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검색
검색
 
어떻게 증명할 것인가? 보이 A
ldk209 2009-06-17 오후 5:02:48 922   [5]
어떻게 증명할 것인가? ★★★★


영화가 시작하면 밝게 웃는 청년의 미소가 화면을 가득 채운다. 너무나도 순진해 보이는 미소. 한 남자가 선물한 ‘Escape’가 새겨진 신발을 선물 받고는 고마워 어쩔 줄을 몰라 한다. 이 청년의 이름은 오래 전엔 ‘에릭 윌슨’(알피 오웬)이었고, 14년 동안은 ‘소년 A’였으며, 이제부터는 자신이 스스로 지은 ‘잭 버리지’(앤드류 가필드)로 불릴 것이다.


두 소년이 있다. 세상 속에 오로지 둘 만이 소통하고 둘 만의 연대 속에 지냈던 두 소년은 한 소녀를 잔인하게 살해하고는 ‘소년 A’, ‘소년 B’로 명명되어 재판을 받는다. ‘소년 B’로 불린 필립(테일러 도허티)은 자살한 시체로 발견되었고, ‘소년 A’는 14년 동안의 복역을 마치고 ‘잭 버리지’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사회에 나가게 되었다. 오랫동안 그의 보호 감찰관이자 유사 아버지 역할을 해 왔던 테리(피터 뮬란)의 도움으로 새로운 직장도 얻게 되고, 그곳에서 자신의 과거를 모르는 친구들과 애인까지 생기게 된 잭. 우연히 발견한 사고 현장에서 어린 소녀를 구해내면서 그는 주위의 돈독한 신임을 얻게 되지만, 그의 정체가 폭로될지 모른다는 불안은 끈질기게 그의 하늘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운다.


영화의 시놉시스를 보면, 사실 이 영화에 대한 모든 스토리를 다 얘기해고 있는 셈이다. 결론도 다분히 전형적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예상된 경로를 따라 간다. 그럼에도 이 영화가 담고 있는 이야기와 이미지는 그냥 무시하고 지나치기엔 너무 아름다우며, 너무 슬프다.


영화의 흐름은 현실의 잭과 과거 에릭 윌슨의 이야기가 교차로 전개되며, 그것도 명확하게 얘기하지는 않는다. 특히 과거를 보여주는 플래시백 장면은 언뜻 언뜻 잊혀졌던 기억이 떠오르는 듯한 느낌을 주도록 구성되어 있다. 따라서 시놉시스에 의존하지 않았다고 하면 우리는 영화의 거의 마지막에 가서야 비로소 모든 이야기의 전말을 파악하게 된다.


영화는 종종 축 처진 어깨로 걷는 잭의 뒷모습을 비추며, 밝은 영상과는 달리 시종일관 불안한 그림자(죽음)를 드리우고 있다는 점에서 구스 반 산트 감독의 <엘리펀트>가 연상되기도 한다. 실제로 영화를 보는 관객은 내내 불안한 마음을 감추기 어렵다. 그건 두 가지 이유에서 유래된다. 첫째는 잭의 정체가 폭로되면 어쩌나 하는 마음이다. 물론 어떤 식으로든 폭로될 것이라 예측은 할 수 있지만 서서히 사회에 적응해가며 행복해하는 잭의 모습이 보일수록 불안감은 더욱 커진다. 또 하나는 잔인한 살인을 했던 (그러나 직접 잭이 살인을 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어쩌면 그는 단지 옆에서 방관했을 수도 있다) 과거에 비추어 잭의 사악한 본성(그런 게 있다면)이 드러나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친구들과 어울려 과음을 하거나 시비 끝에 폭행을 하는 잭의 모습은 그런 불안함을 더욱 증폭한다.


그런데 관객으로서 이런 점들이 불안하다고 느꼈다면 이건 이미 잭에게 마음이 이입되었다는 의미이며, 감독의 연출 의도도 여기에 있다고 보인다. 그래서 어떤 점에서 이 영화는 매우 편파적이라고 비판 받을 소지가 분명 있다. 어쨌거나 극적으로 정체가 폭로될 것이라는 예측과는 달리, 전혀 예상치 않게 어느 순간 갑자기 정체는 폭로되고 만다. 만약 정체가 폭로되는 과정이 상세히 보여줬다면 덜 긴장하고 덜 불안에 떨었을 지도 모른다.


자, 영화가 던지는 질문에 답을 해보자. 범죄자에게 부여되는 재사회화는 정의로운 것인가? 대부분은 그렇다고 답할 것이다. 그렇다면 그 범죄자가 잔혹한 살해를 저지른 ‘악의 화신’으로 불린 범죄자라 해도 그러한가? 그렇다고 답하는 사람들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그 범죄자가 자신의 옆집, 또는 자기 동네에서 살게 되어도 그러한가? <리틀 칠드런>에서 주민들은 동네로 이사 온 아동 성 추행 전력자가 수영장에 들어오자 아이들을 안고는 비명을 지르며 도망가지만, 정작 아이들에게 위협이 되는 건 오히려 자신들일 수 있다는 걸 이야기하고 있다. 그렇다고는 해도 나 스스로에게 물어봐도 만약 내 앞집 사람이 과거에 잔혹한 살해를 저지른 범죄자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이웃으로 인정하고 같이 살 수 있을까? 이성적인 답변은 머릿속에 있지만 입 밖으로 쉽게 내뱉어지진 않는다. “난, 더 이상 그 때의 소년이 아니에요” 잭의 울부짖음은 보는 관객의 가슴을 찢어지게 하지만, 대체 그것을 어떻게 증명할 것인가.

 


(총 1명 참여)
zoophi
저도 보고싶네요   
2010-01-29 23:35
ekduds92
잘읽었어요   
2009-07-21 22:10
jhee65
보고 싶네요   
2009-06-24 09:33
bsbmajor
그렇군요~ㅋㅋ
<로나의 침묵> 한번 봐야 되겠네요...
<보이 A>도 기회가 되면 봐야디~   
2009-06-19 09:01
prettyaid
잘읽었어요^^   
2009-06-18 15:06
ldk209
정말 어려운 선택이네요. 두 작품 모두 여운이 많이 남는 영화라...굳이 한 작품을 선택하라고 하면 <로나의 침묵>입니다....   
2009-06-18 10:37
bsbmajor
로나의 침묵하고 이 영화 중 그래도 한편만 뽑으라면 어떤게 괜찮나요?
ldk209님~ㅋㅋ   
2009-06-17 23:12
boksh2
이거 생각보다 짠한 영화구나...   
2009-06-17 17:53
1


보이 A(2007, Boy A)
배급사 : 영화사 구안
수입사 : 데이지엔터테인먼트 / 공식홈페이지 : http://www.daisyent.co.kr
공지 티켓나눔터 이용 중지 예정 안내! movist 14.06.05
공지 [중요] 모든 게시물에 대한 저작권 관련 안내 movist 07.08.03
공지 영화예매권을 향한 무한 도전! 응모방식 및 당첨자 확인 movist 11.08.17
89025 [보이 A] 어떤 소년 yghong15 10.11.05 487 0
88095 [보이 A] '보이 A', 그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kaminari2002 10.10.07 621 0
75375 [보이 A] 줄거리요약 (2) il1il2il3 09.07.25 885 0
74707 [보이 A] 보이 A (4) hongwar 09.06.23 792 0
현재 [보이 A] 어떻게 증명할 것인가? (8) ldk209 09.06.17 922 5
74362 [보이 A] 뻔한결말 (3) kgd815 09.05.31 1251 0
74160 [보이 A] [미카엘/보이A] 보이A는 존재하지 않았다. (6) soda0035 09.05.15 15407 1
74135 [보이 A] 소년,청소년기의 자녀가 계신분에게 권하고 싶은 영화 (4) fornest 09.05.13 1171 0
74103 [보이 A] [적나라촌평]보이 A (3) csc0610 09.05.11 1127 0

1




1일동안 이 창을 열지 않음