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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복무제의 확대가 필요한 이유.. 방문자
ldk209 2009-05-22 오전 10:56:00 1708   [3]
대체 복무제의 확대가 필요한 이유...★★★☆


개인적으로 제일 싫어하는 것 중의 하나가 일요일에 종교인의 방문을 받는 것이다. 어떤 종교인지를 떠나 편히 쉬고 있는 일요일에 누군가의 방문을 받는다는 것 자체가 싫지만, 아무래도 인근 개신교회 방문이 많은지라 이와 관련한 얘기를 하다보면 주로는 개신교 쪽에 포커스가 맞춰지기 마련이다. 신동일 감독의 첫 작품인 <방문자>는 여호와의 증인 신도의 얘기를 중심으로 흘러간다. 이들의 자세한 교리에 대해선 잘 모르지만, 한국사회에서 여호와의 증인은 집총 거부와 수혈 거부로 대표되며, 기독교에서는 소위 ‘이단’으로 정의된다. 대체로 두 명이 짝을 이뤄 검은색 정장으로 다니는 이들 여호와의 증인 신도들은 가정집을 방문해 자신들의 선교 정보지인 ‘파발마’를 보여주며 선교를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여호와의 증인과 관련해서 개인적으로 아픈 기억이 하나 자리 잡고 있다. 고등학교 2학년, 첫 교련수업에 한 명이 평상복으로 수업에 참여했고, ‘개’로 불리던 교련 선생의 혹독한 체벌(사실상 고문에 가까운)을 받아야 했다. 교련 선생은 다음 시간에도 교련복을 입고 오지 않으면 우리 반 전체에게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다. 그러나 그 다음 시간에도 그 친구는 평상복으로 수업에 참여했고, 우리 반 전체는 단체 기합을 받았다. 영문도 모르고 기합을 받은 우리의 분노는 그 친구를 상대로 한 거친 욕설과 물리적 폭력으로 돌아갔다. 착하긴 했지만 조금은 짜증나는 인간형이었던 그 친구는 왜 자신이 교복을 안 입고 총을 안 드는 것인지 얘기해주지는 않았다. 시간이 지나면서 그 이유를 알음알음 알게 되었지만, 당시엔 그 친구를 이해하지도, 이해하려는 시도조차 하지 못했다. 나중에서야 내가, 또는 우리가 얼마나 비열했고, 개인의 종교적 신념을 전체 기합이란 폭력으로 제재하려던 학교(전체 사회)의 교육 시스템이 얼마나 비인간적인 것이었는지 알고 나서야 개인적인 아픈 기억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영화에서 계상(강지환)은 여호와의 증인 신도로 우연히 방문한 집에서 욕실에 갇혀 죽어가던 호준(김재록)의 목숨을 구해주는 것을 계기로 친한 사이로 발전한다. 신동일 감독의 다음 작품인 <나의 친구, 그의 아내>가 전반적으로 은유와 비유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면, <방문자>는 상당히 직설적 화법을 동원한다. 호준은 신념이 바랜 목소리만 높은 허접 쓰레기 진보주의자에 가깝다. 그는 친절하지 않으며, 겸손하지 않고 싸가지가 없다. 행동으로 하는 것은 없으면서 시끄럽게 떠들어댄다. 그러면서 여전히 자신이 진보적이라는 자부심을 감추지 않는다.


반면, 종교인인 계상은 기본적으로 보수적일 것이다. 그는 떠들지 않고 조용히 말하며, 공공장소에서 기본적인 에티켓을 지킬 줄 안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신념을 행동으로 옮긴다. 그의 행동은 특히 분단국가인 한국에선 매우 치명적 행동일 수 있다. 그럼에도 그는 아무런 두려움 없이 담담히 말하며, 담담히 행동한다.


이 부분이 정말 중요한 지점이라고 생각한다. 여호와의 증인의 종교적 신념은 기본적으로 보수적이지만, 그것이 현실, 특히 한국사회의 현실에서 진보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비슷한 사례는 많다. 일례로 기본적으로 보수적인 민주당은 한국사회에서 나름 진보적 역할을 수행해왔으며, 민족주의 역시 마찬가지다. 이는 그만큼 한국 사회가 과도하게 오른쪽으로 편향되어 있음을 의미한다.


모든 20세 이상의 남성이 병역의무를 져야하는(사실은 아니지만) 대한민국 현실에서 이유를 불문하고 병역 기피자는 병균과 같은 취급을 받는 경우가 다반사다. 그러면서 많은 사람들이 방법만 있다면 가급적 군대에 가고 싶지 않은 속내를 가지고 있을 것이다.(최소한 나의 경우를 봐서는) 그런데 군대에 가는 대신 3년 동안(5년을 주장하는 사람도 있지만) 소록도 등에서 봉사활동을 하라고 하면 과연 몇 명이나 응할 수 있을까? 소록도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결코 쉬운 선택은 아닐 것이다. 다른 부분을 차치하고서라도 일 년에 수 백 명의 전과자를 국가가 꼭 양산해야 하는지 의문이다. 더욱 암담한 건 양심적 병역 거부자에 대한 대체 복무제를 도입하겠다던 국방부가 정권이 바뀌자 더 검토가 필요하다며 사실상 원점으로 회귀한 오늘의 현실이다.

 


(총 1명 참여)
zoophi
저도 보고싶네요   
2010-02-01 14:25
prettyaid
잘읽었어요^^   
2009-06-19 13:41
powerkwd
ㅋ   
2009-05-26 15:31
JALNANCHUK
ㄹㄹ   
2009-05-22 15:13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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