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이란 고통의 산물이다. '마담 보바리'를 쓴 대문호 플로베르는 그것을 증며했다. 작품 하나를 완성하기 위해 뼈를 깍는 노력과 기나긴 세월을 투자해야 했다. 그는 자신의 작품을 증오했고, 글쓰기 작업을 지긋지긋해 했다. 그러나 그는 결국 '마담 보바리'를 완성했고, 사실주의 문학의 위대한 선구자로서 후배 작가들의 영원한 본보기가 되었다.
베넷 밀러 감독의 '카포티'는 그런 창작의 고통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예이다. '냉혈한'으로 논픽션 소설을 창시했으며, 대중들의 사랑을 받았던 작가 트루먼 카포티가 겪었던 창작의 고통을 그 어떤 치우침없이 보여주는 작품이다. 그를 옹호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비난하지도 않는 담담한 영상으로 있는 그대로를 보여준 이 작품은 창작에 있어서 어떻게 작가 본인이 이중적이 될 수밖에 없는지, 책 제목 그대로 '냉혈한'이 될수밖에 없는지를 잘 보여준 수작이다.
영화는 캔사스 주의 외딴 시골마을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으로 시작된다. 조용한 마을에서 벌어진 참극을 다룬 기사를 보고 작가 트루먼은 그 사건을 소재로 기사를 쓰기로 결심하고 소꿉친구이자 같은 작가인 하퍼 리와 함께 마을로 찾아간다. 의욕에 가득차 있긴하지만 사람들은 협조적이지 못하다. 사교계에서 화려한 말솜씨를 자랑하고 온갖 사치를 부리던 그는 이 작은 마을에선 불길한 이방인 취급을 받을 뿐이다. 괴상한 겉모습에 우스꽝스러운 말투 덕에 그는 이웃들의 이상한 눈초리를 받고, 경찰들은 그를 귀찮게 여긴다. 여기서 그의 이중성이 처음으로 드러나는데, 그는 거짓웃음과 허세로 가득찬 사교계에선 스타이며 군중들을 사로잡으며 자신의 기량을 마음껏 뽐내지만 평범한 일상에선 보잘것없는 사람이다. 자신에게 아부를 떨게 하려고 짐꾼에게 팁을 건네고, 자신의 약한 모습을 드러내서 증인의 말문을 열어낸다. 또한 하퍼 리의 도움없이는 사람들과의 대화도 쉽지 않다.
그는 2명의 살인자, 그 중에서도 매우 이질적이면서도 자신과 매우 닮아있는 페리 스미스에게 끌린다. 그에게서 인간적인 매력을 느낀 카포티는 단순히 기사로 끝낼 것이 아니라 장편소설을 쓰기로 결심한다. 그러기 위해 그는 2명의 살인자를 위해 변호사를 선임하고, 교도소장에게 뇌물을 바쳐 자유롭게 교도소에 드나들게 된다. 처음에는 순조롭게 글쓰기가 진행되는 듯 했다. 스페인에 있는 별장에서 자신의 연인(게이)과 여유롭게 글을 써내려 간다. 그러나 예상과 다르게 페리 스미스는 사건 당일에 있었던 일을 얘기해주지 않고 머뭇거린다. 계속 호의를 보여주고, 친구인 척 연기를 하던 카포티는 페리 스미스를 압박하고 결국 사건 당일에 있었던 일을 듣게 된다. 이로써 글은 성공적으로 완성이 되어가고 있었지만 다른 변수가 그를 막아섰다. 바로 6년에 걸친 공판이다. 그들이 사형을 당해야만 완성될 수 밖에 없는 작품을 쓰고 있는 카포티는 작가로서는 작품을 내야한다는 압박감과, 그런 자신의 바람을 혐오스러워 하는 양심이 그를 고통스럽게한다.
이 영화의 클라이막스는 압도적이기까지 하다. 그들이 사형선고를 받고 양심의 가책을 느끼고 외면하려 했지만 스미스의 전보를 받고 찾아간 교도소에서 그는 잊을 수 없는 경험을 하게된다. 그들에게 아무리 자신을 변명해 보려고 해도 그 자신이 더 잘 알고있다. 저들의 사형은 자신이 초래한것이라고. 그런 카포티에게 스미스와 친구는 그 어떤 책망도 하지 않는다. 다만 자신들의 최후를 지켜봐주기를 원할 뿐이다. 결국 스미스는 교수형에 처해진다. 카포티는 여기서 어떤 감정을 느꼈을까? 그는 하퍼 리에게 자기의 노력을 얘기하면서 현실을 도피하려고 한다. '난 최선을 다했어. 어쩔 수 없었다고.' 그러나 하퍼리는 잔인하게 얘기한다. '어쩌면 당신이 그러길 원하지 않았는지 몰라요.'
'작가는 자기 작품에 진실해야 해요' 이것은 카포티가 영화 시작함과 동시에 내뱉은 대사다. 작가 본인이 작품에 진실해야 하는 것. 말은 간단했지만, 글을 쓰기 위해 자신의 이중성과 직접적으로 맞붙어야 했던 카포티에겐 너무나 힘든 일이었다. 사건의 진실을 듣기위해 그들에게 호의를 베푼 자신과, 그들이 어서 빨리 사형당하길 원하는 자신의 모순속에서 그는 괴로워 한다. 더구나 페리 스미스에게 느낀 동질감이 그를 더욱 괴롭게 만든다. 끝끝내 그들을 외면하지 못하고 찾아간 사형집행식. 그는 그 순간 어떤 감정을 느꼈을까. 결국 소설은 완성이 되고, 엄청난 열풍속에 카포티는 국민적 작가가 된다. 그러나 이 창작을 위해 엄청난 고통을 겪어야 했던 카포티는 이후 소설을 출간하지 못했다. 또한 친구들과의 관계마저 악화되어 혼자 쓸쓸히 알콜중독으로 사망했다. 그러나 그는 자기 자신과 맞붙는데는 성공했다. 자기 작품에 진실해 지기 위해서 자신이 주도적이었던 상류사회를 고발하기 시작한 것이다. 비록 '응답받은 기도'는 미완성 작품으로 끝났지만 그는 결국 기도를 전달하는데 성공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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