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에 몰린 그녀가 빚에 대한 조언을 할 수 밖에 없는 아이러니가 주는 재미와 교훈
쇼퍼홀릭이란 말을 들어 보셨습니까? 사실 전 이 영화 포스터를 처음 보고 '슈퍼홀릭'이라고 읽고 원더우먼과 비슷한 영화인 줄 알았습니다. 'shopaholic'은 아시다시피 쇼핑을 병적으로 좋아하는 사람으로, 구매시 절제를 하지 못하는 일종의
병입니다.
술과 관련된 알콜 중독자를 일컷는 'alchoholic', 일벌레인 'workaholic'과 같은 개념으로, 두 단어가
합쳐져 만들어진 신조어이죠.
소피 칸셀라는 '쇼퍼홀릭'이란 소재로 동명 소설을 통해 1,500만명의 전세계 독자의 사랑을 받았고
그 중 일부 내용을 영화로 옮겨졌습니다.
소설속 이야기처럼 영화 '쇼퍼홀릭'은 그 질병을 무겁고 진지하게 보는 대신 재미있고 유쾌한 시선으로
보고 있습니다. 병이지만 그 병이 개인에 미치는 영향을 사실적으로 파해치고 경고해 주기 보다는, 이겨낼 수 있으며
극복한 뒤 새로운 인생은 아릅답다는 긍정적이고 낙천적인 시선으로 바라봅니다.
잡지사에 근무하던 레베카 (아일라 피셔)는 쇼핑 중독자입니다. 훈남의 미소보다도 백화점에서
물건을 고를 때 더 행복한 그녀는 열심히 구매하고 카드 결재일에 후회하는 일상의 연속입니다.
그러다 직장이 없어져 빚을 청산할 수 있는 더 많은 연봉을 주는 직장으로 가려하는데 글쓰는
재주밖에는 내세울 것 없는 그녀가 그토록 가고 싶어하는 잡지사에 면접을 통과해서 그녀가 원하는
쇼핑을 맘껏 하게 될까요? 아니면 또 다른 삶이 그녀를 기다리고 있을까요?
쇼퍼홀릭이란 내용을 영화에서는 재미있게 다루고 있긴 하지만 그 속에 진지함도 있습니다. 가령 그녀는 백화점에서 물건을 살 때 '공주 대접'을 받는 기분이라고 고백합니다. 또 그녀는 물건을 살 때 세상이 아름다워 보인다고 합니다. 문제는 그런 아름다움이 오래가지 않아
또 다른 물건 구매에 집착하게 된다는 점이죠.
그 점은 일부 공감도 됩니다.
자신의 소중한 돈을 주고 물건을 구매할 때 고객으로 존중받는 느낌은 정말 중요한 부분이고,
정말 갖고 싶었던 물건을 갖게 되었을 때의 희열은 무엇과 바꿀 수 없죠.
하지만 그런 희열이 지나쳐 희열 자체를 잊지 못해 물건을 구매하거나, 대접을 받고 싶은 욕구 때문에
당장 필요없는 물건을 구매한다면 그게 바로 '쇼퍼홀릭'이란 거죠.
그런 쇼퍼홀릭에 반대로 외모로 꾸며진 모습이 싫어 일부러 옷을 촌스럽게 입고 다닌다는 영화속
대사는 우리에게 전하는 진지한 메세지 바로 그것입니다.
진정한 부자는 과시하는 것이 아니라 정말 써야할 곳에 돈을 쓸 줄 아는 사람이라는 말처럼, 외모를 명품으로 치장하고 꾸며서 위대해 보이는 것이 아닌 내면에 아름다움과 지적인 매력이 그 사람을 더욱 빛나게 해 준다는 점이죠.
그런 논리라면 소비는 정말 나쁘기만 한가요? 아니라는 점에 대부부분 동의하실겁니다. 영화에서도 과소비, 충동 구매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을 말하고 있을 뿐 소비가 나쁘다는
장면은 없습니다. 오히려 적절한 카드 사용은 바람직하고 경제도 살리는 길인 것처럼, 소비를 통해서 그녀는
사랑을 만나고 새로운 자신을 발견하여 또 다른 인생을 찾게 됩니다.
역시 '제리 브룩하이머'는 흥행의 마술사란 별칭이 딱 들어 맞았고, '아일라 피셔.'는 제리의
제작 의도에 맞게 상큼하고 발랄한 이미지로 관객에 눈을 즐겁게 해주며, 감독 'P.J. 호건'도
그녀의 매력과 제작자의 의도를 잘 파악해 관객들이 좋아할 작품으로 만들었습니다.
이번 작품은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와 비교도 많이 하는데 가장 띄는 공통점 이라면 단연 탑 브랜드 퍼레이드입니다. 수많은 명품들이 즐비하고 생전 가져 보지도 못할 만한 고가의
제품들이 화면 가득히 펼쳐져 여자들의 마음을 설레이게 하죠. 명품에 문외한인 제가 보기에도 정말 좋아 보이더군요.
하지만 스토리 중 일부 내용과 전개 방식은 현실성이 떨어져 보이기도 하는데요... 그녀가 쇼핑 중독을 고치고 새로운 삶을 찾게 되는 과정이나 그녀가 한 실수는 오히려 복이 되어 돌아오는 점, 그리고 '캔디'처럼 모두 그녀를 좋아하는 점 등은 다소 과장되고
작위적인 부분이지만, 쇼핑 중독자의 최후를 보여 주려는 다큐가 아닌 영화에서 그 이상의 재미와
즐거움을 주었다면 이쯤은 애교로 넘어갈 수 있다고 봅니다.
원제목 처럼 (Confessions Of A Shopaholic) 영화속 그녀는 자신의 과오를 반성하고 이전
삶에 대해 즐거운 경종을 울리게 해 주는 '쇼퍼 홀릭'이 정말 마음에 드는 부분은 그녀의 얼굴이
예쁘다는 이유만으로 백마탄 왕자와 사랑에 빠지고, 병도 치유하여 새로운 인생에 도전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그 점이 마음에 들고 그렇기에 더욱 재미있게 보았던 영화입니다.
과연 그게 무었인지 한번 찾아 보시죠.
거기에 또 하나 관전 포인트인 카드사 직원과의 추격전... 정말 이 영화에서 놓칠 수 없는 재미입니다.
'데릭 스미스'라는인물... 대박입니다. 맘껏 웃고 즐겨 보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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