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한 영상에 더해 소리까지... 거기에 소름까지 돋는 진보한 그의 작품.
영화명 박쥐. 그러나 영어 제목은 Thirst입니다. Bat가 아니지요... 어쩌면 여기서부터 관객과 감독의 시각차이가 있다고 봅니다. 흡혈귀가 된 신부가 피를 찾아 인간을 사냥하는 내용도, 박쥐로 변한 신부가 다시 인간성을 회복하려는 내용도 아닙니다. 어쩌면 영어 제목인 '목마름 혹은 갈증'이 영화 내용과 더 어울려 보입니다.
본격적인 마케팅이 진행되기 전까지만해도 눈치빠른 관객은 두 배우의 농염한 에로적인 분위기를 간파했습니다. 역시나 마케팅이 시작되면서 실제 나이차도 상당히 나는 두 배우에 노출과 베드신이 화제가 되었죠. 그런데 얼마전 시사회에선 그야말로 대박의 뉴스거리가 알려 졌습니다. 지금껏 이런 수준의 노출이 없었고 인기 절정의 남자 배우로서는 상상하기 힘든 그것. 영화 박쥐는 개봉한 날로부터 연일 화제의 중심에 서 있습니다.
하지만 관객은 대부분 이 영화에 대해 좋은 평점을 주진 않고 있습니다. 상상하고 기대했던 내용과 장면들이 기대치에 적잖이 부족했기 때문일까요?
지금까지 보아 왔던 박찬욱 감독 작품과 크게 다른 점 없이 관객들에 대한 예의와 배려 보다는 감독 본인이 만들고 싶고, 전하고 싶은 내용을 그대로 영상에 옮겼습니다. '복수는 나에것'이나 '친절한 금자씨'에서 우리는, 감독의 사실적인 영상과 잔인함에 놀라고
충격을 받았습니다. 이번 '박쥐'도 그런 연장선상의 작품임에 틀림없습니다.
피를 빨기 위해 사람을 죽이는 방법이나 죽인 뒤에 피를 더욱 많이 빨기 위해 매달아 놓는 장면, 병에 감염되어 피부에 변화가 생기고, 피를 토하는 장면들은 가히 충격적입니다.
그런데 거기에 비정상적인 캐릭터를 연기하는 배우들의 외모나 표정, 눈빛에서 전에 느끼지 못하는 '소름'이 여러차례 돋더군요. 국내 연기자중에 최고라고 생각하는 김해숙님은 연기와 표정등에서 지금도 등골이 서늘한 장면을 여러차례 보았습니다. 가장 소름이 돋았던 장면은 복도에서 벌어지는 모든 장면을 쳐다보는 장면 그리고 범인을 눈으로 밝혀 내는 장면은 ... 정말 다시 보고 싶지 않을 정도로 무섭기까지 합니다. 눈 깜박임으로 하는 대화는 '잠수종과 나비'에서 보았었지요... 그걸 상상하심 됩니다.
그리고 소리도 빼 놓을 수 없습니다. 키스를 하면서 나는 소리와 함께 피를 빠는 소리, 톱으로 신체일부를 자르는 소리, 손톱으로 무언가를 긁는 소리... 소리는 상상을 하게 하는 힘이 있기에 영상의 기괴함과 함께 정말 최고조에 색다른 불편함을
느꼈습니다.
단순히 농도 짙은 베드신이나 노출신만을 기대하고 보시려 한다면 이런 불편함만을 느낀채로 이 영화의 진정한 재미는 찾기 힘드실 것 같네요.
앞서 영어 제목을 언급한 대로 이번 영화는 '목마름'이 주된 내용입니다. 죽어가는 환자만을 지켜보던 '상현'은 좀 더 의미있는 삶에 목말라 있었고 그 때문에 죽을 수 있는 백신 실험에 자원합니다. 박쥐로 변한 뒤에 그는 비로소 성직자로서 느껴보지 못한 여인에 대한 욕정과 쾌락의 목마름을 갈구합니다.
태주 또한 어렸을 적 버려져 키워주신 분들에게 노예와 같은 삶을 살면서 또 다른 삶에 목말라 있었습니다. 도망가고 싶은 고난의 삶에서 탈출할 그것만을 생각하며 근근히 버텨왔던 것이죠. 결혼한 몸이지만 제대로 부부생활을 하지 못한 태주 또한 욕망에 목말라 있었습니다.
그런 두사람이 만나면서 채울 수 없었던 목마름을 해소하려 했지만 또 다른 사건과 인간의 피를 먹지 않으면 병으로 죽게 되는 운명으로 그들은 또 다른 피에 갈증을 느끼는 아이러니에 빠집니다.
그저 인간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면서 생명을 연장하고 싶은 상현이지만 꼬이고 뒤틀린 상황으로 인해 결말은 비극적인 상황으로 치닫게 됩니다. 지금껏 많은 불편(?)을 견디며 어쩌면 해피엔딩이라도 기대한 관객은 결말에 실망할만 하죠.
물론 저의 관점이 잘못될 수도 있고 해석이 잘못될 수 있지만 작품을 보고 나오면서의 느낌만큼은 잘못되지 않았다고 확신합니다.
간간히 보여 주신 웃음도 소중했고 두 배우의 연기도 훌륭했습니다.
어린 나이임에도 김옥빈의 몸을 던지는 연기는 송강호의 상대역으로 부족함이 없어 보였습니다. 이런 점들이 저 개인적으로는 이번 작품이 내용적으로나 영상면에서 이전 작품들보다 한차원 높아진 작품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확실힌 자신만의 스타일을 가지고 계신 박찬욱 감독의 이번 작품.... 분명한 것은 그의 노출때문으로 흥행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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