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쥐 - 090501 신촌 메가박스 / 민선이
영화는 오락이다. 그 외에도 영화를 정의하는 수많은 말들이 있겠지만 ‘영화는 오락이다.’라는 정의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오락’의 제1의 모토는 ‘즐기자’일 것이다. 그런 면에서 이 영화는, 감독은 즐겼으나 관객은 즐기지 못했다.
박찬욱 감독은 확실히 즐겼다(소위 말해서 ‘작가주의’).
철저한 박찬욱 스타일의 감각적인 화면, 블랙유머, 소재의 특이성, 상황의 특이성. 그 모든 것들이 조화롭게 구성되어 영화를 보는 내내 ‘아, 이것은 박찬욱 영화다.’라는 사실을 관객에게 계속 주지시킨다.
반면, 관객은 그 모든 박찬욱 스타일을 즐겼으되 즐기지 못했다. ‘작가주의’의 작품들이 모두 그렇듯 소통의 여지가 적었다는 점이 제일 아쉬운 부분이다. 감독이 제시하는 화면 어디에도 관객이 개입할 여지가 없다. 이미 감독은 모든 것을 완성해 놓고 있기 때문에 관객은 그냥 볼 수 있을 뿐이다. 하지만 바꿔 말하면 그것이 이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일 수도 있다. 감독이 자신의 역량을 모두 끌어 모아 그만이 보여 줄 수 있는 화면과 이야기를 보여 주니 관객은 말 그대로 즐기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특히 이 이야기는 주제 자체가 어떤 메시지를 담는 다기보다 ‘뱀파이어 신부의 사랑 이야기’라는 자극적인 주제였으므로 이 영화가 무엇을 말하려는지 알아내려고 하기 보다는 그냥 즐기는 것이 정답일 것이다. 그러므로 영화가 끝난 직후 ‘이 영화가 도대체 무슨 말을 하려 했는지 모르겠다.’는 나의 감상은 잘못된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역시 영화가 흥행하려면 관객과의 소통이 중요하다는 점에서 이 영화는 흥행하긴 그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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