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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 이라는 장르는 참 오묘한 장르이다. 만화라고 하면 흔히 애들이 보는 것이라고 치부해 버리고, 거의 대부분이 그에 동감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소수의 어른들은 외려 애들이나 보는 그런 장르를 잘도 쫓아 다니면서 매니아라 자칭한다. 그런데 요즘에는 그 소수의 어른들이 더이상 소수가 아니다. 아니, 오히려 어린 아이들 보다 더 애니에 열광한다. 캐릭터 관련 상품을 사들이고, 포스터를 사놓고 집에 붙여 놓으며 극장에서 봤던 바로 그 애니메이션을 곱씹으며 즐거워 한다. 특히 일본인 들은 영화 보다 애니 메이션이 극장에서 더 강세 이니 필자의 눈에는 그저 이상할 따름이다. 언제부터 애니메이션 이라는 장르가 어른들을 극장으로 불러 들이게 되었을까...
개인적으로는 만화를 무척이나 좋아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극장까지 가서 비싼 돈을 지불하고 볼 만큼의 값어치가 있다고는 생각해 본적이 없다. 대단한 것이 없기 때문에? 애들이나 보는 것을 어른이 극장에 앉아 있으면 부끄럽기 때문에? 딱히 그런것은 아니었던 것 같다. 보통 애니메이션은 짧은 시간안에 그려지기 마련이기 때문에 왠지 시시했었는지도 모른다.요즘 한창 어른들 까지 열광하게 만들었던 몬스터 주식회사, 슈렉, 지미뉴트론과 같은 애니메이션들도 많은 관객을 영화관으로 불러 들였지만 막상 나는 아무리 커다란 화제작이라고 하여도 이들을 극장에서 볼 생각이 들지 않았다. 왜 그랬을까... 센과 치히로의 행방 불명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아무리 많은 일본 애니 열성 분자들의 환호성과 감탄, 찬사가 가득한 영화라 할지라도 나에게는 그저 '만화'일 뿐이었다. 게다가 제목도 길고 이상한게, 그저 아무 내용도 없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렇게 아무런 기대를 하지 않고 보러간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그것은 단지 일본어를 실지 듣고 일본어 실력이나 늘려 보겠다는 욕심만에서였을까...
평범한 10살짜리 소녀 치히로는 아빠, 엄마와 함께 이사를 가던 중 길을 잘못 들어 낡은 터널을 지나가게 된다. 터널을 건넌 그곳엔, 많은 건물과, 아름 다운 잔디밭이 끝도 없이 펼쳐져 있다. 그러나 그곳엔 무언가 있다!!! 인기척도 없고 너무나도 조용한 마을 분위기에 불길해진 치히로는 아빠, 엄마에게 돌아가자고 조르지만 부모님은 호기심에 마을 곳곳을 돌아 다니기 시작한다. 그러다가 주인 없는 한 음식점에서 맛있어 보이는 음식에 그만 참지 못하고 치히로의 부모는 음식을 먹어 치우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의 부모는 돼지가 되어 버리고 만다. 너무나도 놀란 치히로는 갑작스레 나타난 미소년 하쿠의 도움을 받고 빠져나가려 했으나 이미 그곳은 '신'천지... 부모님을 다시 사람으로 돌려 놓고 함께 나가야 한다는 생각에 치히로는 하쿠의 도움으로 마을에 머물게 된다. 치히로는 온천장 주인의 마녀 유바바와 계약을 맺고 '센' 이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신들의 온천장 종업원 생활을 시작하게 되는데...
그 다음의 영화는 그 온천장에서 일어나는 센의 기이한 일들을 샅샅이 훑는다. 센에게 일어나는 일들은 신의 세계에서 일어나는 일들이기에 우리에게는 설득력이 없다. 그러나 125분의 긴 시간 동안 우리는 완벽하게 주인공 '센'으로 다시 태어난다. 꿈에서도 나오지 않을 기이한 신들을 보는 즐거움. 그리고 여러가지 귀엽고 친근감 있는 많은 캐릭터들. 애들도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가벼운 수준의 장면들만 나열하고 마는 것이 아닌 깨끗하고 발랄하게 이어지는 이야기들... 워낙 애니에 문외한이라 잘 모르는 나조차도 열성 일본 애니 팬들이 그렇게 열광하며 찬양(?)하고 있는 미야자키라는 노감독이 대단해 보였다.
영화에는 수많은 등장 인물이 등장한다. 사람들로 하여금 '사랑'이란 것을 폭소의 소재로 만들어 버리는 잘 생긴 소년 하쿠. 무시무시한 큰 머리의 소유자 온천장 주인마녀 유바바. 엄마인 유바바 보다 더 정의롭고이고, 논리적인 유바바의 거대한 어리광쟁이 아기 보우. 툭툭 내뱉는 관심 없다는 듯한 말 한마디지만 때마다 센을 도와주는 가마 할아범. 그리고 갑자기 나타나 말도 없이 센에게 접근하는 본심은 선한 얼굴 없는 요괴. 이들은 사악하지만 사악하지 않고, 약속을 했으면 약속을 지키는 나름대로 착하고, 순진한 한마디로 '끌리는' 악신들이다. -신이 아닌 '사람' '생물체'도 혼재 한다.-
물론 영화에 현실이라곤 없기 때문에 현실과 관련 시켜 비꼬거나 칭찬하는 부분은 없다. -아니 오히려 이 만화가 현실인지도 모른다. 세상에는 사람말고도 많은 생물이 있으며 신도 우리와 함께 어디선가 존재한다는 애니 속 세상이 더 현실적 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딱히 집자면 어떠한 유혹에도 아이들은 순수하기 때문에 물들지 않지만 어른들은 속물이라 쉽게 유혹에 굴복 한다는 정도? 아니면 가족들과의 사랑을, 그리고 표현을 어색하게 여기는 우리네 세대에게 몸을 맡겨서 부모를 되찾으려는 센의 용기, 그리고 가족 사랑? 그것이 아니라면 필시 감독은 우리에게 짧은 시간에 성장해 가는 우리의 '치히로'를 보여 주고 싶었던 것이리라. 센과 치히로는 이름은 다르지만 결국은 같은 사람... 어려운 일을 겪고 난 뒤 사람은 항상 새 사람이 되게 마련이다. 부모는 '센'을 모르고 응석 받이 '치히로'를 알 뿐이지만, 터널을 들어가기 전의 치히로와 터널을 나온 후의 치히로는 분명 다르다. 터널을 빠져 나온 치히로는 이제 '센'과 동일 인물 이기 때문이다.
나름대로 악하지만 악하지 않고 본성은 순한 많은 온천장 '신'들. 그리고 꿋꿋하게 이들 사이에서 두려워 하지 않고 많은 것을 배워나가는 용감한 소녀. 스크린 곳곳에 '정체성'이란 단어를 아로새기며 어른들에게도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한번쯤 생각해 보게 만드는 한편의 만화영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 우리는 그것을 사람이 연기 하는 것이 아닌 한 사람의 손에서 그려진 캐릭터 들의 가상의 연기 라고 부르지만, 내가 보았던 그것은 결코 어린 아이들 만의 전유물이 아니었다. 그저 재미 있고, 캐릭터들이 예쁘고 귀여워서가 아니다. 단지 우리의 옛날 어렸을 적 향수를 불러 일으키기 때문에도 아니다. 만화 전체에서 사람을 스크린으로 빨아 들이며 때론 웃게, 때론 따뜻하게, 때론 생각하게 만드는 영화 였기에 일본에서도 또한 우리 나라에서도 많은 사람들을 끌어 들일 수 있었던 것 같다.
더이상 애니는 아이들만의 소유물이 아니다. 어른들로 하염없이 웃게 하면서도 생각하게 만든다면, 단지 손으로 그려진 것이라 하여 다를 것이 없다. 어차피 애니의 창조자는 영화의 창조자인 인간이기 때문에...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발걸음은 가벼우면서도 왠지 이상한 기분이 계속 해서 드는 것은 막을 수 없었다. 그것은 아직 내가 스크린의 치히로를 너무 열심히 따라 다녔던 때문일까... 그 어떤 사람이라도 꾸고온 한바탕의 꿈에 유쾌함의 바다 속 깊숙히 빠졌으리라 생각 되는 즐거운 영화 였다.
p.s www.freechal.com/gamequ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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