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맨 팬이라면 닥극사... ★★★☆
영화는 울버린의 어린 시절부터 시작한다. 울버린, 그러니깐 어린 시절 돌연변이 로건(휴 잭맨)은 오해로 말미암아 양아버지와 친아버지를 모두 잃은 후 형 세이버투스(리브 슈라이버)와 군인이 되어 전장을 누빈다. 돌연변이 형제는 총에 맞아도 죽지 않는 괴력을 발휘했고, 이를 눈여겨 본 스트라이커 대령(대니 휴스턴)의 제안으로 스페셜 팀의 일원이 되어 여러 작전에 투입된다. 그러나 무조건적인 살육에 죄책감과 회의를 느낀 로건은 팀을 떠나 한적한 곳에서 사랑하는 연인 실버폭스(린 콜린스)와 함께 행복한 삶을 영위해 간다. 시간이 흐른 후 스트라이커 대령과 에이전트 제로(다니엘 헤니)가 찾아와 누군가 예전 팀원들을 헤치고 있다며 경고를 하고, 광폭해진 세이버투스에 의해 연인이 살해되는 비극이 발생한다. 로건은 복수를 위해 스트라이커 대령을 찾아가 실험을 통해 더욱 강력한 ‘웨폰 X’로 거듭난다.
정식 개봉하기 전부터 말도 많았고, 탈도 많았다. 다니엘 헤니가 헐리웃에 진출한 첫 작품이라는 긍정 효과에도 불구하고, 편집 완성 전(前) 버전이 공유 사이트에 떠돌면서 ‘재미없다’는 등의 사전 감상평을 올리는 네티즌들의 존재는 영화 감상에 큰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일단 이 영화는 오락적으로 재밌다. 무엇보다 <엑스맨>이 낳은 최고의 스타, 울버린을 다룬 프리퀄으로서의 제몫을 충분히 하고 있다.
이 프리퀄이 탄생하게 된 건 울버린이 <엑스맨>의 인기 캐릭터이기 때문도 있지만, 프리퀄 탄생을 위한 아주 적절한 캐릭터였기 때문이다. 즉, <엑스맨> 1편에서 등장한 울버린은 과거를 모두 잊어버리고 그저 울버린이라는 이름이 쓰여 있는 군번줄 하나만을 걸치고 있는 존재로 등장했다. 과거가 모호한 인물은 신비롭다. <엑스맨 탄생>은 바로 모호했던 울버린의 과거를 명쾌하게 보여주고 있다.
솔직히 말하자면 난 이 새로운 시리즈가 허접할(?) 것이라고 지레짐작했다. 성적 소수자에 대한 가치관의 문제를 담고 있는 철학적 오락 블록버스터 <엑스맨>을 만든 브라이언 싱어가 빠진 자리를 과연 누가 메우겠는가? 어쩌면 당연하게도 <엑스맨 탄생>은 전작들이 보여준 철학적 문제는 과감히(!) 삭제하였고, 반면 오락적 볼거리는 괜찮은 편이다. 그런데 이 영화가 프리퀄로서 제 몫을 했다는 얘기는 단지 오락적 볼거리에만 그치지 않고 나름 드라마에도 충실하다는 점 때문이다. 드라마를 통해 로건이 어떻게 울버린이 되었으며, 어떻게 현재의 강한 신체를 갖게 되었는지, 그리고 어떻게 기억을 잃게 되었으며, 군번줄은 어떻게 간직하게 된 것인지가 모두 밝혀진다. 그리고 어린 사이크롭스를 볼 수 있는 기회도 주어진다. 물론 가끔은 전작들의 울버린 얘기에 맞추기 위한 억지스런 설정이 없는 것도 아니지만 애정이 있다면 큰 허점으로 다가오지는 않는다.
무엇보다 <엑스맨 탄생>은 블록버스터로서의 관람 재미를 선사한다. 스페셜 팀원들이 각자의 장기를 펼치며 능수능란하게 적을 제압해 들어가는 전투장면은 의외로(!) 아기자기한 맛이 있고, 특히 모든 비밀이 밝혀진 뒤에 펼쳐지는 액션과 건물 붕괴 장면은 한마디로 거대하다. 그리고 실험실을 탈출하는 마지막 장면에 뜻밖의 인물이 출연해 기존 팬에게 작은 기쁨을 선사한다. 그런데 이 장면은 <엑스파일 : 나는 믿고 싶다>의 스키너 부국장의 깜짝 출연의 효과에 비해서는 좀 떨어진다. 왜냐면 스키너 부국장이 말 그대로 전혀 예상치 않게 깜짝 등장했다면 <엑스맨 탄생>에서의 그 인물은 등장할 것이라는 예상이 충분히 가능하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엑스맨 탄생 : 울버린>은 엑스맨 팬이라면 닥극사(닥치고 극장 사수)해야 할 영화다.
※ 다니엘 헤니의 역할은 생각보다 인상 깊다. 어쩌면 다니엘 헤니는 동양적 외모에 완벽한 영어구사가 된다는 점에서 헐리웃에서 충분히 통할 수 있을 것 같다. 특히 우리처럼 다니엘 헤니를 매력적 로맨틱 가이로 규정짓지 않고 있다는 건 그에게 긍정적 요소로 작용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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