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과 배우들에 대한 선입견을 깨트린 연기와 호흡 그리고 재미가 적절한 영화.

사실 이 영화를 보기 전 몇가지가 선입견이 생겼습니다.
제목부터가 얼마 전 큰 흥행을 거둔 영화의 이름을 빌려 관객들에게 잠재적 각인을 고려한 듯 보였기 때문이죠.
주요인물도 선입견을 갖게 하는데요...
타짜의 정마담을 연상하게 하는 배회장 (엄정화).
거기에 아무리 천재적 능력을 가졌다해도 이런 대 작업을 해 낼 능력이라면 그만한 연륜이 있어야 하기에 주인공 이강준 (김래원)의 나이는 조금 어려보인다는 설정. 

하지만 이런 선입견을 갖고 있음에도 극장에 가게 만든 점이 있다면,
우선 속고 속이는 , 가진자와 빼앗으려는 사람들간의 두뇌싸움이 주는 재미입니다.
'범죄의 재구성'과 같은, 결말에 벌어질 사건을 중심으로 서서히 긴장감을 고조시키며 급기야

뒤통수를 강하게 얻어맞은 듯 하지만 짜릿한 무언가를 느끼게 해주는 쾌감.
드라마적인 극적 반전을 또 한번 즐기고 싶은 혹시나하는 마음입니다.

거기에 이번 영화에 출연하는 주연들 못지않은 조연들의 매력도 한 몫 했습니다.

영화의 결말을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기에 마지막의 큰 반전은 없습니다만,   결과가 나오게 된 과정을 스피디한 구성으로 흥미롭게 전개되더군요. 

배회장과 이강준이라는 두 선과 악의 대립과 함께 경찰과 주변 인물들의 관계까지 겹치면서 서로간에 복잡한 관계간에 두뇌대결도  돋보는 점이구요.
결과가,  예측된 대결을 알고 보는 점을 뛰어 넘는 무언가가 부족해 결말은 약간 맥이 빠집니다.

그래도 이번 영화에서 그림을 복원하는 장면은 단연 돋보이는 장면이었는데요, 김래원의 혼신의 연기가 인상적이었습니다.
특히 여름에도 이가 떨릴정도의 물속에 들어가는 장면은 이번 작품을 임하는 마음가짐을 엿볼 수 있었지요.

등장인물에서는...
주인공인 선을 대변하는 김래원 보다도 단연 눈에 띄이는 인물이 있었습니다. 
바로 또 다른 주인공인 악을 대변하는 엄정화입니다.
사실 정마담처럼 섹시한 이미지속에 감춰진 팜므파탈식의 악을 보여주는 점은 비슷합니다만
영화속 배회장은 섹시함은 별개로 자신의 목적을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는 잔인한 악의 본질을 극대화시키고 있습니다.

이전에도 영화에 출연하여 좋은 흥행 기록을 보여 주고 있는 엄정화이지만 지금껏 보았던 그녀의 연기 모습 중 단연 돋보입니다.
최근들어 연기에 전념하지만 이렇다할 작품을 보여주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번 작품은 어쩌면 그녀에겐 사활을 건 승부였을 수 있겠지요.
그런 마음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그녀의 연기는 제게는 그녀의 작품 중 단연 최고라고 꼽고 싶습니다.

그러다보니 그의 조직에 다른 인물들이 상대적으로 약해 보이고, 너무도 강렬하게 빛나기 때문에 다른 배우들의 빛도 묻혀 보이는게 조금 아쉽기도 할 정도입니다. 

그녀처럼 확실하고 꼼꼼하다면 한번 쯤 이강준을 의심해서 그를 시험에 들게 하는 장면도 있었으면 좀 더 극적인 클라이막스를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도 살짝...
이강준의 천재적인 능력도 후반부에 약간의 설명은 있긴 하지만 나이에 비해 국내최고의 실력을 갖게되는 이유로는 이해 안가는 부분도 있구요.

그래도 언제나 본인의 역할에 최선을 다하는 김래원의 연기나 그를 도와 작전을 진행하는 임하룡님의 자연스러운 연기는 이제 영화에서 확실한 자리를 잡으신 느낌입니다.
MC에서 연기자로 변신을 시도한 첫 작품인 채송현도 성공적인 데뷔로 보이네요.
하지만 역시 조연 중의 단연 최고는 이번 작품에서도 웃음을 책임지고 있는 고창석인데, 

'영화는 영화다'에서 연기자보다도 웃긴 어록을 남기신 것처럼, 많은 웃음을 짧고 굵게 안겨주고 있습니다.

예상할 수 있는 결말이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배우들이 가진 이번 영화의 열정을 느낄 수 있게 하는 장면들이 곳곳에 보이는 영화인 인사동 스캔들.  
엄정화라는 배우의 만개한 연기를 볼 수 있었던 이번 영화는 많은 장점들로 하여금

상영시간동안 재미를 가지고 볼 수 있었던 영화였습니다.
물론 관람전의 선입견도 멋지게 깨트렸구요.

예술은 돈으로 측정할 수 없으며, 돈으로 가치를 부여할 수도 없습니다.
그러나 '인사동 스캔들'에서는 예술을 예술로 보지않고 이를 이용해 금전적 이익만을 챙기려는 잘못된 인생이 맞이하는 결말을 잘 보여줍니다.
거기에 나라에 소중함과 문화 유산에 대한 생각을 다시하게 만드는 점도 좋았습니다.
벽안도 만큼이나 인사동 스캔들도 오랜 동안 기억될 작품이 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