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 : 첼로 연주자인 다이고(모토키 마사히로)는 어렵게 오케스트라에 자리를 얻는다. 하지만 입단하자마자 재정난으로 오케스트라가 해체된다. 거액의 대출까지 받아 첼로를 구입한 그는 생계가 막막해지자 고향 야마가타로 돌아갈 계획을 세운다. 아내(히로스에 료코)와 함께 돌아가신 어머니가 물려준 집으로 이사를 한 다이고는 ‘고수익 보장’에 ‘초보환영’이라는 구인광고를 발견하고 지원한다. 여행도우미라는 문구를 보고 막연히 여행 관련 회사려니 하고 찾아갔으나 그곳은 납관전문회사였다. 시신을 염하고 납관하는 일이라는 말에 기겁하는 다이고에게 사장(야마자키 쓰토무)은 고액의 월급을 제안한다. 임시방편으로 일을 시작한 다이고는 첫날부터 호된 신고식을 치르고 회의와 갈등에 빠지지만, 사장의 프로다운 직업정신과 사자를 보내는 경건한 태도에 감화되어 조금씩 생각이 바뀐다.
매번 느끼는 거지만, 일본은 이런 류의 영화를 얄밉게도 잘 만든다. 잔잔하지만 지루하지 않고, 웃음과 눈물과 포근함과 위로를 함께 느낄 수 있는 영화. 12시가 다 되도록까지 이 영화를 보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잠자리에 들때까지, 다음날 내내 기분이 그다지 밝지 않았다.
내게 이 영화는 꿈에 대해 이야기해주고 죽음에 대해 이야기 해 주었다. 이루고자했던 꿈인 줄 알았는데 결국은 그것이 내 미래의 꿈이 아니었으며 나는 재능도 없었음을 깨달았을 때, 더구나 그것을 어떤 외부의 환경에 의해, 타의에 의해 절감하고 접어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을 때, 사람은 어찌해야 하는가... 돌아갈 고향과 따뜻하게 웃어주는 아내와 어머니가 물려주신 집이 있는 다이고는 현실적으로 보면 그리 나쁜 상황은 아니다. 그러나, 정말 꿈을 잃고 답답해보이는 그의 얼굴을 보고 있자니, 내 얼굴을 거울에 비추면 저럴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거액의 첼로를 되팔고 정말 가벼워진듯 해보였다. 안개가 걷힌 듯한 느낌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누구나 그러기는 쉽지 않는 법이다. 보통은 도쿄에서 레슨이라도 하며 계속 끈을 놓지 않았겠지....
또하나는 죽음... 누군가를 더이상 볼 수 없게 된다는 것, 내 눈앞에서 불속으로 사라지거나, 관의 뚜껑을 덮는 것으로 이별을 하게 된다는 것은 직접 맞딱드리기 전까지는 경험할 수 없는 엄청난 슬픔일 것이다. 이 영화의 제목이 굿&바이 인것이...아마도 납관이라는 예식이 '굿'과 '바이'를 연결해주고, '굿'하게 '바이'하도록 해주는 단계여서가 아닐까하는 생각도 해보았다. 현세에서의 그의 삶이 어떠했든간에 정성을 다해 시신을 닦고 치장해주고, 마지막으로 영원한 여행길에 오르도록 배웅해주는 납관사의 행동하나하나에서 진짜 직업적 매력마저도 느껴졌다.
죽음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고, 꿈도 노력하면 가까이 손닿는 곳에 둘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저런 생각에 왠지 마음이 무거웠었다. 마음이 무거워지라고 만들어진 영화가 절대 아닌데...미안하네...
참 좋은 영화다. 죽은 이들을 정중히 배웅해주며 새로운 인생을 얻게 된 다이고의 삶 씨네21에서 영화평론가 박평식이 남긴 20자평으로 마무리해본다.
이 영화는 '나그네 세상에서 가장 정중한 배웅'
* 덧붙임 1. 사장님은 여러모로 참 인상적이고도 매력있는 양반이었다. 맨날 괜찮아 괜찮아 안죽어..하는 말투도, 맛있는 걸 먹을 때, 우리는 항상 죽은 생물을 먹는다며 그것이 '미안스럽게도' 맛있다는 그의 철학도 얼굴에 크게 감정이 드러나지 않지만 뭔가 다 꿰뚫고 있는 그 심중까지도...
2. 중간에 다이고의 들판에서의 첼로연주는 좀 오버스러운 면이...^^ 잘나가던 흐름이 약간 붕뜬 느낌?
관련기사 : 영원한 이별에 대처하는 진한 예방주사 <굿' 바이> - 출처 : 오마이뉴스
Tip : 1. 이 영화의 소재를 처음 제안한 것이 바로 주인공인 모토키 마사히로라고 한다. 시대가 변하며 사라져가는 것들에 대해 이야기하다가...시골 마을에서의 납관에 대해 제안하게 되었다고... 2. 영화에 나오는 시체들은 무려 200대 1의 경쟁율을 뚫고 선발된 연기자들이라고 한다. 3. 영화에서 첼로연주는 주인공 모토키 마사히로가 직접 연주한 것이라고 한다. 촬영 전부터 시작해서 촬영하는 내내까지 계속 레슨을 받아 이뤄낸 실력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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