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 바이 090306 아트하우스 모모, 혼자
아직 겨울, 날씨는 추웠다. 바람이 많이 불어 내 망토 자락이 날아갈 듯 펄럭였다.
죽음을 이야기하는 영화를 보기에, 적당한 날씨였다.
사람이 죽고 나면 남아 있는 사람들은 망자를 영원한 안식처로 보내줄 준비를 한다. 깨끗이 몸을 닦고 정갈한 옷으로 갈아 힙힌 후 곱게 화장을 해 준다. 관 속에 고이 모시고 살아 있는 사람들은 마지막 인사를 한다. 떠나가는 죽음이 허망해 보이지 않는다.
우리의 주인공은 우연히 이렇게 시신을 염습하는 일을 전문으로 하게 되면서 삶과, 살아간다는 것과, 그리고 죽음이 끝이 아님을, 최소한 남아서 죽은 이를 그리워하게 될 사람들에게만큼은 소중히 기억되리란 것을 알게 된다.
처음엔 어떻게 이런 일을 하나 하고 걱정하던 주인공의 얼굴이 점점 진지해지는 모습을 보면서, 그리고 자신의 삶에서 어릴 적 꿈꾸던 첼로 연주자의 길과 이해심 많은 예쁜 부인과 함께 행복해지는 모습을 보면서, 난 점점 더 삶이 고마워졌다.
바깥 날씨가 무척 쌀쌀했었는데, 영화가 끝나니 그새 얼었던 마음이 사르르 녹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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