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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민가 청년의 헐리우드식 성공 스토리.. 슬럼독 밀리어네어
ldk209 2009-03-23 오후 5:46:00 2404   [8]
빈민가 청년의 헐리우드식 성공 스토리.. ★★★☆


2009년 아카데미 작품상과 감독상, 각색상, 촬영상, 음향상, 편집상, 음향효과상, 주제가상, 음악상 등 8개 부문을 수상한 <슬럼독 밀리어네어>. 이 영화가 정말 지난 1년 동안 미국에서 상영된 영어로 된 영화 중 가장 최고의 영화일까?


학교 문턱에도 가본 적 없는 세계 최대 빈민가인 뭄바이 출신의 고아 청년 자말(테브 파텔)은 거액의 상금이 걸린 <누가 백만장자가 되고 싶은가>라는 최고 인기 퀴즈쇼에 참가해 모두의 예상을 깨고 최종 라운드까지 진출한다. 정규 교육도 제대로 받지 못한 자말이 승승장구하자 경찰은 자말을 사기죄로 체포한다. 하지만 그의 증언을 통해 그가 맞춘 문제는 우연하게도(!) 그의 삶과 연관된 문제였으며, 그가 퀴즈쇼에 출연한 진짜 목적이 무엇인지 서서히 드러나게 된다. 그 이야기 안에는 어려서 종교 분쟁으로 인해 어머니를 잃고 형 살림(마두르 미탈)과 함께 한 고생, 그리고 우연히 같이 동행하게 된 라티카(프리다 핀토)에 대한 살림의 일편단심 사랑 이야기가 펼쳐진다.


우선 영화는 원작 소설의 기본 얼개는(!) - 가난한 무학의 청년이 퀴즈 대회에서 우승한다. 퀴즈 문제는 모두 청년이 경험한 삶 속에 녹아들어 있으며, 이로 인해 경찰 조사를 받는다는 -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람 모하마드 토마스라는 힌두교, 이슬람교, 기독교식 이름이 조합된 주인공의 이름을 자말이라는 평범한 인도식 이름으로 바꿔 놓았고, 아는 동생인 살림을 친형으로, 소설에는 없는 라티까(프리다 핀토)를 새롭게 창조했으며, 주변 인물들의 경험을 모두 주인공의 것으로 집결시켰 놓았다.


인물만이 아니라 대부분의 에피소드들이 사실상 새로 만들어진 것이나 다름없게 각색했으며, 특히 주인공의 직업을 웨이터에서 고객안내센터에서 일하는 임시직으로 바꾼 건 영어권 관람객을 위한 고려 또는 현실의 인도와 미국/영국과의 관계를 대표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많은 인도인들이 인도의 시간과 날씨가 아니라 미국 주요 도시의 시간과 날씨를 보면서 영어로 상담에 응한다. 미국 소비자들은 자신들의 전화를 받는 상담 요원이 뉴욕이 아니라 사실은 인도에 있음을 알지 못한 채 통화한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인도와 미국의 통화료를 감안하더라도 저임금으로 인해 훨씬 적은 경비가 들어가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 영화는 아역을 제외한 배우들은 모두 영국 배우들이다.


아무튼 영화 <슬럼독 밀리어네어>의 주인공 자말은 친형 살림(마두르 미탈)과 함께 지내면서 종교 분쟁에 휘말려 어머니를 잃고, 형과 함께 타지마할의 비공식 안내원으로 일하며, 아동 구걸 조직에서 탈출하고, 범죄 조직의 정부가 된 라티까를 구하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퀴즈의 질문들은 이 과정에서 알게 된 것들로 이루어져 있는데, 자말이 퀴즈대회에 참여한 이유는 평생(?) 단 한 여자만을 사랑한 자말의 순수함과 관련이 있다. (반면, 원작소설에서 주인공이 퀴즈대회에 참가한 이유는 복수를 위해서다)


단적으로 말해 <슬럼독 밀리어네어>는 잘 만들어진(웰메이드) 영화임은 분명하다. 전체적으로 깔끔하고 매끄러우며 적당한 수준의 감동과 적당한 수준의 오락적 재미를 보장한다. 만약 그동안 아카데미 작품상을 보고 나서 ‘역시 나는 작품상 영화와는 맞지 않은가봐’라거나 ‘역시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한 영화는 지루해’라며 불만을 토로했던 사람이라도 <슬럼독 밀리어네어>는 다를 수 있다. 특히 원작을 읽은 사람이라면 소설의 영화화에 따른 각색의 뛰어남을 충분히 알 수 있을 것이다.(역시 아카데미 각색상을 수상할만해!) 그리고 발리우드 영화를 연상시키는 엔딩은 최근 본 영화 중 가장 흥겹고 신나며, 아카데미 음악상, 주제가상을 받은 만큼 음악도 두 말 하면 잔소리다.


이렇듯 여러 장점에도 불구하고 <슬럼독 밀리어네어>는 너무 얇다. 영화 초반부 뭄바이 빈민가의 삶을 묘사한 장면을 돌이켜보면, <시티 오브 갓>의 현란함이 떠올려진다. 그나마 <시티 오브 갓>은 상영 시간 내내 빈민가의 삶을 세밀하게 들여다봄으로써 자연스럽게 브라질 빈민가와 관련한 문제의식이 솟아날 여지가 있다면, <슬럼독 밀리어네어>에는 그저 인도 빈민가의 표피만을 훑고 지나갈 뿐이다. 그것도 화려한 눈요김거리로. 누군가의 말로 대신하자면, 인도에 심각한 빈곤이 실재한다는 것과 그 빈곤을 볼거리로 재현한다는 것은 전혀 별개의 문제이다. 어찌 보면, <슬럼독 밀리어네어>는 관객들이 빈곤에 대한 책임의식과 죄책감을 적당히 느끼는 수준에서 - 그러니깐 부담감으로 인해 영화 관람을 기피할 정도는 아닌 수준의 영화라고 보면 딱 맞을 것 같다.


거기에 매끈하긴 하지만, 너무 수월하다. 너무 술술 흘러간다. 고비마다 소위 '데우스 엑스 마키나'가 강림하신다. 자말의 고난은 내 것처럼 느껴지지 않고 그의 애닮은 사랑도 가슴을 울리기엔 힘에 부친다. 그러다보니 오히려 눈에 보이는 결함, 그러니깐 거액의 상금이 걸린 퀴즈쇼의 형식이 내내 25%의 운에 맡겨볼 수 있는 사지선다형이라거나(실제 그런다고는 해도) 문제 수준이 너무 낮은 것 아니냐는 의문 등은 그다지 크게 다가오지는 않는다.


그렇다면 <슬럼독 밀리어네어>가 정말 지난 1년 간 미국에서 개봉된 영어로 된 영화 중 가장 최고의 영화인가? 애석하게도 나에겐 그 정도로 좋은 영화로는 다가오지 않는다.


※  원작 소설을 읽고 영화를 봤기 때문에 실망감을 더 많이 느꼈을 수도 있다. 원작 소설에 나와 있는 인도 빈곤층의 삶과 돈을 둘러싼 현실과 명분의 충돌, 그리고 복수와 반전 등의 다양한 레파토리가 각색 과정에서 제거되고 오로지 러브 스토리만 달랑 남아 버렸다.(이것도 원작과는 전혀 다른) 내가 각색이 좋다고 한 이유는 훌륭하다라는 의미보다는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관객이 부담감을 느끼지 않을 정도의 가장 적당한 수준에서 각색이 되었음을 의미한다.


이와 관련해 한 영화 전문지 기자의 간단평을 옮기면 다음과 같다.


"믿을 수 없이 평범하다. 가장 믿을 수 없는 건 이 영화의 각색이다. 인도 빈민층의 결이 살아있는 원작의 묘미는 도대체 어디다 팔아먹은 건가. 단언컨대 대니 보일의 그 어떤 영화보다 나른하고 평범한 해석이다. 이 영화를 향한 아카데미의 전폭적 지지는 할리우드와 인도의 전략적 제휴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 씨네21 이화정 기자 - (내 의견도 대동소이하다)

 

※ 원작 소설 속 퀴즈 및 정답


1. 아르만 알리와 프리야 카푸르가 처음으로 함께 주연을 맡은 영화는 무엇입니까?

1) <불> 2) <영웅> 3) <굶주림> 4) <배신>


2. 십자가에는 어떤 글자가 새겨져 있을까요?

1) IRNI 2) INRI 3) RINI 4) NIRI


3. 우리 태양계에서 가장 작은 행성은 무엇입니까?

1) 명왕성 2) 화성 3) 해왕성 4) 수성


4. 맹인 시인 수르다스는 어떤 신을 찬송했습니까?

1) 람 2) 크리슈나 3) 시바 4) 브라마


5. 정부는 다른 나라의 외교관을 '페르소나 논 그라타'로 규정할 수 있습니다. 그게 무슨 뜻일까요?

1) 훈장을 줘야 할 외교관 2) 근무를 연장해야 할 외교관 3) 감사의 뜻을 전해야 할 외교관 4) 용납할 수 없는 외교관


6. 파푸아뉴기니의 수도는 어디입니까?

1) 포트루이스 2) 포르토프랭스 3) 포트모레스비 4) 포트애들레이드


7. 회전식 연발 권총 리볼버는 누가 발명했습니까?

1) 새뮤얼 콜트 2) 브루스 브라우닝 3) 댄 웨슨 4) 제임스 리볼버


8. 인도 육군에게 수여되는 무공훈장 중 가장 명예로운 훈장은 무엇입니까?

1) 마하 비르 차크라 2) 파람 비르 차크라 3)샤우리아 차크라 4) 아쇼크 차크라


9. 크리켓에 관한 질문입니다. 인도 최고의 타자 사친 말반카르는 100점대를 몇 번이나 기록했습니까?

1) 서른네 번 2) 서른다섯 번 3) 서른여섯 번 4) 서른일곱 번


10. 비극의 여왕 닐리마 쿠마리는 여우주연상을 언제 받았습니까?

1) 1984년 2) 1988년 3) 1986년 4) 1985년


11. 셰익스피어의 희곡에서 코스터드라는 인물은 어디에 나옵니까?

1) 리어 왕 2) 베니스의 상인 3) 사랑의 헛수고 4) 오셀로


12.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29번, 작품번호 106번으로 '해머클라비어 소나타'로도 알려진 곡의 조는 무엇입니까?

1) B플랫 장조 2) G단조 3) E플랫 장조 4) C단조


 


(총 2명 참여)
prettyaid
잘읽었어요^^   
2009-06-25 17:03
powerkwd
기회되면 볼께용~   
2009-05-27 22:36
jhee65
그래도 그럭저럭 수작이라고 생각하는데요   
2009-04-09 14:26
ldk209
다른 영화는 모르겠고...저는 <주노>가 <슬럼독 밀리어네어> 더 좋았습니다... 저에게 대니 보일 감독의 최고작은 여전히 <20일 후...>입니다..   
2009-03-25 17:18
bsbmajor
제 개인적 생각은(2007, 2008 후보작들 밀크는 안봐서 제외..)
데어 윌 비 블러드 >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 어톤먼트 >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 슬럼독 밀리어네어 > 주노 > 프로스트/닉슨 > 더 리더 > 마이클 클레이튼 이였네요~^^   
2009-03-25 09:28
cipul3049
글쿤요. 전 그래도, 08년또한 07년에 비해 만만치는 않았다고 봐요.
개인적으로 슬럼독밀리어네어>=데어윌비블러드 > 노인을위한나라는 없다라고 생각.

  
2009-03-24 23:15
jhee65
그런가요? 볼까말까 망설여지네   
2009-03-24 18:16
ldk209
저도 만약 이 영화의 경쟁작이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나 <데어 윌 비 블러드>였다면 작품상 경쟁에서 밀렸다고 봅니다....   
2009-03-24 17:52
bsbmajor
슬럼독 밀리어네어.. 작품상은 솔직히 오바 였죠..
그런데.. 달리 생각하면.. 다른 영화들도 받을 만한게 없었던 한해였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슬럼독이 2007년과 경쟁했다면.. 저런 성과는 없었을듯..
리뷰에 공감합니다~^^   
2009-03-24 09:06
ldk209
누구에겐 최고로 꼽힐만큼 좋은 영화인 건 사실이지만.. 저한테 여러모로 아쉬운 영화였어요... 이 영화가 작품상을 받을 만큼인가에 대해서 여전히 의문부호가 찍히네요...   
2009-03-24 00:35
moon5666
저도 정말 재미있게 봤어요~   
2009-03-24 00:11
cipul3049
사운드 - 비쥬얼 - 캐릭터 - 적절한편집등
모두 정석의길로 갔던 영화라고봐요.
저에게는 08년최고라고 생각합니다.
마지막 정해진운명이니깐이 말해주듯, 너무 수월하게 나갔던 단점을
대변하는 것이었고요.

영화는 영화다처럼 영화와 현실간의 경계는 허물어지지 않다는
말이 생각날정도로 영화니깐 이정도의 흐름은 애교라고 봐지는 포인트
였어요.

시기적으로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 "고통이있어야 희열을 느끼는 감동"이라는 스토리라 너무 좋았습니다. 더욱이, 오랜만에 본 사람들에게
순수 그 이상의 재미를 주고, 또 감동을 주는 영화라
더 높은점수를 줘야된다고 봅니다.
  
2009-03-23 23:11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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