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답고 평화로운 여성의 세계여...★★★★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의 <귀향>을 보면 대부분의 남성들은 놈팽이 또는 무능력자, 딸에게까지 욕정을 품는 죽여도 시원찮을 놈들의 집단이다. 그렇지 않으면 전혀 중요하지 않거나. 반면 여성들은 서로를 아끼며 이해하고 도움을 주려는 존재들이다. 그 정도로 극단적이지는 않지만 <안토니아스 라인>의 남성들도 기껏해야 여성들이 필요로 하는 부분만을 담당하는 존재들로 그려지며, 혈연 중심의 남성 세계와는 달리 여성들의 연대는 건강하고 이상적인 것으로 그려진다.
1996년 제68회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한 <안토니아스 라인>은 안토니아 가의 모계 4대, 안토니아 엄마까지 포함하면 무려 5대에 걸친 남자 없는 가족사를 보여준다. 엄마의 죽음을 앞두고 고향으로 내려온 안토니아와 그녀의 자손들은 결혼이라는 제도와 여성에 대한 사회적 속박에서 벗어나 자신들이 원하는 삶을 주체적으로 가꾸어 나간다. 예술에 재능이 많은 딸 다니엘은 미술을 통해 자신의 감정과 고통을 분출하며, 천재 손녀 테레사는 수학과 철학 등 깊은 지식을 탐구하고, 증손녀 사라는 자연과 가족을 노래하며 시인을 꿈꾼다.
모계를 중심으로 하는 안토니아 집안이 대표하는 여성들은 비록 대가족을 이끌어가는 가장의 위치에 있다고 하더라도 남성처럼 권위적이거나 폭력적이고 가부장적인 리더십이 아닌 모든 것을 포용하는 평화와 너그러움의 리더십을 발휘하며, 남성들이 지배하는 폭력적이고 배타적 사회로부터 배제되어 소외된 이들을 받아들이고 포용하며 감싸 안는다. 그렇다고 이들에게 무조건적인 포용과 너그러움만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힘으로 약한 자를 괴롭히는 남성에 대해 이들은 진정으로 분노하고 꾸짖고 쫓아낸다.
여성의 위대함과 함께 이 영화가 그리는 또 하나의 모습은 탄생과 죽음의 계속된 반복을 보여줌으로서 삶의 의미에 대한 진지한 고민의 자락을 던져 준다는 점이다. 이 영화엔 많은 죽음과 많은 탄생의 모습이 감동적으로 그려져 있으며, 조그만 동네 안에서 일어나는 사회의 다양한 단면과 종교에 대한 성찰이 담겨져 있다. 그런데 더 놀라운 건 이토록 무거운 주제를 대단히 유쾌하고 유머러스하게 이야기하고 있다는 점이다. 어쩌면 이러한 밝음 역시 여성성의 발현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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