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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이 희망의 정체는 무엇일까? 김씨표류기
ldk209 2009-06-05 오후 11:33:55 1441   [3]
대체 이 희망의 정체는 무엇일까? ★★★


대충 기억해 보자면, 원금은 약 3천만원인데 이자까지 포함해서 갚아야 할 돈이 2억이라니,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진 형국이다. 만약 사채가 아니라면 일단 개인 파산 신청을 하는 게 어떨까 싶기는 한데, 아무튼 그는 한강에 뛰어 내려 자살로서 생을 마감하기로 결정한다. 영화의 이야기는 간단하다. <김씨표류기>는 죽으려고 뛰어내린 한강의 밤섬에 표류하게 된 김씨가 그곳에서 나름 정착(?)하게 되는 과정, 그리고 이를 지켜보는 히키코모리 여자 김씨(정려원)가 방을 벗어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주요한 출연진이 두 명 밖에는 없다는 점은 어쨌거나 영화를 보는 데 부담으로 작용할 소지가 있다. 도대체 한 명은 밤섬에, 한 명은 방에 틀어박혀 있는 상황을 어떻게 긴 시간동안 끌고 갈까? 그런 우려와는 달리 영화는 마치 한강이 흘러가듯 자연스럽고 리드미컬하게 진행되며, 유머 감각도 탁월하다. 단지 정재영이라는 배우의 캐릭터에 기댄 유머 외에도 연출 또는 편집에 의한 유머도 좋은 편이다. 일례로 오리를 잡기 위해 몰래 다가가던 김씨를 오리떼가 일시에 고개를 돌려 쳐다보는 장면 등등등. 그리고 두 인물의 전사를 과감히 삭제했다는 것도 영화의 장점으로 꼽을 수 있다.


이런 점에서 <김씨표류기>는 한정된 공간, 최소한의 등장인물만으로도 좋은 시나리오와 좋은 연출, 그리고 좋은 연기만 뒷받침된다면 충분히 좋은 영화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하나의 사례가 될 수 있다고 본다. 정재영의 연기야 기존에도 워낙 탁월했으니 그렇다 치지만, 정려원도 제 몫 이상을 충분히 해주고 있다.


그런데 남자 김씨와 여자 김씨는 모두 우리 사회의 현재 모습을 반영하는 상징으로 이해될 수 있을 것 같다. 빚에 쪼들려 자살하는 광경은 IMF 이후, 그리고 최근 경제 위기의 심화와 함께 일상적(?) 모습이 되었으며, 히키코모리의 존재는 그 자체로 소통하지 못하는 현대인의 외로움을 상징한다. 누구와도 소통하지 못하는 둘이 비록 간단한 글로나마 소통하게 되면서 삶의 희망을 찾는다는 얘기는 어쩌면 주위에 무관심한 현대인을 질타하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아쉬운 건 이 영화가 제시하는 희망의 정체가 무엇인지 좀 애매모호하다는 것이다. 여자 김씨의 경우엔 명확하다. 온라인에서 그나마 치장된 가짜 모습을 드러내던 여자 김씨가 온라인에서조차 본질이 폭로되었다면, 그녀에게 남은 건 두 가지 길 밖에는 없을 것이다. 죽거나 또는 방 밖으로 나가거나. 만약 남자 김씨가 아니었다고 한다면 그녀는 결국 죽음을 택했을 가능성이 높다. 아무튼 그녀는 밖, 그러니깐 희망을 찾아 용기 있는 발걸음을 옮기게 된다.


반면 남자 김씨에게 희망이란 무엇일까? 그가 밤섬에 표류한 직후에 여러 곳에 구조신호를 보내지만 그의 구조신호를 받아들이는 사람은 한 명도 없다. 결국 그는 구조를 포기하고, 그곳에 정착하기로 결심한다. 밤섬에서의 정착은 그를 죽음으로 몰아간 고민이 원천적으로 차단됨을 의미한다. 그러면서 마치 영화는 남자 김씨에겐 자장면이 희망인 것으로 보이게 만든다(!) 그 순간에는 그럴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그가 밤섬을 떠나기 싫어했던 이유는 밤섬을 떠나는 즉시, 그의 자살을 재촉했던 원인이 다시 살아난다는 것이다. 그런데 영화는 이 부분에 대해선 해결하지 않으며, 아무런 언급도 없다. 자장면을 먹기 위해 노력했듯이 장기 계획을 잡아 열심히 살면서 돈을 모으면 해결할 수 있을까? 아무래도 사채업자들이라면 옥수수가 클 때까지 김씨를 내버려둘 것 같지는 않다.


※ 도심 한 가운데 있는 밤섬에 표류한다는 설정은 일본 영화 <아무도 모른다>를 연상시키는 지점이다. <아무도 모른다>에서 많은 이웃들이 있는 아파트에서 아이들은 고립된 삶을 살며(표류), 심지어 죽기까지 하지만 아무도 알지 못한다.


※ 종종 이 영화에 대해 ‘효율적인 영화’로 평하는 글을 보게 된다. 그런 글을 보면 <김씨표류기>를 대표적인 저예산 영화로 이해하고 있는 듯하다. 그런데 의외로 이 영화가 그다지 저예산 영화는 아니다. 사실 화면의 때깔만 봐도 저예산 영화로 보이진 않는다. 이 영화의 제작자(<천하장사 마돈나>도 제작했다고 한다) 인터뷰를 보면 <김씨표류기>의 제작비는 약 30억원 정도라고 한다. 최근 한국 영화 평균 제작비가 대략 20억 정도라고 하니, 오히려 평균 제작비를 상회하고 있다. 의외로(?) 제작비가 많이 들어간 이유는 다른 곳에서 촬영한 후 밤섬처럼 보이게 하기 위한 CG 작업이 많았기 때문이라 한다.

 

※ 이 영화를 보면서 굳은 결심을 하나 하게 됐다. 그건 영화 끝나면 꼭 자장면을 먹으리라. 그것도 짜파게티로. 영화 보고 집에 오자마자 늦은 저녁임에도 짜파게티 하나를 끓여먹고 잤다. 오늘 밤은 배가 좀 나와도 좋으리.

 


(총 1명 참여)
zoophi
저도 보고싶네요   
2010-01-31 19:28
jhee65
정재영 연기는 정말 잘하더군요   
2009-06-30 10:28
prettyaid
잘읽었어요^^   
2009-06-19 09:54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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