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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으로 발을 딛다 다시 날아가 버린 화신(化神)에 대하여.RS. 강철중: 공공의 적 1-1
emotio 2009-05-17 오후 12:29:41 1392   [0]

 

선이 흥하고 악이 망한다라는, 너무 오래되어 악취가 나긴 하지만, 여전히 살아있는 이 명제는, 사람들의 뇌의 전기 흐름 속에서, 일부 부르짖는 이들의 단어 속에 당당히 기생한다. 하지만 이 명제가, 보통 사람들의 말 속에서, 쉽게 쉽게 드러나지 못하는 것은, 이런 말을 내뱉는 자신이 너무도 어리석어 보이기 때문이다. 성경은 책 중의 책이라고는 하지만, 열심히 읽는 사람은 극히 드물며, 그것이 진리라고 여기는 사람은 거의 찾기 힘든 것과, 같은 이치이다.

 

그런데 '혼잡'은 그 상태가 곧 혼란이기에, 사람은 어느 하나의 방향을 원하기 마련이다. 착한 것과 악한 것이 뒤섞여 있는 가운데, 자신이 '사회'에 속해 있다는 인식과, 언제부턴가 인정한 '양심' 때문에, 착한 것에 이유 모를 갈망과 희망을, 사람들은 원한다. 하지만 '원한다'라는 행위는,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라는 말의 반증인 셈. 왜 착한 것을 원하지만, 악한 것이 섞여 있는가라는 질문에는, 또한 '악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라는 대답이, 역시 당연하다.

 

그런데 현실에 있어서 '좋다' 혹은 '나쁘다'라는 말은, 굉장히 사회적인 의미를, 많이 내포하고 있다. 그것이 교육된 것이라 해도, 그것을 교육해야 한다라는 인식 가운데 나온 것이기에, 태생은 선험적인 것이라 할 수 있겠다. 다분히 문화적인 군더더기를 제한다 해도, 사회적인 선과 악은, 양심이 구분하는 선과 악과, 그 본질이나 양태가 비슷하다 할 수 있겠다. 예를 들면, 적어도 같은 사회나 민족의 사람을 살해하는 것,은, 대부분이 악하다고 보는 것 처럼 말이다.

 

선과 악의 구분이나, 선에 대한 필연적인 갈망(혹은 갈망을 인정하는 것), 악에 대한 당연한 배척은, 어디까지나 사회 내에서 실현되는 듯 하다. 자신이 아무리 나쁜 짓을 하더라도, 지구에 그 사람 혼자만 있다면, 악으로 인정받지 못한다. 역으로 말하자면, 적어도 '너', 또는 '그들'이 존재해야, 나의 '악'은 완성된다. 그들이 바라보는 시각과, 그들이 행하는 처벌이, 내가 한 짓은 나쁜 짓이라고 말해 주기 때문이다. 선과 악은 타인의 말에서 탄생한다. 적어도 자신을 바라보는 '이성'도, 곰곰히 따지자면 타인이다.

 

이렇게 선과 악, 좋은 놈과 나쁜 놈은, 타인의 눈에 의해 만들어 진다. 사회 내에서만 존재하는 이들은, 또한 타인의 생각과 바람 가운데서, 전자는 살아남고, 후자는 전자에 의해 제거 되기를 원한다. 또한 그것이, '당연히'라는 비사회적인 단어 가운데서, 이루어지길 원한다.

 

적어도 <공공의 적>시리즈는, '공공'이라는 말을 써대긴 했지만, 굉장히, 자신의 선함과 악함을, 인간의 본성에 있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사람을 죽이는데 이유가 있냐,라고 묻는 나쁜 놈이나, 자식이 부모를 어떻게 죽일 수 있냐,라는 말을 당당히 외치는 좋은 놈은, 어디까지나, 마을 어른들이 동네 불량배들을 보고 저 후레자식 같은 놈,이라고 혀를 차는, 그 연장선상에 있다. 같은 사회 구성원을 아무 이유 없이 죽여대는 존재를, 사회는 제거해야 한다, 라는 (사회에서 만드는) 규칙이, 이 둘을 구분하고 있는데도 말이다.

 

나쁜 놈들을 사회에서는 제대로 혼내지 못하기 때문에, 사회에 크게 물들지 않은 한 좋은 놈이, 이 나쁜 놈을 목숨을 걸고 혼내준다, 라는 구조에서 굉장히 흥미로운 부분은, 바로 이 '좋은 놈'이다. <공공의 적>의 첫번째 시리즈에서, 이 좋은 놈은 그야 말로 '무식하고 과격'하다. 이 단순함과 감추지 못하는 과격성은, 영화에서 '강철중'이라는 인물의 활약을, 그야말로 시원스럽게 만들어 주는 장치에 불과하지는 못한다. 이 무식함 때문에, 강철중은 행동할 수 있다. 무식하기에 자신이 경찰이라는 것을 잊고 나쁜 놈을 좇으며, 무식하기에 너무 규격화 되어 크게 의미를 갖지 못하는 사회적인 처벌을 일단 뒤로하고, 그 나쁜 놈과 '맞짱'을 떠버린다.

 

그런데 이 강철중의 '무식함'은, 너무 무식한 것이어서, 자신이 옳다고 여기는 것이, 다분히 사회적인 것이라는 것을, 또한 잊고 있다. 당연히 그래야 하는 것을, 당연히 (무슨 짓을 해서라도) 따른다,라는 강철중의 본질은, 작가나 감독의 '순수한 강철중' 만들기에 다름아니다. 무리하게 만든 '사회를 벗어난 선함'이, 강철중을 만들었기에, 강철중은 자신이 '인간'임을 잊었다. 그리고 <공공의 적>을 보는 관중 '사람들'도 이를 또한 잊은 것이, '강철중은 민중의 지팡이'라고 인식해 버렸기 때문이다. 아무 이유없이 부모도 죽이고, 어쩌다 마주친 사람도 죽이는, 천하의 죽일 놈을 진짜 죽여주는 존재가 필요했기에, 사람들은 '강철중'이 사람임을, 미처 발견치 못했던 것이다. 말도 안되는 '사회를 벗어난 선함'을, 그래야 할 '악함에 대한 징벌' 때문에 묵인해 버린 것,이다.

 

그래서 <강철중 : 공공의 적 1-1>은, 본시 강철중이 활약하던 <공공의 적>이라는 타이틀을 부제로 밀여 젖히고, 자신의 이름을 당당히 그 제목으로 내세운다. 억지로 '선함의 화신이 된' 강철중을, 다시 인간의 지경으로 끌어내리려는 의도인 것이다. 전 시리즈에서는 조금도 등장지 못한 그의 딸과 어머니가 당연했다는 듯 등장하고, 강철중의 머리 속에는 나쁜놈 잡아 죽여야지 라는 생각들 '뿐만 아니라', 이사 가기 위한 대출금 마련을 어떻게 하나, 라는 굉장히 우리에겐 친숙한 고민 거리가 우선해 있다.

 

그리고 또한 한탄한다. '우리 형사들은 자기 돈으로 나쁜 놈 잡아도, 영수증 하나 제출하지 않는다'라고. 강철중이 자신의 입으로 이렇게 이야기 했다는 것은, 큰 의미를 갖는다. '강철중 인격화'라는 주제가 갖는 가장 큰 해결사항은, '당연히 나쁜 놈을 반드시 잡아 족치는 선의 화신 강철중'에 대해서, 이제 왜 인간으로서의 강철중이, 나쁜 놈을 잡아야 하는가, 라는 것에 대한 대답이다. <공공의 적> 강철중은, 이것에 대한 질문을 까먹었었다. 까먹었기에 이 강철중은 어물쩡, 착한 놈의 화신이 되었더랬다.

 

<강철중>의 강철중은, 이제 결코 무식한 놈이 아니다. '너희 같은 놈들이 커서 어떤 놈은 경찰이 되고, 어떤 놈은 깡패가 된다', '너희들 일에 끼어 든 것은 매우 미안하지만, 이 형이 경찰이라서 어쩔 수 없었어'라는 그의 말은, 자신이 이제는 더이상 '선의 화신' 강철중이 아니라, '이 사회의 경찰의 직분을 맡은' 강철중임을 분명히 제시한다. 이제는 단순히 '경찰' 강철중으로 돌아왔기에, 그가 하는 고민도 일반적인 '경찰'의 고민과 크게 다르지 않게 된다.

 

하지만 주목해야할 문제는 다른데 있었다. 나쁜 놈 이회장은, 고등학생들을 모아다가는 깡패를 조직적으로 만들고 있다. '쥐꼬리 만한 월급, 그나마 쥐꼬리도 길어진' 경찰일을 그만두려는 강철중이, 이 이회장을 잡는 일을 마지막 해결 사건으로 하고 싶은, '그의 이유'에 대해서는 반드시 집고 넘어가야 한다. '아무 이유 없이 사람을 죽이는 사람'이나, '아직 머리에 피도 안마른 꼬마들을 데려다, 사람잡는 깡패로 만드는 사람'을 보는 시각에 과연 차이가 있냐는 것이다.

 

결론은 '별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별 이유는 못느끼지만, 그건 그냥 나쁜 것'이라는 인식 가운데서 두 시각이 탄생했다는 점은, 아무리 강철중이 그 꼬마들이 '자신의 어릴 때가 생각나서' 그렇다라고 우겨도, 조금도 변하지 않는다. 이러한 인식은, 진정한 깡패가 되기 위해 사람을 죽여 놓고는 숨어서 벌벌 떠는 고등학생이나, 이 짓이 뭐가 나쁘냐 라고 반문하는 그 친구의 어리숙함 등등에 묻어나 있다. 그런데 이러한 강철중의 모습은, 확연히 다른, 즉 이절적인 모습이다. 그만두겠다고 출근도 안하는 강철중이, 이회장을 잡으려고 뛰쳐나가는 강철중이 되는, 그 과정은, 인간이 된 강철중이 다시 선의 화신으로 돌아가버리는, 어처구니 없는 사태가 되는 것이다.

 

감독이 '강우석'이고, 각본을 '장진'이 썼다는 점은, 바로 이런 면에서 드러난다고 할 수 있다. <킬러들의 수다>등등에서 드러나듯, 장진은, 사회적인 특정 위치나 직업 등에 대해서 애초에 사회적인 선악을 내세우지 않는다. '돈을 받고 사람을 죽여주는' 비윤리적인 '킬러'라는 존재를, '다른 사람의 소원을 들어주는 연장'에서 '킬러'를 재해석하는 것을 보아도 그러하다. 이런 장진의 시각은 '사회보다는 인간적인 면'을 보려는 휴머니스트적인 자세와는 다르다. 왜냐하면, 장진은 사회적은 것보다 '인간'을 '먼저 보는 것'일 뿐이기 때문이다.

 

장진은, 너무도 사회적이지만, 자신은 '자연적인 존재'라고 우겨대는, 전작들의 강철중을, 지구의 땅으로 발을 딛게 만드는데 큰 일조를 한다. 하지만, 감독 강우석은 그 강철중에게 다시 전작의 모습을 강요하고 있다. 즉, 앞에서 말한, 퇴직을 원하는 강철중이 이회장을 잡으러 나가는 순간, 에서, 강철중은 장진의 손에서 다시 강우석의 손으로 넘어가 버린 것이다.

 

<공공의 적>의 첫편과 그 후속편은, 같은 강철중이 등장하나, 하나는 무식한 형사로, 하나는 열의 넘치는 검사로 등장하는 등, 여러 차이가 있긴 하지만, 민중의 '대리' 지팡이로서의 공통점이 있으며, 이것이 곧 '강철중'이 강철중으로서 존재하는 이유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 '장난'은, 그가 더이상 '인간일 수 없는' 한계를 제공해 버린 것도 사실이다. 그런면에서 <강철중>은, 그에게서 사람 냄새가 나게 만드는데 큰 공헌(?)을 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것도 어디까지나 영화의 전반부까지 일 뿐, 다시 '신의 지팡이'를 집어들고는, '악당을 쳐부수러' 뛰쳐나가는 강철중이, 필자는 참으로 답답하게 보였던 것은.... 뭐.... 내가 참 많이 사회에 물들어서 일지도 모르는 셈이다.

 


(총 1명 참여)
zoophi
저도 보고싶네요   
2010-02-01 17:51
prettyaid
잘읽었어요^^   
2009-06-19 14:24
powerkwd
시간되면 볼께요   
2009-05-26 16:20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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