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사봉공'한 자들의 승리로 끝나는 이야기들. 언제나 이런 이야기들은 주인공의 정의감에 대한 마땅한 설명이 필요하다. <맨 오브 오너>의 쿠바 구딩 Jr.가 백인 사회에서 싸울 수 있었던 것은 아버지와의 약속이요, <인사이더>의 러셀 크로가 끝까지 자신의 의지를 고집할 수 있었던 것은 두 딸아이가 나중에 자기를 어떻게 지켜볼 지에 대한 시선이었다. 주인공 네 명의 후반까지 굳게 이어지는 정의감의 배경은 단지 회사를 살리겠다는 생각뿐이었다는 것, 아니 더 짚어보면 분명 그들이 중역 간부들이었기 때문에- 즉 고위 간부를 쳐야 그들이 설 자리를 확보할 수 있는 하나의 무모한 베팅이 성공한 거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캐릭터들의 행동에서 이처럼 개연성이 누락되었다는 사실을 제외하고는 그들의 '멸사봉공'을 신나게 볼 수 있었다. 언론, 검찰, 그리고 ACB은행의 캐릭터들은 나름대로 다 자기 빛깔을 띄고 있었고-, 방대한 비리의 스케일을 제한된 시간의 영화 속에서 다루기 충분히 어려웠을 터인데도 영화 시나리오는 관객들이 대강 넘겨짚어가며 수월하게 볼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게다가 도쿄의 도심 한 가운데서 일어나고 있는 비리들 가운데 청정한 공원을 대하는 카메라의 시각, 그 속에 서 있는 색스폰(맞나요? -_-;;;)의 걸인-. 그리고 상당히 이질감을 느끼게 해주었던 스타팅 크레딧... 짚어보면 괜찮은 부분이 많아 보인다.
아쉬운 건, 후반부의 주주총회에서 '아, 이게 영화였지~' 하며 자리를 고쳐 앉게 만들었던 '화합'의 발상-. 그리고 영화 처음부터 끝까지 채찍질하며 관객을 숨가쁘게 만든 삭제된 여유 (<인사이더>의 상대적 우위가 드러난다.) 난 아무래도 숨 쉴 틈이 있는 영화가 좋은가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