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의 과학연구소 ‘CERN’(유럽 원자핵 공동 연구소)에서 물리학자 비토리아(아예렛 주어)와 동료 실바노는 빅뱅 실험을 통해 강력한 에너지원인 반물질 개발에 성공한다. 하지만 개발 직후 실바노가 살해당하고 반물질은 사라지는 사건이 발생한다. 한편, 종교기호학 교수 로버트 랭던(톰 행크스)은 새로운 교황을 선출하는 의식인 ‘콘클라베’가 집행되기 전 4명의 교황후보가 납치된 사건과 관련한 암호 해독을 의뢰받는다. 과거 18세기 카톨릭 교회의 탄압에 의해 사라진 비밀결사대인 일루미나티의 앰비그램이 나타난 것. 부활한 일루미나티는 한 시간에 한 명씩 4명의 교황후보를 살해할 것이라고 협박한다.
‘다빈치 코드’의 작가 댄 브라운의 소설 <천사와 악마>를 영화화한 이 작품은 과거에도 그랬고 현재까지도 논란이 되고 있는 과학과 종교의 대립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다. 모든 가설과 이론을 경험에 비추어 설명하려는 과학과 직접적인 방법으로는 종교적인 개념들의 진실성을 입증할 수 없는 종교 간의 해묵은 갈등을 일루미나티라는 흥미로운 소재를 활용해 그려냈다. 과거 탄압받았던 카톨릭 교도들이 복수에 나선다는 설정은 예수의 자손이 현존한다는 <다빈치 코드>와는 또 다른 흥미를 자극한다. 단 영화를 두고 일고 있는 카톨릭 교회의 ‘신성 모독’ 관련 논란은 이 영화가 안고 가야 할 숙제이다.
영화의 배경이 되는 곳은 전 세계에서 가장 작은 도시국가이자 카톨릭 신도의 정신적 구심점인 로마 바티칸이다. 세계적 관광지를 주요 배경으로 한 만큼 영화는 화려한 볼거리를 제공하며 눈을 즐겁게 한다. 바티칸의 주요 명소인 시스티나 성당을 비롯해 바티칸에 있는 여러 성당과 나보나 광장 등 주요 명소들이 쉴 새 없이 등장하고, 교황을 선출하는 비밀회인 ‘콘클라베’의 진행과정이 이 영화에서 처음으로 공개된다. 또 일반인들에게는 출입이 통제된 바티칸 문서보관실을 엿보는 것도 흥미롭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플롯과 긴박감 있게 펼쳐지는 영화의 전개방식도 이 영화의 매력이다. 5시간 안에 일루미나티의 복수를 막아야 한다는 설정 자체가 내모는 영화의 빠른 전개는 자칫 무거워질 수 있는 소재의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또 4명의 교황후보가 납치된 사건과 함께 맞물려 사라진 반물질을 찾아야 하는 주인공들의 사투는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재미를 준다. <다빈치 코드>에 이어 <천사와 악마>에서도 주연을 맡은 톰 행크스와 할리우드 스타 이완 맥그리거의 연기력도 영화의 완성도를 높여줬다.
특히 이 영화의 충격적인 반전과 뒤이어 이어지는 결말은 비단 종교인이 아니더라도 종교와 그것을 믿는 인간의 관계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게 한다. “인간이 흠이 많은 존재이다 보니 교회는 흠이 많은 곳이지요.”라고 나지막히 말하는 한 신부의 대사는 인간과 종교가 서로 상호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깊이 고민해 보게 한다. 더불어 이 영화가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바는 종교와 과학의 갈등이 아니라 이 둘의 조화임을 강조한다. 출처 : 맥스무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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