, 그런데로 영화를 감상할 수 있었다.
반쪽짜리 영화로.. 또는 ‘블레이드 러너’에 더 더욱 비교될 만한 영화로 필자의 기억에 남게 되겠지만, (사실, 비교할 가치도 없다고, 말하는 영화 학도들도 계시겠지만) 20년이 지난 후에도 걸작으로 남게 된 ‘블레이드 러너’처럼, 앞으로 20년이 지났을 때 한국 영화를 얘기할 때도 ‘예스터데이’를 걸작으로 추앙 받을 수 있을까 조금의 걱정이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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